어제 본 영화의 스토리를 말해보라고 한다면 대답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달 전에 본 영화의 스토리를 이야기해보라고 한다면, 벌써부터 자세히 설명하기는 어려워질 것이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영화의 느낌을 말해보라면.. 시간이 꽤 지난영화들도 기억해낼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의 망각이 조직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세부사항들은 잊혀지지만, 그 큰틀은 오랫동안 기억속에 머무른다. 느낌이 바로 한 영화 스토리의 틀과 같은 것이라고 보면 되겠다.
어떤 영화는 재미있게 보았고 인상적이었지만, 정작 좋지 않은 느낌을 남기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인상적이지는 않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좋은 느낌을 남기는 영화도 있다. 어느 한쪽이 좋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지만 개인적인 선호는 분명히 한쪽으로 치우쳐 있을 것이다.
나의 결혼 원정기는 좋은 느낌을 남기는 영화다. 스토리자체는 자극적이지않고, 재미있으면서도 특별함이 없어 인상적인 장면들을 머리속에 많이 남기지는 않지만, 영화가 마쳐지고 크레딧이 올라갈때 마음을 가득채우는 잔잔한 여운.. 그것만은 충만한 그런영화..
순박하면서도 구수한 사투리로,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사랑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낸 배우들의 몸짓은 영화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게 할만큼 스크린에 집중하게 하고, 화면이 멈추고 극장의 조명이켜짐과 동시에 관객들의 마음속에도 작은 향초하나를 켜지게 한다.
조금은 싱거운 결말때문에, 아쉬움을 표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극장문을 나서며 어색하게 마주친 사람들의 눈가에 맻혀있던 촉촉한 습기(?)는 이 영화가 왜 부산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었는지 충분한 이유를 제공한다. 추워져가는 날씨때문에 마음이 시려온다면.. 소중한 사람의 손을 꼭 붙들고 이 영화를 보러가시라.. 그럼에도 마음 한구석에 데워지지 않은 공간이 느껴진다면 당신의 손을 붙들고 있는 그 사람에게 말하라.. 당신이 바로 내 마음속의 모든 추위를 몰아낼 따뜻함을 가진 사람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