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리즈의 시작이 격랑 이는 바닷가에 의식을 잃은 채 둥둥 떠있던 제임스 본을 비추었다면 이번 편은 엔딩에서 그가 완전히 새롭게 태어났음을 선언하는 영화이기도 하다.마치 자궁을 가득 채운 양수에서 잉태되는 생명체처럼, 첫 편에서 타인에 의해 거두어졌다면 "본 얼티메이텀"에서는 그 스스로 사지를 움직여 자유롭게 유영하며 과거의 어둔 그림자가 더는 발목을 잡지 않는 세상 밖으로 향해가는 모습이다.
더불어 인상적인 건 권력의 더러운 속성을 대표하던 남성 캐릭터와 다르게 제임스 본을 돕는 두 여자의 캐릭터이다. 예술 작업을 하는 이들 중에서 다수의 남성들은 많은 문제를 품은 이 세상에 용기 있고 덜 오염된 여성의 힘으로 이 세상을 일으켜 세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한데 이번 영화 역시 그런 경향을 보인다. 협박을 일삼는 남자에게 '이럴려고 CIA에 들어온 건 아니다' 라며 당당히 맞서는 여자가 있어 제동을 모르고 무한 권력을 추구하는 비뚤어진 세상엔 한 줄기 빛이 있다는 듯 영화는 보여준다.
그리고 새롭게 태어나는 제임스 본을 향해 웃음 지어주는 또 다른 여자의 표정은 어떤 것보다 후련한 기분을 안겨 준다. 한 생명체와 존재를 존중하는 건 바로 저런 거라고 말해주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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