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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andrew1130 2008-01-04 오전 2:18:45 1957   [0]
 

 


1. 오프닝 사운드에 서울 발 전주행 버스의 출발을 알리는 여자 안내원의 목소리와 한때 유행하던 청기 올리지 마 백기 올리지 마 게임기의 사운드, 그리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어가 있습니다. 그 외에 몇 가지 소리들이 있는데요. 그 소리의 정체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여자 안내원의 목소리는 동우가 업무상 지방으로 출장가기 위해 탔다가 구토를 하는 남자 때문에 휴게소에서 버스에서 내려 화장실에 간 사이 버스가 출발하기 전에 들렸을 사운드이나 영화상으로는 생략되어 있습니다. 이 생략된 사운드를 영화 오프닝 타이틀에서 들려준 이유는 무엇인지요? 그리고 민재가 극장의 매표원을 하며 몰래 한 아르바이트 청기 백기 게임 목소리 사운드는 어떤 상징성이 있는 것인가요? 마지막 사운드는 효섭과 보경의 불륜의 한 공간이라 할 수 있는 효섭의 옥탑방의 문을 보경이 두드리는 소리로 추정됩니다. 다른 사운드는 파악이 안 되고 이 3 가지 사운드가 오프닝 타이틀에 들어간 데는 어떤 이유가 있을 듯 합니다. 영화의 전체를 어떤 식으로 아우르는 상징성들인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영화의 오프닝에 이러한 사운드들을 기괴한 느낌을 주는 바이올린 음악 사운드와 함께 굳이 넣은 이유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2. 영화의 처음 숏이 낑깡입니다. 영화의 시작은 매우 중요한데, 그 시작을 낑깡 열매로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숏에서 주인공 효섭은 그 낑깡 열매를 따 먹습니다. 영화의 후반에 드러나지만 그 열매는 이웃집 아주머니네 열매입니다. 영화의 시작 숏을 이 열매로 시작한 이유가 영화 전체를 바라봤을 때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시작 숏을 선택하신 이유와 그 열매가 많은 과일 중에 낑깡인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설명해주십시오.


3. 영화의 중간 중간 괴상한 바이올린 사운드가 들어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 부분들을 파악해보자면, 효섭이 민재를 커피숍에서 만나 자신의 원고를 보라고 주고 민재가 읽고 있는 동안 커피숍 바깥으로 나와 화분을 들여다보며 화분 속 벌레 한 마리가 가는 방향을 손가락으로 막는 장난을 치고 벌레는 분주히 그 손가락을 피하며 자신의 길을 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효섭은 벌레의 심정은 아랑곳 하지 않고 장난스레 벌레를 괴롭힙니다. 두 번째 바이올린 소리가 들어가는 장면은 효섭과 보경이 모텔에 들어와 섹스를 하기 전에 보경이 효섭에게 ‘어렸을 때부터 과일 좋아했어요?’라는 대사 후에 과일을 씻는 장면입니다. 이때의 바이올린 선율은 처음의 바이올린 선율과는 다릅니다. 그런데 여기서 보경이 효섭에게 하는 대사 ‘어렸을 때부터 과일 좋아했어요?’라는 것이 굳이 들어간 데는 어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효섭이 영화 시작에 남의 집 낑깡을 몰래 따먹는 것과도 연관이 있는 것 같고, 보경과의 불륜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서 효섭과 보경이 섹스를 나누는 동안 효섭이 ‘내 꺼라고 말해죠’라고 하고 보경은 ‘당신 꺼에요’라고 대답합니다. 이 후에 섹스를 하는 동안 다시 바이올린 선율이 흐릅니다. 남의 부인을 탐하는 효섭은 낑깡을 몰래 따먹는 것과 같은 불안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는 택시를 타는 장면에서도 효섭과 보경이 떨어져 있다가 택시가 오자 황급히 택시를 타는 장면에서도 드러납니다. 