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전문지인 Film 2.0 에 [고어마니아]를 연재했었다고 하는
공포영화 전문필자의 경력을 간직한 김지환 감독이 한국 사극
공포영화의 명맥을 잊고자 야심차게 '전설의 고향' 의 타이틀을
달고 나온 영화다. 물론 '전설의 고향' 의 전형적인 시대적 배경과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에 한(恨)을 품은 귀신의 대표격인 처녀귀신을
소재로 한 것은 익숙한 데자뷰를 느낄만큼 친숙하다. <월하의
공동묘지> 나 <여곡성> 을 거론하며 완성도 높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들고 나온 영화인만큼 절로 호기심보다는 기대감에 마음이 쏠릴수
밖에 없던 영화였다. 그런데...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설정
과 불확실하고 균열이 생긴듯한 캐릭터들의 어정쩡한 모습에서 부터
이 영화에 대한 불안요소를 확실하게 파악하게 되었다. 영화를
파고들어 가 보면 쌍둥이 딸인 소연/효진(박신혜)의 어렸을적 사고와
그 사고의 진실된 비밀을 감추고 있는 쌍둥이 딸의 어머니(양금석),
그리고 어릴적 효진의 죽음에 관계된 그녀또래의 친구들이었던 김선비
(양진우)와 안선비(배윤범), 그리고 선영(한여운)등을 둘러싸고 벌어
지는 에피소드이다. 일단 공포는 효진의 죽음과 쇼크상태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십년만에 정신이 돌아오는 순간에 마을을 중심으로
효진의 죽음에 관계되있던 자들에게 일어난다. 바로 효진의 원령이
복수를 한다는 설정인데...무언가 미심쩍은 느낌을 강하게 가질수
있다. 일단 영화의 전개가 현대적인 영상미와 특수효과를 가미한
전설의 고향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단조롭고 특이성으로 내세울 것이
없다. 영화 <링> 의 사다꼬를 연상시키는 처녀귀신의 특징적인 움직임이나
태국 공포반전영화였던 <샴> 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 초반의 설정과
결말에서 드러나는 반전적인 요소는 다소 실망감과 동시에 '전설의
고향' 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나온 이유의 당위성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렇다고 연기자들의 연기에 몰입될수 있는 씬조차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 또한 아쉽다. 주연 여배우였던 박신혜의 연기와 표정, 상황에 따라
변모하는 모습이 너무나 단조롭게 여겨졌으면서, 그녀의 정혼자로 내정
된 현식역의 재희또한 평범하기 이를데 없는 연기로 솔직히 평이한 드라마
이상의 장점을 찾기 어려운 영화였다. 태국영화 <샴> 의 스토리 전개와
반전을 드러내는 구도와 비교해 보면 비슷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엉성하게
풀어헤쳐진 스토리와 캐릭터들의 연기에 몰입되지 않는 이 영화는 전형적인
공포영화의 추락구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영화가 될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나마 표정과 연기에 관록이 있는 양금석분의 연기가 다소 눈에 들어왔지만
한 사람의 연기로 영화전체의 분위기와 평가를 바꿀수는 없던 그런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