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같은 환타지물이 마구 땡길땐,
'경의선'같은 영환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아니, 보게되더라도, 이내 잠들어버리고 만다.
영화적 환타지를 느끼고 싶다면, 이 영화는 비추.
그런데 요즘은 행복, 사랑을 놓치다, 가을로 류의
잔잔하고 섬세한 영화가 땡긴다.
감성적이 된건가? 쓸쓸한거라 하겠다.
함박눈이 내리는 겨울이 기다려질때.
그 겨울 속에서 마음 한켠이 적막함으로 가득할때.
내 속 얘기를 하고 싶어질때. 얘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할때.
그 누군가가 적막함속에서 고요하게 안아줄때.
그 품에 안겨서 울어버리고 싶을때.
지금이 그 때라면 이 영화 강추.
영화를 보고 난 후 마음이 먹먹하고 고요해진다.
한 겨울을 배경으로 눈이 내리는 데도 따뜻함이 느껴진다.
영화 속 겨울은 차갑지도, 춥지도 않다.
그들처럼 나도 위로받고 싶었다.
서로에게 다가오지 못하게 벽을 만들어두던 그들이.
아픔을 토해낼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그럴때가 있다.
내가 알고 있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 아닌,
그저 스치듯 만난 사람에게 내 고민을 털어놓고 싶어질때가 있다.
아무 상황도 모르는 그 사람에게 내 이야기를 늘어놓고만 싶어질때.
스치듯 지나쳐버리면 다시 볼 일이 없는 사람에게.
그런 위로를 받고 싶어질 땐 그 어떤 충고도 조언도
듣고 싶지 않다. 오히려 버겁게만 느껴져버린다.
'힘내'라는 말이 어쩌면 지금 이 순간 버티고 있는
작은 힘마저 빠져버리게 만드니까.
입에 발린 충고나 조언보다 그저 묵묵히 품을 빌려주는 게
더 고마울 때가 있고.
이해까지 바라기도 사치라고 느껴질 땐,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 존재만으로도 고마움이자 위로가 된다.
그가 자신 깊숙히 자리잡고 있던 슬픔을 끝끝내 토해낼 수 있었던
것도 이와 같은 위로를 받았기 때문이 아닐까..
마지막에. 그녀의 책을 건네줄 줄 알았다.
열린 결말속에 난 그녀가 그에게 웃으며 책을 건네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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