섹스를 하는 동안 이불을 엎는 것 또한 비슷한 맥락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섹스를 하는 동안에 키스를 할 수 있는 순간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키스를 하지 않습니다. 무언가 둘 사이에 단절이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효섭은 보경에게서 사과를 받아들고 출판사에서 돈을 받기 위해 나갑니다. 그런데 이 사과는 후에 효섭이 같은 대학 동기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식당 주인과 몸싸움을 하고 파출소로 끌려가는 과정에서 한 대학 동기가 먹게 됩니다. 그 동기가 문학계에서 잘 나가는 문호라는 인물에게 주지만 문호는 먹지 않고 대학 동기가 먹습니다. 이 사과가 효섭과 보경, 그리고 이 대학 동기들로 넘어가는데 무슨 뜻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효섭이 이 식당에서 비 내리는 밖에서 담배를 피다가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인 듯한 아저씨를 만나 어디서 많이 본 소설가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이 아저씨의 등장도 좀 이상합니다.) 모임의 방에 들어가기 전 벽에 걸린 백두산 천지 사진을 보는데 이때 다시 바이올린 소리가 들립니다. 보경의 남편인 동우가 전주로 출장을 가는 버스에서 옆의 남자가 오바이트를 하자 화장실로 가 발을 닦다가 버스를 놓치고 다음 버스에 보조석에 앉아 졸고 가는 뒷모습에서도 바이올린 소리가 흐릅니다. 인창과 동우가 함께 차를 타고 가는 장면에서도 흐릅니다. 이러한 장면에서 바이올린 선율이 흐르는데, 이 장면들에 어떤 의미를 두었기에 바이올린 소리가 흐르도록 하셨는지, 이 장면들에 어떤 공통적인 의미를 두었는지 궁금합니다.


4. 이 영화에는 크게 다가오지는 않지만 은근한 시간의 점프가 많습니다. 영화의 맥락에서 이런 감정, 이런 행동이 필요한 시간이 다하면 여차 없이 컷을 바꿉니다. 그것도 그 감정이나 정황이 잘 드러나는 부분에서 합니다. 그렇지만 어쩔 때는 영화의 흐름을 방해하는 느낌도 듭니다. 아무래도 시간 차이가 길지 않는데, 점프 컷은 좀 덜컹거림과 튐을 줍니다. 효섭과 민재가 커피숍에서 만나는 장면에서도 효섭이 민재에게 원고를 보여주고 밖으로 나가 벌레를 괴롭히고 다시 커피숍 안에서 민재가 효섭의 원고를 읽고 감동을 받았는지, 일부러 감동 받은 척 한건지 모를 표정으로 있는 모습이 이어지고 효섭의 ‘재밌니?’ 외화면 사운드가 이어집니다. 이미 효섭은 커피숍 안에 들어와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시간을 점프로 단축시키신 이유가 있습니까? 이러한 것이 영화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셨는지요.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숏만 집어넣는 편이신 건가요? 자연스러운 흐름을 위해 인서트나 다른 이어지는 숏을 사용하는 데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시나요? 이러한 숏의 운용에 있어 어떤 원칙을 정하셨다면 그것이 무엇이고, 왜 그런 원칙을 세우셨는지 말씀해주세요.


5. 영화를 보면 대화 장면에서 숏과 숏으로 두 사람의 얼굴을 보여주며 대화를 이어가기보다는 한 사람의 얼굴을 오랫동안 보여주면서 외화면 사운드로 상대방의 목소리를 들려줍니다. 그러다가 상대방의 얼굴을 보여주고 또 같은 방식으로 대화를 이어갑니다. 이렇듯 숏과 숏으로 잘라가며 대화를 이어가지 않고 한 숏의 길이를 길게 가져가는데, 이유가 있는지요? 이는 취향의 문제이거나 영향을 받은 영화들의 문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아니면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이나 컨셉에서 숏의 운용이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지 미리 플랜을 세우신 거라면 어떤 원칙과 이유에서 세우셨나요?


