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의 삶이란 반지름도 모양도 비슷한 둥그런 원과 같다 서로 각기 다른 출발점과 서로 엇비슷한 출발시간을 소유하고 그 누구 보다 더 열렬한 삶을 소유하기를 기대하며 힘껏 달려보지만, 시간이 어느새 스스로의 발걸음에 엉킬때쯤이면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간 발자취를 따라 수많은 인간이 도다른 한계에서 똑같이 두 눈을 감고 공장에서 찍어놓은 듯한 똑같은 비석에 새겨진 절망의 중얼거림만을 발견할 뿐이다.
조금은 자신의 외모와 연기에 자신있던 경수는 기대했던 영화 캐스팅에 떨어지자 분노에 못이겨 감독의 조롱을 무시하고 개런티를 받아내어 무작정 선배가 사는 춘천으로 내려온다. 그리고 춘천과 경주를 오가며 보답없는 뻔한 인생을 감정의 유희에서 찾으려는 듯이 두명의 여인과 색다른 연애에 빠진다..
감독은 주인공에서 2명의 여인을 소개하는 친절함을 보여준다. 마치 모든 남성이 사랑에 빠질 수 있는 여인은 바로 이2명뿐이 없는 것처럼, 감독은 처녀와 유부녀의 설정으로 남자주인공을 끈질기게 유혹한다.
매끈한 몸매에 솔직하고 뻔뻔스러운 대화로 남자주인공에게 연신 추파를 던지는 무용강사는 일반 남성이 꿈에 그리는 완벽한 육체를 소유하고 있지만 감정적인 이상에 빠져 계속 사랑을 연발하고 확인하려는 어리석은 순진함 한 가지고 있다. 그녀는 쳐녀의 설레임을 가장한채 사랑에 빠진 여성이 그러하듯 남성의 가슴속에 새겨진 진실을 온전하게 이해하기보다 그 남자의 겉모습속에 서둘러 자신의 사랑을 새겨놓으려한다. 그리고 그런 여자의 모습에서 진절리치는 남자의 진실을 외면한채, 끝까지 소중한 선물과 자신의 사진을 건네며 수줍게 미소짓는 것이다.
유부녀인 그녀는 예전에 그를 만난적이 있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기억하지 못하는 그를 놀리듯이 그녀는 계획적인 수줍음과 너그러운 여유로 상대함으로써 남자의 긴장감과 설레임을 유발한다. 마치 회전문의 전설에서 뱀을 속인 공주처럼 분명하고 확신에 찬 결심을 남자에게 언뜻 비치지만 항상 결과는 남자에 대한 가벼운 배신이다.
그래서 같이 점을 보러 가도 바로 옆의 불륜상대에 대해 배려하기보다 자기 남편의 성공에 더 기뻐하고 애인과 침대에 뒹굴면서도 남편에 대한 확고한 존경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유부녀인 그녀에 대한 감정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잠시 지나치는 인연으로 끝맺을 수도 있지만 그것을 질긴 인연처럼 몰고가는 남자에게 가끔 무언가에 대한 열렬한 집착을 느끼고, 사랑에 대한 관객의 믿음도 외줄타기처럼 건들거린다.
그래서 쉴새없이 쏟아지는 소나기속에서 춘천의 무용강사를 져버리듯이 다시 소낙비가 세차게 내리자 미련없이 유부녀에 대한 열럴한 사랑도 내리는 빗속에 쉽게 녹아버린다.
마치 연극을 보는 듯한 여러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전개되는 영화는 때로는 어리둥절한 관객에 대한 감독의 섬세한 배려처럼 느껴지지만 그것은 감독이 자신의 메세지를 강하게 주입시기려고 하는 계획된 의도다
그래서 때로는 다른 길로 빠지려는 관객을 다독거린 후 연두색 빛깔의 선명한 주제를 건네주어 되돌아오게 하여 감독의 메세지를 두 손으로 정확하게 받으라고 손짓한다.
그리고 그것은 지루한 일상적 삶에서 일탈을 꿈꾸듯이 보였던 남자주인공이 시간이 흐를수록 흔하디 흔한 평범한 남성으로 전락시킴으로써 영상속에 비친 비현실적인 추상적 존재를 친근한 동질감이 느껴지는 내 친구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감독은 인생의 둥그런 원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런 감독의 의도는 조금은 정숙함을 포기한 유부녀또한 언젠가는 수줍은 순수함속에 갇혀 춘천을 여행하며 무심히 미래의 불안의 강을 바라다 보던 그 어떤 여성이었으며, 그 여성또한 전에는 운동권과 열렬한 사랑에 빠진 무용강사같은 집착적인 여자였다고 묘사하고,
남자주인공 또한 집착적인 여자에 사랑에 진절리치면서 어느새 누구가에 한없이 매달리는 남자가 되어 언젠가는 존경을 보이는 아내를 배신하고 춘천 어느호수에서 새로운 여인과 오리배를 탈 남성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런 감독의 사상은 두여인이 남긴 메세지의 유사성과 유부녀와 과거의 추억을 몸짓으로 기억하고 있는 그 단순성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바로 인간은 순간적인 감정에 의해 좌우되며 사랑또한 상대가 누구냐가 아닌 스스로의 권태의 차이에 있다고..
하옇든 생활의 발견은 철저하리만큼 평범하다 그러나 그런 평범한 일상적 삶에 내뱉어진 언어와 자연스러운 배우의 몸짓은 하나의 언어가 되어 인간의 삶이 얼마나 철저하리만큼 지루하고 단순한지 보여준다.
또한 생활의 발견은 껄렁한 이웃오빠처럼 친근함과 권태로운 일상속에 집착하는 김상경의 연기와 엉뚱하고 독특한 캐릭터를 개발한 예지원의 탁월한 연기도 볼만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