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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걸>[버스, 정류장] 새로움이 결여된 감성 멜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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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정류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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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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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3-04 오전 11:05: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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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살 남자 재섭. 보습학원 국어 강사. 그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의도적으로 꺼린다. 지난 시간을 사람들과는 물론 현재의 사람들과도 소통하지 않은 채 그는 홀로 살아간다. 혼자만의 시간엔 오래된 습관처럼 소설을 습작하지만 잘 되는 것 같아 보이질 않는다. 그렇게 의미 없는 하루하루가 반복된다. 대학시절 사랑했던 여자가 혜경. 그녀가 조건이 좋은 멋진 남자와 결혼을 한단다. 그녀는 예전에 내 아이를 가졌었는데… 자신과 는 달리 사회인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물질만능이 몸에 밴 동기들이 싫다. 세상과 소통하기 싫다. 어느 날 지하철 역에서 소희를 만난다. 그리곤 중년 남자와 심각한 분위기의 그녀를 보게 된다.
17살 소녀 소희. 힘없는 공무원 아버지, 스포츠 강사와 바람난 엄마. 더구나 얼마전 가장 친한 친구가 자살을 했다. 그녀는 더럽기만 한 세상이 너무 싫다. 세상의 어두운 면을 너무 일찍 본 그녀, 어차피 더러운 세상, 용돈이나 벌어야지 하는 심산으로 원조교제를 하고 있지만 이 중년의 남자 정말이지 응큼한 그의 속내만 보일 뿐이다. 정말이지 용돈만 아니면 같이 있기도 싫은 남자다. 귀찮게 하는 남자를 매몰차게 물리치고 전철역으로 들어갔다. 거기에서 우연히 학원 선생님 재섭을 만난다.
이렇게 그들은 만났고 세상과 소통하기 싫어하는 서로의 모습을 본 그들은 서로 끌림을 느낀다. 그리곤 어울릴 것 같지 않는 그들은 서로 의지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감정을 느낀다.
<버스, 정류장>의 크랭크 인 소식을 들었을 때 명필름이 새롭게 제작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난 무척이나 설레임을 느꼈다. 다른 제작사와는 달리 명필름이라는 이름에는 굉장한 신뢰를 느끼고 있는 나였다. <접속>, <조용한 가족>,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공동경비구역 JSA> 그리고 <와이키키 브라더스> 까지 요란하지는 않지만 차별성 있는 작품 선택과 고집스럽고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감독이 아닌 제작사 이면서도 나에게 신뢰를 주는 제작사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또한 신인 여성 감독의 데뷔작 이지만 많은 신인 들을 멋지게 데뷔시켜온 명필름이었고 여성 감독의 눈으로 그리는 상처가 담긴 멜로 영화라는 점에서도 꽤 멋진 영화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내가 너무 많은 기대를 했던 까닭일까 ? 화면이 예쁘기는 하지만 특별히 세련된 앵글을 보여주진 않고 음악이 아름답고 전체적인 영상과 맞물려 어울리기는 하지만 이전 명필름 작품 들에서 느꼈던 ‘이거다’하는 느낌은 아니었다. 영화의 외적인 부분 외에도 내적인 부분에서도 감독은 이 두 사람의 주인공으로 뭔가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현대, 도시를 살아가는 고독한 남녀의 접속을 그린 <접속>과 같은 짜임새 있는 멜로의 느낌은 찾을 수 없다. 시종 무언가가 나올 듯도 싶었는데 영화는 그 기대를 끝까지 저버린다. 어쩌면 난 이 영화를 통해 아픔을 가진 두 사람이 만나서 이끌림을 받고 그리고 그들의 상처를 감싸주는 모습을, 그리고 서로의 상처를 감싸안고 의지하게 되면서 세상을 좀더 희망적으로 살아가려고 하는 도시인의 모습을 젊은 이의 모습을 기대했던 것 같다. 내가 너무 많은 기대를 했던 걸까. 그들의 사랑의 완성을 기대한 것도 아니고 단지 희망적인 느낌을 갖고자 했던 것 뿐인데… 영화는 나를 시종 배반하는 듯 보였다.
영화의 형식. 영화의 초반은 재섭과 소희의 시선에 따른 같은 상황의 다른 묘사로 그들의 만남의 필연성을 제시한다. 하지만 이런 형식은 이제 좀 식상해 보인다. 요즘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이런 기법을 선보이고 있으므로… 예전에 비슷한 형식을 선보였던 <인터뷰>라는 영화와 비교해 본다면 좀 어설프다는 느낌마저 든다.
