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에 관한 영화의 등장! 원작을 바탕으로 2007년 하반기를 장식할 맛있는 영화가 등장했다. 이미 허영만 화백의 <타짜>가 성공했기에 그의 또다른 히트만화 <식객>의 영화화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과정이었다. 스크린에서 보는 음식의 맛이란 과연 어떨까?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다. 개봉시기를 미리 맞췄음이 딱 드러난다. 요즘따라 슬슬 허기가 많이 지는데, 이럴 때를 대비한 영화가 아닐까? 이미 원작을 봤기 때문에 캐릭터도 캐릭터지만, <식객>이 만화가 전달한 것보다 훨씬(당연히 영화가 동영상이고 실제 만드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에) 음식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지.. 만화가 54만부라는 놀라운 기록에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어떤 식으로 화답을 줄지 벌써부터 주목된다.
<식객>을 간단한 줄거리 : '성찬'과 '봉주'의 요리대결!!
영화는 조금 각색했다. 처음부터 성찬(김강우)과 봉주(임원희)의 대결이 나오고, (나중에 그 이유가 밝혀지지만) 성찬의 패배로 봉주는 운암정의 후계자가 된다. 그리고 5년이 지난 후, 요리대회가 열린다. 성찬은 그때의 일 때문에 주변사람들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요리대회에 참가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나 봉주의 얘기를 듣고, (오기로?) 요리대회에 참가! 1차 예선, 2차 예선, 본선.. 차곡차곡 둘은 1,2등을 다투며 4명에게 주어지는 결선 티켓까지 무난히 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비열한 봉주의 행태가 그대로 드러나지만, 역시 우리의 성찬. 그런 거에 절대 기죽거나 겁먹을 사람이 아니다. 점수 차이가 조금 나긴 하지만 끝까지 밀어붙인다. 그리고.. 결선 : 정형 (원작에서는 그들이 직접하지 않는다) 을 치룬다. 봉주의 당연한 승리로 돌아갈 줄 알았던 것이 그의 치명적인 실수로 인해, 봉주와 성찬은 동점이 되고, 최고를 가리기 위해 마지막 대결은 '소고기탕'으로 주어진다. 그러나 이 때 봉주가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고.. 성찬은 곤란한 처지에 빠진다..
원작을 아는 사람이 꼭 하게 되는 것 : 비교 (1)
<해리포터>시리즈를 보면서 대부분의 관객들이 그런 것처럼, 원작을 본 사람이라면 영화화 됐을 때 꼭 하게 되는 게 비교다. 역시 2시간으로 담기엔 할 말이 많은 만화였지만, 그래도 중요한 부분을 구석구석 잘 담았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감동과 재미를 주기 위해 각색한 부분이 있다. 만화 자체를 약 5년 전에 봤기 때문에 뭐가 진짜 있었던 이야기인지 헷갈리지만, 성찬의 소를 팔러 가는 장면 등 몇몇 면에서 만화에서는 안 줘도 될 감동을 영화에서 주려고 했는데, 의외로 관객들한테 그 부분이 잘 맞아떨어져서 눈물을 똑똑 흘리는 사람이 많았다. 그리고 악역으로 나오는 '오봉주' 캐릭터를 조금 덜떨어져보이는 사람으로 보이게 해서 통쾌한 한 방을 날리기 전에 잽으로 툭툭 건드리는 점을 각색한 것이 영화의 재미를 살리는 요소가 됐다. 커다란 전체의 내용은 '요리 대회'로 압축을 시켰지만, 그 안에 고구마를 먹던 아이의 에피소드는 처음부터 끝까지 잘 살려서 가슴에서 감동받게 만든 것은 감독이 만화에서 따뜻한 부분만 쏙쏙 잘 뽑았다. 과장된 몇몇 부분에서는 인상을 찡그리기도 했으나, 영화가 원작을 훼손했다고 생각하기에 앞서 영화에 맞게 각색을 잘 했다고 생각한다.
