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묵직한 영화를 본 느낌이다.
초반의 전개는 어떻게보면 어수선해보이지만
단순하고 클리어하게 시작했다면
긴장감을 가지고 계속 지켜보지 못했을거다.
이 영화는 두번정도 더 봐야할 것 같다.
영화는 천천히
모르게
열기를 더하더니
어느순간 꼼짝도 못하게 만들어버렸다.
여러번 치댄 밀가루반죽처럼
헐렁한 공기방울공간이라고는 남아있지 않았다.
심리표현도, 자연스럽지만 명확한 카메라도, 배우들의 팽팽한 연기도
모두
그렇게
틈새없이
밀착해있었다.
가볍게 터지는 자극의 순간들이 없어서 좋았다.
오랜만에 영화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영화.
사족을 부치자면 더이상 서울극장에서 영화를 보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것.
영화의 앤딩 크레딧은 영화가 다 끝난 후 블랙화면에 뜨기시작한 것이 아니라 조지클루니가 택시를 타고 달리는 얼굴 클로즈업화면부터 였다. (극장안이 환해졌다. 조지클루니의 얼굴이 흐려졌다.)
서울극장은 자막이 뜨기 시작하면 극장의 불을 모두 켜고 출입문을 열것이라는 무식한 규정을 가지고 있는 듯.
문이 열리고 불이 켜지고 무식한 인간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스크린속 택시는 계속 달리고 있었고, 난 계속 조지클루니의 얼굴을 봐야만 한다.
그의 표정은 조금씩 티나지 않게 변하고 있었고, 그 장면을 만들기 위해 몇번의 테이크를 갔을지
모를 좋은 장면이었다. 드디어 그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번진 순간
불행하게도 난 감정에 몰입하지 못했다.
서울극장과 무식한 관객들에 대한 분노로 한시간반동안 영화를 보며 가졌던 감정 모두가 한방에 날아갔기 때문이다.
앤딩크래딧이 다 올라가지도 않았는데 극장안엔 아무도 없었고 청소아줌마는 이미 대충 청소를 끝낸 상황.
서울 극장.
다시는 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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