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선 이미 2005년에 개봉했고, 우리나라에선 올해 1월 10일에 늦깍이 개봉하는 영화.
국내 포스터는 왠지 <나비효과>삘이 팍팍 난다. 홍보문구에도 '<나비효과>의 충격을 잇는 초감각 스릴러!'라고
되어있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인줄 알았더니 제작이란다. 주연에 다니엘 크레이그도 있는데 알고보니 조연이다.
역시 한국의 포스터 카피는 믿을만한건 못된다. 특히나 외국영화일 경우엔 더욱 그러하다.
국내에도 이미 인터넷 바다에 질좋은 파일들이 떠돌고 있다. 나는 별 생각도 않고 있다가 시사회로 봤다.
영화마다 호연을 보여주지만 그만큼의 인지도는 없는 <피아니스트>의 애드리언 브로디, <캐리비언의 해적>으로
그 인지도 팍팍 올라간 키이라 나이틀리 정도만 해도 주연급은 어느정도 되는 듯하다.
거의 뭐 우리나라에서 전세계 동시개봉 아니면, 최초개봉이 대세인 요즘 현지 개봉한지 1년도 넘은 영화가
이제 개봉하는 것인가. 독립영화도 아니고 예술영화도 아닌데. 현지 흥행에 실패해서 그런가...
뭐 그런건 상관없으니 다음으로 넘어간다~(변선생 버전)
<더 재킷>에서 '재킷'은 정신병원에서 폭력성이 있는 환자들을 위한 '구속복'을 뜻한다. 보통 보던 구속복과는 조금 다른
이 영화에서의 구속복은 잭 스탁스의 전신을 구속하고 가슴쪽에 뚫린 구멍으로 약물을 투여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는 시체보관함으로 넣는다. '재킷'은 잭을 구속하지만 그 재킷을 입어야만 잭은 그 정신병원을 탈출 할 수 있다.
아이러니 하지만 그렇다. 이건 영화를 보면 안다. 구속을 통한 탈출. 그게 '재킷'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겠다.
영화 중반까지 이거 뭔 이야기야~? 라는 의문이 든다. 뭐이리 복잡해. 뭐가 현실이고 뭐가 환상이고 뭐가 기억인지
복잡하게 왔다갔다 하면서 정신없는 정신병원 환자들은 알 수 없는 말을 해대고 의사까지 사실을 말하는 건지
거짓을 말하는 건지, 그말이 진실인지 아닌지 그게 아닌게 맞는건지가 아닌게 아닌건지 모르겠다. 그러나
영화 중반부터 서서히 착착 스토리가 맞아간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깔끔하게 연결된다.
영화장르는 스릴러로 소개되는거 같지만 스릴러 같으면서 판타지 같고, 또 드라마 같으면서 멜로 같기도 하고
여러가지 장르가 복합적으로 섞여서 장르가 있는 듯 없는 듯하다. 장르가 복합적이라는 것이 자칫 잘못하면
이도저도 아닌게 되버리고, 잘만들면 참으로 신선한 것이 되는데 이 영화는 그것마저 참 애매모호하다.
스토리 전체의 구성은 잘 짜여져 있고 잘 흘러가는데 마지막은 약간 허무하기도 하고... 의견이 분분할만한
마지막 장면이다.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좌우할만도 하고, 그렇다고 반전이라고 하기도 그렇다.
존 메이버리 감독은 분명 이름이 낯설지 않은데 별다른 필모그라피가 없다. 그냥 친근감있는 이름인건가...
그가 이 영화의 연출을 맡게 된 것은 전작 <Love Is Devil>역시 별다른 특정 장르가 없다는 것이라고 한다.
전작이 98년작이었으니 영화로는 꽤나 공백기가 있었다. 그간 뮤직비디오와 실험영화 등을 연출하면서 쌓은 내공을
<더 재킷>에 풀어내고 있다. 순간순간 기억들이 회상되며 고통스러워하는 잭의 표현과 그가 갖힌 공간을
잡아 내는데 효과를 보는 듯 하다. 특히 시체보관함이라는 그 좁고 어두운 공간을 잡아낸 연출은 상당히 좋다.
그 공포감과 긴장, 불안, 초조함을 나도 느꼈으니...
<피아니스트>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애드리언 브로디나 넓은 연기스펙트럼을 보여주는 키이라 나이틀리나
제6대 제임스 본드인 다니엘 크레이그, 베커 박사역의 크리스 크리스토퍼슨, 로렌스 박사역의 제니퍼 제이슨 리 등
거의 모든 출연진들의 호연도 빛난다. 특히나 애드리언 브로디의 그 왠지모르게 동정심이 생기는 얼굴은 더욱 빛을 발한다.
다니엘 크레이그 같은 경우 왠지 최근의 <황금나침반>보다 2년전의 이 영화에서의 그의 모습은 더 늙어보인다.
영화 보면서 계속 헷갈렸다. 내가 아는 그 다니엘 크레이그가 맞는지 헷갈렸다. 분장의 차인가...
'전세계 관객들이 선정한 "가장 마음에 드는 엔딩"'이라고 홍보문구에 써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
아무리 영화 장르가 복합적이고 있는 듯 없는 듯 하다고 하지만 영화내내 판타지 스릴러 풍으로 끌고 오다가
갑자기 확 뒤집어 버리는 엔딩은 분명 참신할지 모르나 논쟁의 여지가 있는 것도 분명하다. 참으로 애매모호한 기분을
남겨주는 엔딩이다. 영화 구성이나 내용이나 참 잘되어있지만 뒤끝이 참 애매모호하니 그냥 '영화 괜찮다'는 말만 나온다.
그렇다고 황당한 엔딩은 아니다. 훈훈하고 교훈적인 메세지를 담은 엔딩이다. 금연 메세지를 담고 있으며
'앞으로 그렇게 될일은 그렇게 되기마련이다'라는 교훈을 또 남겼다. 또 '아무차나 얻어타지말아야 한다'라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문적 메세지도 남겼다.
과연 미래를 바꿀 수 있는가. 개인적인 견해로는 바꿀 수 없다라고 보지만 영화는 그렇다라고 보기도 하고
그렇지 않다라고도 본다. 누구나 한번쯤은 해봤을 생각. 물론 시점은 좀 다르지만 '내가 과거에 이것을 이렇게 안하고
저렇게 했다면 내가 지금 이러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종종 해보는데 <나비효과>는 이 생각을 완벽하게
반영하지만 <더 재킷>은 약간 한번더 생각하게 한다. '내가 이것을 이렇게 안하고 저렇게 하면 미래가 어떻게
바뀔까'하는 생각. 암튼 여러모로 생각 좀 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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