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처음 보았을때 그 날렵한 몸놀림속에 깃들은 애수와 낯설은 배우들의 진지한 연기속에 빛나는 삶의 비애와 사소한 일상처럼 내뱉던 욕설들속에 스며있는 친근함에 매우 놀랐던 기억이 난다..
0자가 몇개인지도 헷갈리는 자본을 무시하고 단지 영화가 좋아 만들었던 감독의 치기는 자연스럽게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아 그들에게 감탄의 한숨을 자아내게 했다..
그런 감독이 이젠 조금은 두둑한 주머니와 온갖 cf에 난무하는 지명도 있는 매끈한 배우를 끌어들여 다시한번 관객을 휘어잡을 준비를 했다..
"피도눈물도 없이"는 한마디로 남성액션영화다.. 감독의 의도는 돈과 명예에 집착하며 서로의 목을 뜯을려고 아둥거리는 도시의 인물들이 투견장에서 오로지 상대편을 죽일려는 목적에 두 눈빛을 번쩍거리는 쇠창살속의 투견과 다를바가 없다고 주장한다..
솔직히 영화의 액션신은 관객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다. 여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치고 박고의 싸움이 아니라 여러장의 화면으로 완성되는 완성도 높은 애니매이션처럼 동작 하나하나에 신중한 연결은 감독의 섬세한 솜씨를 예측하게 하고 카메라의 엉뚱한 반전과 느림의 반복은 싸움의 현실감을 더 부각시키고 스크린과 관객의 사이를 한발짝 좁히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더우기 멋진 유명 배우들이 말끔한 양복을 입고 가볍게 발차기로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상대를 제압하는 뻔한 영화에 비해 분명하지만 주변인으로 전락한 스터트맨들의 연기는 과연 전문가라는 속삭임을 저도 모르게 중얼거리게 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뿐이다.. 전도연과 이혜영의 싸움은 시종 머리카락을 휘어잡는데서 끝나고 페미니즘적인 요소로 가득했던 영화의 시작은 시간이 흐를수록 영화속의 장면에 무심코 숨어들어 과연 주인공이 누군인가를 의심하게 할만큼 중심을 잃어버린다.
더우기 액션인지 메세지를 날릴려는 의도인지 혼란스러운 영화의 질주는 결국 말도 안되는 결론으로 마무리짓고 허무하게 끝남으로써 감독의 뿌듯함(?)을 짐작하게 할 뿐이다..
물론 그렇다고 배우들의 연기가 미숙한 것은 아니다. 긴생머리를 휘날리던 전도연의 깜찍함과 중성적인 매력으로 도발적인 개성을 내새운 이혜영이나 묘한 매력으로 시종내내 강자에게 비겁하지만 폭발적인 폭력이 깃들인 정재완의 연기는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솔직히 나는 영화가 바운드처럼 여성적이면서 섬세한 반전과 거기에 감독의 독특한 폭력이 깃들어진 영화라 의심치 않았기에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다시 한번 본듯한 느낌에 어리둥절하고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서 돋보였던 그 허무한 삶의 일상적인 메세지가 보이지 않아 감독의 재능이 한꺼풀 퇴색해 버린듯 한 느낌을 저버릴 수 없다.
하옇든 감독의 예전영화에서 보여줬던 액션신은 한층 도약했지만 감독이 가슴속에 담아놓던 강렬한 언어는 유명한 배우들의 인기와 쌓여가는 금고에 비해 작아지지 않았나 의심될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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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ee65
액션신은 한층 도약했지만
2010-08-25
14:15
1
피도 눈물도 없이(2001, No blood No tears)
제작사 : 좋은영화 / 배급사 : (주)시네마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