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향 감독의 차기작에 대한 기대는 영화의 간혹들리는 제작과정을 통해 더욱더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마치 순정순수만화를 보는듯한 깔끔한 영화'미술관옆 동물원'에서 심은하란 여배우의 진정한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꺼낸 캐릭터는 담 영화의 캐스팅에 대한 궁금증도 낳았는데, 막산 감독은 그런일은 아무일도 아닌양 벙어리 외할머니와 시건방진 도시손주와의 얼마간을 마치 인간시대를 보는 것처럼 만들어냈다.
주변의 조연급들도 모두들 초보인지 그저 시골에 가면 늘 있을성 싶은 아이, 할머니, 아저씨들이었구 어디서 찾아냈는지 비탈길도 심한 산골의 오두막집에서 여름을 보내는 아이의 모습을 평생을 안락함이라곤 모름고 사셨을듯한 할머니와 더불어 그려낸다.
열아홉에 가출에 소식한번 전하지 않고 누구의 아이인지도 모를 사내아이를 낳고선 이혼까지 하고 생활고에 쫓기어 맡길데가 없어지자 영양제라며 드링크제와 내의 한벌을 사들고선 너무도 당연한 듯이 찾아온 딸아이와 손주.
그런 그들에게도 주인으로서가 아니구 마치 상전을 대하듯 바라보는 할머니는 자신에게 '벼엉신'이란 말도 철없이 해대구 가져온 햄과 콜라만을 먹는 아이와 가까와 지기위해 무언의 노력을 하지만 아이는 아직은 그저 버릇없는 아이일뿐...
나물이나 팔아 푼돈을 손에쥐고 조그만 밭정도를 일구어 생계를 잇는듯한 할머니는 그래도 손주의 게임기를 위해 몇천원을 마련하고 치킨먹고파 하는 아이를 위해 닭을 사선 푹고아서 백숙을 해먹인다.
빨강 크레용으로 할머니 욕을 방안가득 써놓던 아이가 어느덧 할머니의 진심과 애정을 알아나가는 과정은 설명이 없다.
조그만 할머니의 행동 아이의 표정에서 알아낼뿐.
하지만 그런 감동이야 말로 가슴에서 우러나는 것일듯.
아이가 엄마와 다시 돌아가는 길에선 아이의 만화 옆서 가득히 적힌 자기집 주소와 '아프다''보고싶다'라고 적힌 발신전용 엽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