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자면 `맨인블랙` 전편의 재미를 다시 느끼기엔 부족한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지루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진행, 그렇지만 자막조차 눈에 힘을 주고 읽어야 할 정도로 급격히 빠른 진행에 관객들은 자칫 영화 스크린에서 튕겨져 나가버릴지도 모르겠다. 물론 스피디한 오락 영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 정도는 생동감 넘치는 전개라고 이해해줄 수 있다. 그렇지만 거기에 관객에게 생각할 틈조차 주지 않고서 주인공들끼리 풀어나가는 수수께끼. 물론 전편을 보지 않은 관객은 거의 없겠지만 전편을 봤다해도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주인공들의 수수께끼 풀이는 관객들로 하여금 최악의 경우 지루하게끔 만든다. 그러나 얄밉게도 주인공들은 이 수수께끼를 너무나도 쉽게 풀어나간다. 관객들은 덕지덕지 스크린에다가 발라다 놓은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과 영화에 등장하는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들만을 구경하는 구경꾼이 된 듯한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다.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이라고는 하지만 솔직히 전편보다 더 화려하다거나 더욱더 실감난다거나 하는 구석은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전편에 썼던 걸 그대로 받아쓴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리고 속편에 등장하는 적들은 너무나도 비중이 없다. 우선 머리 둘 달린 돌 머리 외계인은 후반부에 가면 화장실에 갔는지 어딜 갔는지 사라져버린다. 뭔가 처음부터 헤로인 격의 적과 연관이 되면서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비중 있는 역할을 기대해보았지만 단순한 오락영화에 그러한 탄탄한 스토리를 바란 것은 너무나도 허무한 일이었던 것일까? 그리고 그 외에도 그나마 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 외계인들은 못 말리는 람보에 등장하는 엑스트라 취급을 받는다. 여유 만만한 주인공들에게 그저 깔짝거리는 정도의 방해 밖에 하질 못한다. 심지어 목에 힘주어 요원 J 는 자기 몫이라고 말하던 외계인은 단 몇 분도 안 되어 죽는다. 그저 주인공들의 장난감에 불과한 것은 이러한 엑스트라 외계인들 뿐만이 아니다. 가장 엄청난 힘을 가지고 순식간에 행성을 날려버리고 MIB 비밀기지를 쑥대밭으로 만든 헤로인이 아무래도 주인공들에겐 평소에 자주 겪는 조그마한 소동을 일으키는 괴짜 외계인으로 밖엔 보이지 않는 듯 하다. 아무리 그래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너무나도 귀찮다는 듯 총격을 가하는 장면과 마지막에 외계인을 여유롭게 총을 쏴 죽이는 장면 등은 여유 이상으로 영화의 맥을 빠지게 하는 장면이 아닐까? 주인공들의 너무나도 느긋한 표정에 관객들은 영화를 보다가 곯아 떨어져버릴지도 모르겠다. 느닷없는 키스장면, 황당하게도 하루만에 요원 J 의 여자친구라도 된 듯했던 여자가 다른 외계에서 온 공주라는 어처구니없는 설정은 정말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감동적인 스토리였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자신들의 세계가 그저 락커 룸의 한 부분이라는 감독의 굳은 철학적 신념은 전편에 이어 후편에서도 관객들을 어이없게 만든다. 그저 단순히 웃고 넘어가는 오락영화에 왜 그렇게 쓸데없는 자신의 철학을 집요하게 집어넣는지... 내 영화는 남는게 없는 오락영화가 아니다! 라고 발버둥이라도 치는 듯한 마지막 장면에 감독에게 격려의 박수라도 보내고 싶은 심정이다. 예상은 했지만 스토리가 이렇게 까지 유치할 줄은 몰랐다. 옛날 심형래가 출연한 우뢰매라도 본 것 같은 기분. 전편보다 나은 속편 없다는 말이 실감이 나게 만드는 씁쓸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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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쿤요
2010-03-14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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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인 블랙 2(2002, Men in Black 2)
제작사 : Columbia Pictures, Amblin Entertainment / 배급사 : 콜럼비아 트라이스타
수입사 : 콜럼비아 트라이스타 /
공식홈페이지 : http://www.mib2.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