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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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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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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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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3-07 오후 4:07: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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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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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랑했던 기억으로 평생을 살 수 있을까.. - 최영미(가을햇살)
사랑하는 사람과의 젊은 시절과 노년의 일상을 평범하지만 섬세하게 그려놓은 영화, [아이리스]는 한 여자를 사랑했던 기억을 부여잡고 평생을 살아가는 멋있는 남자 존 베일리의 시선을 여과없이 느끼게 해 준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노년의 아이리스 머독은 젊은 시절의 지적이고 자유로운 모습에 비해 말할 수 없이 초라하고 쓸쓸하지만, 그 눈빛만은 젊을 때의 그것보다 훨씬 더 강렬하고 날카로웠다. 나이를 먹을수록 성숙해지는 마음의 무늬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다름아닌 눈빛과 얼굴에서 나타나는 수많은 표정들일 것이다. 아이리스 머독과 존 베일리의 젊은 시절의 사랑은, 나의 기억 저 편에 조용히 잠들어 있던 한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게 했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했던 기억으로 평생을 살아낼 수 있을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존 베일리 처럼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평생을 곁에서 그녀를 지켜줄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사랑의 표현이라면, 내가 지난 날 쓸쓸하게 떠나보냈던 한 남자에게 아주 큰 잘못을 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존 베일리가 아이리스의 젊은 날을 회상하면서, 다른 남자들도 많았지만 자기가 그녀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사랑했던 이유는 아이리스가 가까이에 있어 달라고 부탁했던 것 때문이었다. 내가 날 사랑했던 추억의 그 남자에게 그저 변함없이 내 곁에만 있어 달라고 부탁하지 못했던 건, 정말 실수였을까? 아.. 내가 아이리스에게 매력을 느꼈던 또 한 가지 장면이 있다. 아이리스가 책상머리에 앉아서 밤 늦게까지 무언가를 열심히 쓰고 있는 장면, 그녀가 책을 집필하는 동안의 그 불안하면서도 내심 얼굴과 눈빛에 가득찬 자신감있는 그 모습이 아름다웠다. 당당하게 교육과 삶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그녀, 사랑과 언어에 대한 나름의 사색에서 비롯된 지혜로운 몇 마디의 주옥같은 말들이 가슴을 울렸다. 남들이 보기엔 별로 특별한 장면과 상황이라 느끼지 못했을텐데 아무래도 내가 (서툴긴 하지만) 글을 쓰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한 장면들이 가슴에 와서 강하게 닿았는지도 모르겠다. 존 베일리와 아이리스 머독이 강가에서 수영하는 장면이 처음과 마지막에 등장하는데, 마지막 장면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큼지막한 돌 하나가 강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그 모습은, 사랑의 선명한 기억이 가슴속에 커다란 돌처럼 가라앉아서 평생을 움직이지 않은 채 누군가의 인생을 아름답고 따뜻하게 만들어 줄 수도 있다는 이야기일까..^^ 다음에 영화가 개봉을 하면, 다시 한 번 보고 싶은 생각이 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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