6. 효섭의 대학친구 역할을 맡은 앳된? 송강호씨가 이때는 홍상수 감독님의 영화에 출연했었음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송강호씨가 분한 동석이 화랑을 둘러보는 장면 뒤에 효섭과 보경이 어느 쇼파에 앉아 종이 커피를 마십니다. 동석이 이들이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등장하면서 이들이 화랑의 어느 구석 쇼파에 앉아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보통 인물들이 어느 공간에 들어가기 전 미리 그 공간을 보여주거나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들이 어느 공간에 있는지 설명주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독특하게 동석을 등장시킴으로써 이들이 화랑에 있고, 당당하게 초대받지 못하며, 왠지 이 자리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라는 느낌을 주게 숏의 순서를 구성했습니다. 거기다가 동석의 이때도 여전히 특유의 말투로 ‘김효섭 네가 여기 웬일이냐?’ 라 하자 김효섭이 ‘너는 이런 데 웬일이냐?’ 다시 동석이 ‘내 여자 친구 전시회다 왜?’라 답합니다. 동석의 코믹한 투의 대사가 영화의 톤을 깬다는 생각이 잠깐 스쳤지만, 동석 또한 김효섭처럼 빌빌거리다가 돈 많은 여자 만나 여기 왔음을 이 대사들과 상황을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그의 유치하고 천박한 듯한 대답이 어울린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이러한 대사 설정은 미리 계획 놓으신 건지요? 아니면 이때는 동석에게 맡겨놓으신 건가요? 화랑에서 어정쩡하게 둘러보는 동석이나 왠지 화랑이라는 공간일 것 같지 않은 쇼파의 두 사람은 비슷해 보입니다. 이러한 숏의 순서와 공간의 설정은 재밌습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숏의 순서와 인물들의 잠깐의 대사로 느껴집니다. 그런데 이들은 왜 하필 화랑 전시회라는 곳에 와서 커피를 마시는지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들의 캐릭터 디자인을 아니 효섭의 캐릭터 디자인을 돈은 없어도 여자 친구와 문화생활은 하고 싶은 지식인, 교양인 정도로 설정했기 때문인지, 효섭과 비슷한 환경에서 살아오다가 다르게 바뀌면서 대비되는 동석을 등장시키고 만나게 하기 위해 이 공간을 설정한 것인지 시나리오 단계에서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동석이 등장하면서 동석이 효섭과 보경이 만날 때마다 나타나는 인물이었던 것이 드러났고, 이는 불륜의 관계에 대해 보경이 부담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합니다. 보경은 효섭을 놔두고 택시를 타고 갑니다. 효섭이 동석과 헤어지고 보경에게 달려가고 사라진 보경을 애타게 부르는 장면은 보경이 이 상황에서 자주 이랬음을 알게 합니다. 보경이 문이 저절로 열리는 걸 닫고 되돌아가는 모습이 그것을 증명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이 문이 저절로 열리는 걸 도로 닫고 되돌아가면 문이 열리는 장면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굳이 연기 설정에서 문을 열려다 말고 가고 다시 문이 저절로 열리는 것을 설정해줄 이유가 보이지 않습니다. 보경의 망설임은 보이긴 합니다. 동석이라는 인물의 등장은 효섭과 보경의 관계에 균열을 일으키는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타인으로서 이 둘의 불륜관계에 부담을 주는 인물로 극의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후 동석이 알려준 후배의 출판기념 모임에서 효섭은 술을 먹고 그의 피해의식과 과대망상으로 전에 이랬을 것 같이 심하게 망가지고 파출소까지 가 구류에 이르기까지 합니다. 감독님이 보시기에 동석의 역할은 무엇인지, 어떤 상징이나 의미를 두었는지 궁금합니다.


