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0년에 독일 본에서 출생한 루드비히 반 베토벤, 마에스트로로서의 광기와
예술적 혼을 동시에 지녔으며 고전주의 예술이론을 확립한 두 축인 극작가이자
시인이었던 프리드리히 실러와 괴테의 영향력을 강하게 받았던 인물인 그를
새롭게 만날수 있는 영화가 바로 이 영화이다. 개인적으로 그의 5번 교향곡인
<운명> 과 월광 소나타를 좋아하는데 여기서는 베토벤이 청각장애를 지닌 후의
시점을 배경으로 9번 <합창> 교향곡의 탄생과 그가 죽기 전 남겼던 대푸가
현악 4중주를 만나볼수가 있다. 동시에 진행하는 여러 선율로 하나의 주제를 체계적으로
모방(대위법)하며 그것들이 합쳐서 짜임새를 이루는 성악곡이나 기악곡을 일컫는
푸가는 작곡방식으로의 성향을 띠는데 카핑베토벤의 오프닝부분과 엔딩부분에
대푸가 현악 4중주의 선율을 만끽해 볼수 있다. 1827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사망한 그의 마지막까지를 담고 있는 카핑 베토벤에는 하나의 전해지는 이야기를
모토로 창조된 필사자이자 작곡가를 지망하는 여인 안나 홀츠(다이앤 크루거)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낸다. 안나를 통해 야수로 불리는 베토벤(에드 해리스)
의 광기어린 행동, 창의적 행위, 무례하고 직설적이고 신성을 모독하는 듯한
신과의 일체화등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표출된다. 청각장애를 앓고서 신의 뜻을 이해한
다며 자신의 혼을 불사르는 베토벤의 모습, 그의 독설적이고 모욕적인 행동에도
그의 필사자를 자처하며 베토벤을 도우는 여인의 존재 안나 홀츠는 베토벤이 이야기한
신의 비서관일지도 모를 정도의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베토벤은 안나를 의지하고,
안나는 베토벤의 이야기에 의해 성장하고 그의 헌신적인 이해자가 되면서 9번 합창
교향곡의 초연지휘를 성공적으로 도와주고 아무도 인정하지 않으며 일어서는 푸가연주
의 자리를 마지막까지 지키는 인물로 베토벤의 편이 되주었다. 죽음뒤에 자신의 가치를
세계에 입증한 진정한 마에스트로인 베토벤의 마지막 혼을 불사르는 모습을 연기한
에드 해리스의 연기는 감탄을 절로 넘어서 베토벤의 환생같은 일치감과 감정이입을
맛보게 만든다. 9번 합창 교향곡을 지휘하는 그의 열정적이고 베토벤이란 캐릭터에
동화된 지휘장면은 이 영화에서 빼놓을수 없는 하이라이트이자 가장 베토벤의 의지와
열정에 동화되게 만드는 부분이다. 에드 해리스의 연기력이 선이 굵고 연기파의 거장다운
면모를 지닌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번 영화처럼 에드 해리스라는 배우를 강하게 머리속에
각인 시킨 영화는 없었다. 그 만큼 그의 강렬한 흡입력 있는 연기는 다이앤 크루거의
연기가 빛을 죽여 버릴 정도로 완벽하고 소름끼칠 정도였다. 카핑 베토벤에서 보여주는
그의 흡입력있는 모습은 잔잔한 호수의 파문이 폭풍이 되고, 태풍을 몰고와 휘몰아치다
가도 태풍의 중심에 들어서듯 편온함으로 들어서는 그 반복적이고 변화무쌍한 감동을
함께하다보면 그의 마지막을 함께 하고 있는 안나 홀츠를 바라보게 된다. 안나 홀츠가
엔딩 크레딧 전에 보여주는 뒷모습과 함께 연주되는 현악 4중주 대푸가의 선율은
올해 가장 베토벤의 생애의 마지막을 흡사하게 그렸다는 확신이 들 정도의 명화의 탄생을
기억으로 남게 할 인상적인 여운을 남겨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