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면서 깜짝 놀랬다. 로버트 저메키스가 이렇게 지루하게 영화를 만들다니. 비난을 하려는건 아니다. 다만 이전의 그 답지 않은 이런 연 출이 조금 놀라울 뿐이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들춰보자면 대부분 흥행성 높은 재미있는 영화만 만 들어오다 딱 하나 <콘텍트>가 불쑥 눈에 띈다. <캐스트 어웨이>가 저메 키스-행크스 콤비라는 외양 때문에 <포레스트 검프>를 떠오르게 하지만 정작 비교되어야할 작품은 <콘텍트>다. <콘텍트>가 우주라는 공간속에서 의 보잘것 없는 인간의 존재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면 <캐스트 어웨이>는 지구를 지배하는, 즉 척 놀랜드(톰 행크스)처럼 세상 어느 곳 이든 소포를 배달할 수 있지만서도 무인도라는 작은 섬에서 인간이 얼마 나 무능한 존재인지에 대해 보여준다.
척이 러닝 타임(140분)의 거의 3분의 2동안 무인도에서 혼자 지내는 모 습을 보자면 저메키스가 작정하고 재미있지 않게 즉 이런 종류의 영화에 서 흔히 볼 수 있는 클리셰를 피하려도 부단히 노력했음을 알수 있다.
우선 음악이 없다. 척의 외로운 모습을 비출때마다 비장한 음악이 흘러 나온다거나 그가 떠내려온 소포들을 풀어 뭔가를 만들면서 점차 적응해 나가는 모습에서도 음악이 흘러나올 법 한데 전혀 그렇지가 않다. 음악 은 그가 구조된 후에서야 들려오기 시작한다. 덕분에 관객은 그의 고립 에 더욱 더 집중되며 동화되어진다.
또한 '회상 장면'이 없다. 척이 연인 켈리(헬렌 헌트)의 사진을 바라볼 지언정 이럴때 흔히 등장할 만한 그의 기억속을 들여다 보여주는 장면이 없는 것이다. 이것 또한 관객이 '무인도 생활'자체에만 몰입할 수 있도 록 돕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렇다할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 꽤 공들였다고 알려진 비행기 추락장면이 지나면 4년 뒤 섬을 탈출할 때까지 지리한 일상의 연 속 뿐이다. 이런 것들을 통해 이 영화가 얼마나 여타의 유사 영화 (<식스 데이, 세븐 나잇> 같은) 혹은 감독 스스로의 전작들과 차별화 되는지 느 낄수 있다.
20kg의 체중감량을 했다는(심지어 엔드 크레딧을 보면 Weight Loss Trainer 도 있다) 톰 행크스의 연기가 뒷바침되어 진부한 전형성을 뛰어넘은 진지함 을 보여주긴 하지만 로버트 저메키스의 영화라면 당연히 재미있고 박진감 넘치기를 기대해서 인지,저메키스마저 굳이 이렇게 따분하게 영화를 만 들어야 했나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P.S. 1 : 톰 행크스의 부인은 리타 윌슨. 무인도에서 척의 유일한 친구 가 '윌슨'이라는 건 재미있는 우연이다.
P.S. 2 : 전작 <왓 라이즈 비니스>에 이어 이번에도 예고편에서 필요 이 상으로 많은 것을 보여준게 아닌가 싶다. '미국인의 영웅' 해리슨 포드 가 악역이라는 것을 감추는게 나을뻔 했듯이 톰 행크스가 결국 구조가 된다는 걸 미리 알려야 했을까? 물론 그의 구조가 그리 드라마틱하지 않 기 때문에 미리 안다고 해서 재미가 반감되는것도 아니며 인터넷을 조금 돌아다니기만 해도 쉽게 내용을 접할수 있지만 자발적으로 그렇게 영화 의 뒷부분을 공개해 버리는건 영 찝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