7. 문호가 등장하는 장면이 좀 이상합니다. 문호라는 인물이 그의 성공으로 인해 대학 친구들이 만나게 하는 계기를 만들긴 하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영화상 주변인물입니다. 그런데, 효섭이 후배에게 전화를 걸어 모임에 대해 듣게 되면서 홍선에 대해 언급하면서 컷이 돼 문호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맨머리에서 하얀 야구 모자를 쓰고 걸어갑니다. 보통 누군가의 뒷모습을 잡아주면 그 인물에 대해 호기심을 느끼게 마련입니다. 그것도 그 인물의 첫 등장이라면 더더욱 그렇고 그 인물에 대해 신비로움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후 모임 자리에서도 그렇고 문호의 자리는 효섭과 대비되기는 하지만 대사가 많지도 행동이 많지도 않고 모임 장면과 파출소 앞에서의 모습만 비칠 뿐 그 이후로는 등장하지 않는 효섭의 주변인물로 효섭이 그리 좋아하지 않는 인물에 하나입니다. 그런데 그런 인물을 단독 숏으로 뒷모습으로 모임 장소로 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특이하고 이상합니다. 마치 그가 주인공이거나 주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로 비쳐지며 뭔가 하나 사건을 터뜨릴 것만 같은 느낌마저 듭니다. 이 다음 장면에 효섭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 장면으로 처음에는 노래방인 줄 알지만 고기집에 노래방 기계를 들여다 놓은 것입니다. 여기서 효섭이 홍선씨라고 부르고 홍선이라는 사람이 여자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효섭과 홍선은 친하지 않고 처음 만나는 사이입니다. 신기한 것은 홍선이 대학 후배라고 전 장면의 전화통화에서 나오는데 효섭과 홍선은 이 장면에서 처음 만난 것입니다. 그리고 문호가 등장하면서 홍선이 좋아하고 이 둘 사이가 연인 사이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듭니다. 홍선의 이름이 거론되고 바로 다음 컷이 문호의 뒷모습이고 문호가 모임에 등장할 때 홍선의 좋아하는 모습에서 알 수 있습니다. 문호는 효섭의 이름을 요섭이라며 잘못 소개합니다. 효섭이 홍선에게 자꾸 술을 권하고 하는 모습에서 문호와 홍선의 사이를 효섭이 질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들의 모습을 시기하면서도 부러워하는 듯 합니다. 그런데 문학계에서 잘 나가는 문호는 첫 등장에서 왜 가방에서 모자를 썼는지 그 의도를 알 수 없습니다.


8. 효섭은 자신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자신과 관계있는 인물과 또한 연관이 있는 인물과 스칩니다. 두 사람 다 남자로서 동우는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는 효섭이 사랑하는 보경의 남편이고 민수는 효섭을 좋아하는 민재를 짝사랑하는 극장 동료입니다. 효섭과 동우, 효섭과 민수는 잠깐씩 스치기만 할 뿐 함께 대화를 나누거나 그러지는 않습니다. 어떤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입니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했듯 이들의 관계는 간접적으로나마 서로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효섭이 경찰서에서 민수와 스치는 장면 뒤에 바로 다음 장면은 동우가 전주로 출장 가는 장면입니다. 이렇듯 효섭과 스치는 두 남자는 스친 바로 다음에 등장하지 않고 각기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등장합니다. 마치 이 인물들이 복잡하게 얽히는 느낌입니다. 이러한 이야기 전개방식, 이야기 화법은 이야기의 어떤 면을 부각시키거나 잘 전달시키기 위한 효과적인 장치로 구상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뜻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9. 동우가 전주 출장 가는 길에 잠시 들린 인창의 집에서 이상한 면이 있습니다. 동우가 아기를 들고 달래지만 아기는 울기만 합니다. 아빠인 인창이 넘겨받자 아기는 울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다음 숏은 자고 있는 아기 주변을 한 여자의 발로 보이는 발이 지나가 무언가를 꺼내고 왔던 길을 돌아가는 장면인데, 아기를 부각시키고 그 주변을 지나치는 발은 마치 은밀히 몰래 무언가를 하는 느낌을 줍니다. 후에 그것이 인창의 처로 예상되고 인창의 처가 서울에 있을 때는 1주일에 한번씩은 만났다면서 아쉬워하고 동우는 이에 대해 어색해 하는 눈치입니다. 그리고 다음 숏이 동우가 거리를 걷는 장면이고 그 다음 숏은 인창의 처가 창밖의 공기를 마시는 장면입니다. 이 두 숏이 붙으면서 동우와 인창 처 사이의 미묘한 관계, 그리고 아기에 대한 의심이 들기 시작합니다. 