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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걸>[이이리스] 변함없는 사랑과 존경으로 빛나는 부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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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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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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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3-04 오후 2:49: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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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리스>. 영국에서 가장 똑똑한 여자로 일컬어지며 당대 최고의 철학자이자 저명한 소설가로 유명하였던 실존인물 아이리스 머독. 옥스포드 재학시절부터 특유의 총명함과 자유분방함으로 꽤나 명성을 날렸다는 그녀. 영화는 남편이자 문학비평가 존 베일리가 젊은 시절 아이리스를 만나 학문적 동지이자 연인으로 사랑을 키워가던 그 시절과 결혼 후 40여년 동안 영국 최고의 지성인 커플로 함께 고락을 나누지만 아이리스의 알츠하이머의 발병으로 인해 고통 받고 생을 마감하는 말련의 모습을 해후하며 그린 <Elegy for Iris>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원작자 존 베일리는 아마도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의 자유분방함과 자신감에 굉장히 매료되었던 듯하다. 또한 말년에 병으로 고통받으며 그녀가 가진 자신감을 잃어가는 그래서 자신에게만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정 반대되는 그녀의 모습이 또한 측은 하였었던 것 같다. 그가 그녀를 기리는 소설에서 이러한 상반된 모습을 기술한 것을 보면…. 영화는 철저히 존 베일리의 주관의 시점으로 아이리스의 삶, 사랑, 자유 그리고 철학을 이야기한다. 한때 너무도 자유분방하여 그녀에게 근접하는 것 조차도 조심스러워 했던 그. 그래서 그러한 자유분방함을 때로는 동경의 시선으로 때론 질투의 시선으로 지켜보아야 했던 그녀. 하지만 세기의 지성으로 불리던 그녀는 병으로 인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도 정신이 온전한지도 모르는 상태가 된다. 차츰 본연의 정신을 잃어가는 한 총명한 여인은 자신을 그리도 동경하며 존경해 주던 남편에 전적으로 의지하며 병을 앓다가 조용히 숨을 거둔다.
영화를 보면서 난 같은 실존인물을 다룬 헐리웃 영화 <뷰티풀 마인드>를 생각했다. 똑 같은 전기영화인데, 똑같이 낯익은 배우들이 출연하는데, 천재성 때문에 방황하는 모습이 보여지는 영화인데 이 두 영화의 느낌은 사뭇 너무도 다르다. (물론 그들의 삶이 달랐던 것은 인정하지만 전기영화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그 내용을 풀어가는 방법이 너무도 다르다는 것이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가 전형적인 헐리웃적 각색으로 영화적 재미를 불러일으키며 영화의 깊이를 느끼지 못해서 아쉬웠던 데 비해 영화 <아이리스>는 남편인 존 베일리의 시각에서 그들의 만남과 사랑 그리고 함께 의지하여 살아가는 모습을 가급적 현실과 - 그래서 때론 지루한 느낌의 영화가 되지만 - 가깝게 그리려고 한 듯하다. 나이든 노부부의 깊은 존경과 사랑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 깊은 곳에서 뭉클함이 존경이 베어 나와 영화의 아름다운 영상만큼이나 큰 감명을 준다. 따라서 <뷰티풀 마인드>는 <아이리스>와 비교해 영화적 재미나 흥미를 주는 점은 있지만 어딘지 공허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반면, <아이리스>는 내용의 평이함 때문에 조금은 지루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보는 이를 감동시킨다.
영화의 도입. 왠 젊은 여자와 남자가 원초적(?)인 모습으로 물속을 헤엄치고 있다. 그리곤 어느 순간 그들의 모습은 노년의 나이가 되어 서로의 사랑에 충만한 행복한 모습으로 바뀌어져 있다. 또한 젊은 남녀가 자전거를 타고 언덕길을 내려오고 있다. 그리곤 이제는 말련의 모습이된 어느 노 부부가 보기 좋게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보여진다. 이렇게 영화는 시종 젊은 시절의 아이리스와 존 베일리의 모습과 그와 비슷한 상황의 말련의 노부부를 교차 편집함으로 그녀가 그와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이 어떻게 역전되어 가는 지는지 그들의 사랑은 어떠한 모습으로 변해가고 지켜지는지를 보여준다. 영화 속 교차 편집의 묘미는 젊은 시절의 아이리스와 늙어서 병이든 이후의 아이리스의 상태를 극명히 대비시켜 인생의 허무함 마져도 느끼게 한다. 또한 그렇게 변화되는 그녀의 곁에서 어떠한 상황의 모습의 아이리스이더라도 모두 포용하고, 존경하며, 이해해는 남편 존 베일리의 변함없는 모습은 사랑의 영원함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두 사람의 변화 많은 그리고 변함없는 모습을 보면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끼게 한다.