내용. 소희와 재섭의 우연인듯한 의도적인 만남은 영화의 후반으로 진행될수록 진전이 없다. 버스 같은 소희는 어느새 재섭에게 다가오지만 무언가 상처가 많은 듯한 그녀는 한곳에 안주하고 싶어보이질 않는다. 정류장 같은 재섭은 다른 사람들과 다른 느낌의 소희에게 호감을 느끼고 닫아두었던 자신의 마음을 열어주려 하지만 갑작스레 나타났다 사라지는 그녀의 방황에 작은 휴식터가 되어줄 뿐 계속 안주할 수 있는 안식처가 되지는 못한다. 왜 ? 둘은 분명히 서로의 상처를 감싸 안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여성감독은 이미연은 17살 어린 나이에 너무도 일찍 세상의 어두운 면을 알아버린 소녀의 이야기를 하면서 현 사회가 안고 있는 10대 원조교제, 임신, 낙태 등의 현실을 비판하고, 어린 나이에 자살을 생각하고 그것을 실행에 옮길 수 밖에 없는 10대들이 살아가기엔 너무도 불안한, 너무도 불합리한 세상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불합리한 상황을 온몸으로 안고 살아가는 소희가 세상과 단절한 재섭에 관심이 가는 것과 불합리한, 너무도 계산적인 세상에 염증을 느끼고 세상과 단절하고 살아가는 그, 재섭 만이 세상 때문에 상처 받은 그녀를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 일지도 모른다.
거짓말 게임 소희는 재섭의 집에 가서 그에게 거짓말 게임을 제안한다. 거짓말을 방패막이로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왜 세상이 싫어졌는지를…. 소희의 이야기가 끝나자 재섭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한다. 하지만 소희는 잠을 자고 있다. 자신이 세상에 냉소적이게 된 이야기를 어렵게 하고 있는데 그를 이해해 줬으면 하는 소희는 듣고 있지 않았다. 그리곤 그는 이야기한다. 너를 좋아하고 있노라고…
소희와 재섭의 사이는 늘 이런 식이다. 묘한 이끌림을 느꼈는가 싶더니 소희는 어느새 재섭에게 다가와 있었고 그녀는 그에게 무언가를 하자고 한다. 그리고 재섭은 그녀의 제의를 들어준다. 소희는 갑자기 학원을 나오지 않고 갑자기 나타나선 임신을 하였다고 이야기하고 또다시 없어지곤 다시 버스정류장에 나타나지만 재섭은 그녀가 자신이 늘 있는 그곳에 방황을 끝내고 돌아오기만을 바란다. 버스처럼 소희는 방황을 하다가 잠시 잠깐 정류장을 찾아 안식을 취하지만 금방 떠나버리는 버스처럼 떠나기를 반복한다. 정류장 같은 그, 그는 늘 그녀에게 있어 수동적이다. 먼저 그녀를 부르지 못하고 정류장으로 들어오는 버스를 기다리는 움직이지 정류장 그 자체이다. 늘 버스가 어디쯤 왔을까 무엇을 하고 있을지를 궁금해 하지만 정류장은 결코 버스를 이리오라고 소리 내 부르지 못한다. 언제쯤 그는 버스를 불러세우는 정류장이 될 지…
버스가 자신의 노선을 돌 듯 그들의 관계는 계속해서 돌고 돌기만 한다. 둘 중 하나 누군가가 상대의 방황에 종지부를 찍어 주기를 바라기만 하고 행동을 못한 채 그런 상황을 개선시키지 못하고 맴돌기만 한다. 이렇듯 개선되지 못하는 그들의 관계는 관객에게 지루함마저 준다. 그들의 사랑이 불륜인 것도 아니고 그들 사이에 누군가가 있어서 그들의 관계를 멀어지게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그들은 계속해서 망설이기만 한다. 그렇다고 그들의 사랑이 아름답게 그려지는 것도 아니다. 머물고 서성이고 기다리기만 하는 사랑은 너무도 건조하다. 너무도 어정쩡하게 보이는 사랑은 답답함을 넘어서 짜증나기까지 하다. 그들의 관계 개선을 위해 감독은 뭔가 개선점을 제시하여야 할 것 같은데 감독의 시선은 너무도 객관적이고 방관적이다. 따라서 관객은 영화가 지루하고 답답하다. 수평선을 그리는 듯한 영화의 내용은 여성 감독의 섬세한 연출을 느끼기 보다는 지루함을 준다.
아마 난 이 감독이 의도하는 부분을 간과한 채 너무도 지루하게 영화를 보았을 지도 모른다. 영화는 군데군데 남녀의 상황을 상징하는 장치, 같은 거리를 지나가는 두 사람 하지만 한쪽은 너무도 쓸쓸한, 한쪽은 싸움으로 얼룩진 거리 같은,를 두고 그들을 이해해 달라고 조용히 이야기 하고 있는 듯 하다. 아마 이 영화를 여러 번을 반복해서 본다면 감독이 이야기 하는 것을 좀더 많이 느낄 수 있을 것도 같기는 하다. 하지만 내용이 지루한 건 여전하다. 그들의 사랑하는 모습이 답답한 건 사실이다. 좀더 세련된 감성의 멜로 영화를 좀더 따뜻한 느낌의 멜로 영화를 기대했던 나나 관객들을 만족시키기엔 작품의 완성도 면이나 세련된 면 모두 좀 역부족인 작품인 듯하다. 여성감독의 섬세한 감수성은 느껴지나 맺고 끊음이 결여된 듯한 밋밋한 영화의 흐름이 흠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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