원작을 아는 사람이 꼭 하게 되는 것 : 비교 (2)
허영만 화백의 만화를 스크린으로 옮긴 전작 <타짜>에서 평경장(백윤식)과 정마담(김혜수)는 캐스팅이 딱 적합했으나, 고니 역의 조승우는 연기는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아직까지 외모적인 면에서 최고의 캐스팅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무대인사 왔던 감독님이 원작을 본 사람들도 거부감을 주지 않은 이미지가 비슷한 배우를 찾아야했다고 고백했었다. 실제 <식객> 영화를 보기 전만 해도, 조금 불안하긴 했다. 그러나 주인공 세 배우가 이 불안감을 날려버렸다. 솔직히 처음에 임원희를 제외하고는 다 불안했었다. 진수역의 이하나도 그렇고, 이미 드라마에 '김래원'이 '김강우'보다 낫다고 생각했기에 '진수 성찬'인 그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오봉주'에 임원희가 캐스팅됐다고 했을 때, 원작에서의 이미지와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사람을 제대로 찾았다고 혼자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만화보다 더 만화같은 그의 이미지와 성찬과의 음식대결로 지루해질 수 있는 긴장감을 웃기면서 악랄한 표정을 짓는 임원희의 얼굴이 많은 웃음을 주었다. 뿐만 아니라 이하나와 김강우도 영화를 보다 보니 각자의 역할에 너무 적격인 캐스팅이 아니었나 혼자 편견을 가졌던 것이 되게 미안했다. 감독님의 무대인사에서 이하나씨가 진수의 외모와 연기를 잘해서 맘에 들었다고 한 것이 거짓말은 아니었다. 빨빨거리는 진수 캐릭터를 잘 소화했으며, 평범하면서 의지의 캐릭터인 성찬 역의 김강우도 임원희에 밀리지 않은 좋은 모습으로 스크린에서 다시 만나게 되어 기분이 좋았다. 특히 그들 옆에서 코믹캐릭터로 분한 '정은표'와 '김상호'가 있어서 주연 캐릭터가 더 빛났으며, '구본임'과 '정은표'의 캐릭터도 원래 원작에는 없는 캐릭터인데 영화에서 재미를 돋우는데에 한몫 제대로 해냈다.
화려한 먹을거리! 그러나 생각보다 시간은 짧다!
오락프로그램중에서도 요리에 관한 것은 그 소재가 많아 계속 되고 있으며, 명절 때에도 TV에 꼭 특정요리를 경연하는 게 종종 나오곤 한다. 드라마로도 <대장금>이 큰 인기를 끌었지만, 영화로 나오진 않았는데 <식객>이 요리에 관한 영화로는 처음 스타트를 잘 끊었다. 우리가 흔히 접하지 못한 요리들로 눈을 채운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음식들까지 영화 소재로 만들어져 친근감을 더하면서 배고픔까지 더했다. 맛이라 함은 먹을 때 느끼는 것이 아니라 보는 데에도 맛이 느껴진다. "보기도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하지 않는가! <식객>에서의 화려한 음식들은 비록 혀를 대진 못할지언정 눈으로 보는 맛도 상당함을 알게 한다. 그러나 시간이 너무 짧은 것이 아쉬웠다. 물론 결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음식의 완성품보다 그 재료를 고르고 음식을 만드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한다. 지겨운 것은 아니었으나, 4개로 화면분할되면서 성찬의 손놀림을 보기에 바빴다. 그래도 우리가 접하지 못하는 그런 음식들을 눈으로라도 조금 더 볼까 했지만.. 유독 이점이 아쉽다.
비록 '그림의 떡'일지라도 눈으로 본 걸로도 만족한다.
영화속에서는 만화에서보다 훨씬 실감나게 음식들이 그려진다. 약 1억원을 투자해서 나온 음식이라니 가격대비별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그 음식에 대한 정성이 느껴지지 않는가? 특히 황복요리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데(무려 100만원을 호가한다고 한다), 이 음식이 영화 속에서도 꽤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신문에서 봤던 그 만화보다 더 생동감 넘치게 그려진 '그림의 떡'이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화 속의 화려한 음식보다는 '라면' 하나를 먹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도 보는 걸로나마 배를 채워도 만족한다. 다만 실제로 배를 채우기 위해선 극장을 나와 '라면'하나를 먹어야 될 것이다.^^ 요리대회로 인해 대결구도로 보여지는 김강우와 임원희의 간단한 얘기가 이해 안 될리는 만무하고, 그 화려한 음식들과 조연들의 맛깔나는 연기들이 일품이다. <식객>은 배우와 소재와 볼거리(굳이 CG가 아니더라도)가 딱딱 맞아서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만족을 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