이 영화는 극중의 4명의 배우에 굉장한 비중을 둔다. 젊은 시절의 아이리스(케이트 윈슬렛 분), 노년의 아이리스(쥬디 덴치 분) 그리고 젊은 시절의 존 베일리(휴 본빌 분)와 노년의 존 베일리(짐 브로드벤트 분) 바로 이 네 사람. 아마도 이 영화가 상당히 괜찮은 영화로 나에게 다가온 이유는 이 내명의 배우의 열연 때문이리라… 그다지 중요한 사건이 있는 이야기도 아닌 특별하게 재미있는 구성을 띈 이야기도 아닌 이 영화가 빛날 수 있었던 건 젊은 시절의 아이리스의 고뇌와 그런 아이리스를 옆에서 묵묵히 바라보는 젊은 시절의 존 베일리와, 한때는 너무도 지적이어서 그 지식을 주체하지 못하였던 너무도 고고하였던 아이리스가 병 때문에 자신의 모습이 한순간에 무너짐을 느껴야만 했던 안타까운 지성의 노년의 아이리스와 그런 아이리스를 끊임없이 보살피고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 노년의 존 베일리가 각 역을 맡은 배우들에 의해 완벽하게 재연되었기에 가능했다.
아름다운 사랑만큼이나 아름다운 화면 그리고 아름다운 인간관계는 영화를 보는 이로 하여금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이 얼마나 인간관계를 윤활하게 하는지 얼마나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켜주는 지를 가르쳐 주는 듯하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 사이에선 누가 우위에 있다거나 누가 열등의 위치에 있다는 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그 위치가 늘 그대로일 수는 없다라는 걸 이 영화는 가르쳐 주는 듯 하다. 한때 너무도 솔직하고 너무도 똑똑하여 자신감이 넘치던 그녀 때문에 고민도 했고 그런 그녀를 존경도 했지만 그녀가 병이 걸린 후에도 남편 존 베일리는 변함없이 그녀를 사랑하고 존경한다. 그것은 남편인 존 베일리가 그녀의 총명함이나 겉모습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아내를 사랑하고 자랑스러워 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가 완성된 후 존 베일리는 한 인터뷰에서 ‘당신이 아내를 위해 그토록 노력했다는 건 무척 감동적인 일이다’ 라는 이야기에 그는 그 때를 돌아보면 후회를 한다 했다. 왜 좀더 좀 더 잘해주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때때로 참을성 없이 아내에게 화를 낸 것 때문에 후회한다고 말했다 하니 그의 사랑은 그녀가 죽은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는 듯 싶다.
영화 <아이리스>는 여지껏 보아온 어떤 멋진 배우들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보다 더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때때로 몇몇의 영화들이 노년의 아름답게 늙어가는 부부들의 모습을 보여주곤 하였지만 이 영화처럼 잔잔한 감동을 주는 일은 드물었던 듯 싶다.
외모상으론 아름답진 않지만 너무도 아름다운 모습의 쥬디 덴치의 열연, 물랑루즈의 지들러에서 지고지순한 남자 존 베일리로 다시 다가온 짐 브로드벤트의 연기는 어쩌면 젊은 시절을 연기하였던 젊은 배우들 보다 더 강인한 인상으로 다가왔다. 멋진 배우들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보고 나오는 나의 발거름은 너무도 가벼웠고 너무도 흐뭇하였다. 아마도 아카데미가 진정한 배우들을 알아본다면 이 두 배우에게 상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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