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지나가면'이란 노래가 묘한 느낌을 주는 예고편을 보면서 이 노래가 살인의 추억의 '빗속의 여
인'같은 특별한 역할을 하는 노래가 될 것 같다는 짐작을 했다. 이 영화가 끝나고 노래가 주는 여운은 매
우 강했다.
영화가 시작하자 학교 운동장 한 켠 철봉에 20대 여성이 십자가 모양으로 팔을 벌린채 죽어있다. 양 손은 노끈으
로 묶여 있었다. 이 동네에서 네번째 살인사건이 발생했다.벌써 네 명이나 미취학아동에서 부터 20대 여대생까지
모도 여성이라는 공통점과 두 팔을 벌린 채 손은 묶여 있는 방식이 같은 걸로 봐서 같은 범인 이라는 생각은 할
수 있었지만 왜 누가 죽였는지에 대해서 강한 호기심이 일어났다.
경주(오만석 분)는 추리 소설가이다. 소설가이지만 변변한 히트작하나 없어 어려운 생활을 하면서
지하 단칸방에 살고 있다. 가족사진이 있긴 하지만 가족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가 없고 절친한 친구로는
경찰반장인 재신(이선균분)이 있다.
경주가 출판사 사장한테 자기가 쓴 소설을 보여주고 기다리는 장면에서 글을 읽어 본사장이
경주에게 '소설에 리얼리티가 떨어진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 긍정도 부정도 아닌 묘한
경주의 웃음이 얼굴에서 스쳐지나가는데 이때 경주가 과거에 살인을 해 본적이 있지도 않았을까?
하고 생각 해 보았다.
경주의 절친한 친구인 재신(이선균 분). 젋은 나이인데도 능력을 인정받아 경찰반장까지 올랐다. 하지만
관할지역에 최근 네 건의 연쇄 살인사건이 일어나게 됨에 따라 범인을 잡으려고 노력하지만 도무지 감
을 잡을 수가 없어서 힘들어 하는 모습이다. 어려운 환경에 놓인 경주를 챙겨주고 밥도 사주는 재신의 모습에
서 진한 사나이들의 우정을 느낄 수 있었다.
언제나 차분하고 친절한 어린왕자 문방구 주인점 효이(류덕환분). 하지만 그의 눈빛과 행동에는 비밀스
러움이 가득하다.그는 왜 네 명의 여성을 두 손을 노끈으로 묶은 십자가 모양으로 연쇄 살인을 저질렀을
까?
경주는 월세금을 독촉하면서 자신을 무시하는 여집주인을 우발적으로 살해한다. 그리고 다섯 번째 연쇄살인사건
이 일어난 것처럼 모방하여 시체를 처리한다.
경찰들은 연쇄살인범의 연이은 다섯번째 소행이라고 판단하지만 재신은 의문점을 느끼고 사건을
조사하게 되면서 경주에 대한 의문은 높이지게 된다.
그리고 효이는 누군가 자신을 모방해서 살인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우연히 문방구에 들른 경주에게
문자를 보낸다.
"선생님이 죽였죠?." -B612-
경주는 매우 놀라 밖을 살펴 보지만 누가 날 지켜보고 있는지 누가 보냈는지 도무지 할 수 가 없다.
어째서 효이는 경주가 죽였다고 판단을 한 것일까? ......
우선 연기력에 대해서는 세 주인공 모두 연기를 정말 잘하셨다.
오만석은 평범한 가난한 소설가인듯 보이지만 그 이면의 잔인함을 숨긴 경주역을
살기 어린 눈빛과 표정을 통해서 잘 표현해냈다.
어선균은 친구가 집주인을 살해했다는 것을 알고 이성적인 경찰로서 그를 용서할 수 없어서 체포하려고 하지만,
심정적으로는 친구를 감싸주고 기회를 주고 싶어하는 재신의 역할을 냉철한 눈빛과 고뇌하는 표정과 행동으로
잘 표현해 냈다. 형사이지만 친구이기도 한 그래서 망설이는 인간적인 면이 많이 나타났다.
류덕환은 예전 작품들을 보면 항상 성실하고 명랑하고 선한 역할만 맡아서 그런지 이미지가 학생같았다. 하지만
우리동네에서는 정말 연기변신에 확실히 성공했다. 이웃에겐 친절하고 조용한 문방구가게 주인이지만, 그 속에
감춰진 살인마의 광기를 무표정하지만 비밀스런 눈빛 그리고 낮은 톤의 아무 감정없는 대사를 통해서 효이
란역을 잘 나타냈다. 특히 효이의 툭툭 내던지는 혼잣말을 듣고 있노라면 감정이 없는 괴물같이 느껴졌다.
이 영화를 본 후 정말 여운이 매우 강했다.
세 사람이 왜 이렇게 되어야만 했는지 너무 슬펐고 안타까웠다.
내 행동 하나가 다른 사람의 인생에겐 엄청난 영향을 주게 되고 상상하지 못할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은 '나비효과'처럼 느껴졌다.
정말 범인은 갑자기 팍 나타난게 아니고 환경에 의해서 만들어 지게 된다는 걸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부모님도 정말 보고 싶어졌고 동네 친구들과 동생들도 보고 싶어졌다.
왜 그런지는 직접 보시고 판단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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