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을 전공하고 수없는 시간동안 자신이 꿈꾸었던 열정의 감정을 딱딱한 컴퓨터 자판을 두둘기며 쏟아내지만 수많은 시간에 비해 익숙해진 타자실력만큼 그의 성공은 점점 멀어져 가고 그의 허무한 담배연기는 창문사이로 부지런히 미끌어져 빠져나가버린다..
이미 익숙한 기계가 되버린 어린 소년과 소녀를 가리키는 강사로 전락해버린 그지만 목적없는 삶을 살아가며 자신의 꿈을 포기해버린 동료들과 높은 담을 쌓아놓으며 결코 그들과 자신을 동일시 하기를 꺼려하며 항상 무표정한 얼굴로 삶을 등한시하던 그는 실패란 단어를 짐짓 무시하고 결국은 성장을 멈춰버린 피터팬처럼 어른들을 싫어하기 시작한다.
어린소녀는 삶이 싫다 이제 막 바로 어른의 시간에 인접해진 나이지만 소녀를 둘러싼 삶이란 어찌나 기가막히게 부조화인지 뇌물에 익숙한 아버지나 바람난 어머니나 모두 싫증난 장난감처럼 어느새 관심도 없어지고 그들의 관심또한 불편해진 순간 원조교제에 열중해 버린다. 하지만 그것도 이미 허무하고 피곤한 시간들로 얼룩진 어른들의 삶을 조금 경험했을뿐 어린소녀의 마음에 평안을 가져다 주지는 못한다.
그런 그소녀가 임신을 하고 낙태를 해버리자 바람빠진 풍선처럼 밀려오는 절망감에 소녀는 크게 울음을 터뜨린다.
그리고 어른이 되기를 거부한 어른과 어른의 삶에 진저리난 소녀과 만나 어느새 성숙한 삶의 어른이 되어버린 것을 깨닫는다.
영화는 시종내내 이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야기의 전개는 매끄럽지 못하고 대사의 우울함은 조작된 국어책의 주제처럼 허무하고 감독이 표현하고 싶은 메세지는 지독한 지루함을 연발하게 한다.
어린소녀역의 배우는 그나마 나았고 김태우의 암울한 표정연기는 괜찮았지만 입을 연순간 느껴지는 어눌한 말솜씨는 극적 흐름을 흐트려 놓고 영화광고 와는 달리 평이한 영상적 표현은 실망을 금치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