동우와 인창 처 사이의 불륜이 의심되고 아기의 친자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의심이 갑니다. 인창은 이 사실을 알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지 확실치 않지만, 제 생각으로는 서울에서 전주로 이사 오고 밖을 바라보는 인창 처를 불러 섹스를 합니다. 인창 처가 동우를 보는 시선, 그리고 아기. 인창은 처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동우가 떠나고 부인과 격렬히 섹스를 합니다. 영화의 후반부에 동우와 보경 사이에도 아기가 있었음이 사진관 가족사진을 통해 드러납니다. 그러나 아기 존재는 사진 외에는 한번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보경이 남편과 섹스를 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약사인 친구의 꼬마아들을 바라보는 시선. 보경과 동우 사이의 아기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동우가 보경과 섹스를 하며 넌 깨끗한 여자야 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창녀와 섹스를 하고 콘돔이 찢어졌다며 자신의 성기를 열심히 닦는 모습. 정상적인 부부 사이의 사랑과 아기가 아닌 것에 대한 거부반응,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습니다. 보경이 동우가 치료받은 병원을 다녀온 후 가족사진을 깨뜨려 찢는 장면에서 자신의 가족의 깨짐에 대해 분노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동우가 무엇을 치료받았기에 그런지는 드러나지 않습니다. 이렇듯 효섭과 보경 동우 인창과 그의 부인 등 영화상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무언가 복잡한 사연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을 설명하기 보다는 숏과 숏의 연결, 몇몇 장면으로 은연중에 비추는 방식이 나쁘지는 않지만 영화에 대해 모호함을 가지게 하는 면도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그리고 효섭과 민재는 사랑한 사이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효섭이 보경을 사랑한 것은 영화에 적나라하게 드러나지만 민재는 효섭을 짝사랑하는 것으로 드러납니다. 그러나 한식집에서 종업원의 실수로 옷이 더렵혀진 효섭이 전화를 거는 사람은 민재이고 영화의 후반부 문이 잠긴 효섭의 방에 있는 사람은 민수와 피투성이로 죽은 나체의 민재와 효섭입니다. 영화는 이상하게 효섭이 경찰서에 구류선고 받는 장면 이후로 쭉 효섭을 보여주지 않고 동우와 민재의 이야기를 진행시키다가 민재의 이야기에서 효섭의 생일에 민재가 효섭의 집에 찾아갔다가 효섭과 보경의 관계를 알게 되고 효섭이 민재를 넘어뜨리고 능멸하는 시퀀스에서 등장합니다. 그 이후로 보경이 효섭에게 연락을 안 한 것은 드러나진 않지만 상황 상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조금 시간이 흐른 듯 떠나기를 결심한 보경이 효섭의 집에 들르지만 문이 잠겨 없고 나중에 카메라가 방안을 비추면 죽은 민재와 효섭, 그리고 이들을 죽인 민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왜 민재와 효섭이 같은 나체로 죽어있냐가 문제입니다. 민수와 민재는 민재가 효섭으로부터 외면당한 날, 섹스를 했습니다. 민재는 비록 민수를 사랑하지 않지만. 효섭 또한 민재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두 남녀가 나체로 죽어있는 모습은 민재와 효섭 사이에 로맨스라기보다는 민수의 입장에서 견디기 힘든 둘 사이의 관계, 자신이 이루지 못하는 사랑에 대한 분풀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재밌는 것은 각자 인물은 자신의 이야기를 진행시킨 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효섭, 그 다음은 동우, 그 다음은 민재, 그 다음은 보경, 그리고 이들 인물은 효섭, 민재, 민수가 한 자리에 모이고 부부이나 영화상에서 한번도 함께 프레임에 있지 않았던 동우와 보경이 집에서 섹스를 함으로써 각자의 이야기가 아닌 이들의 이야기로 전환됩니다. 각자 떨어진 것 같지만 서로 연관이 있던 인물들이 한군데로 수렴되는 느낌. 보여줌과 보여주지 않기. 이러한 이야기 방식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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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쿤요   
2010-03-14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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