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계절, 고독의 계절, 천고마비의 계절 등등 가을을 수식하는 단어들은 무궁무진하다. 여름의 뜨거운 햇빛을 식히는 선선한 바람과 함께 하나둘씩 떨어지는 낙엽들이 괜히 사람들의 마음을 감성적으로 만들어 주는 가을을 그래서 ‘멜로 영화의 계절’이라고 말하는지도 모른다. 올해 유독 보기 힘들었던 멜로영화들이 가을을 맞이함과 동시에 속속 관객들을 찾아 오는데 그 중에서 가장 먼저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영화는 바로 곽경택 감독의 [사랑]이다. 그 단순하면서도 직설적인 제목처럼 ‘사랑’이라는 테마로써 남자와 남자의 사랑을 보여주는 영화 [사랑]은 언제나 강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남성 캐릭터의 영화들로만 관객들을 찾아 온 곽경택 감독이 강한 멜로의 색채를 띤 영화를 선보인다는 데 그 기대와 호기심이 클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친구], [똥개], [태풍] 등 단순하면서도 분명한 이미지의 두글자 제목들이 인상적이었던 전작들처럼 역시 [사랑]이라는 짧지만 굵고 강한 느낌의 두 글자 제목이 주는 힘과 매력 또한 영화 [사랑]에 대한 기대를 하게 해준다.
촌스러움과 투박함 속에서 풍겨져 나오는 강렬한 드라마!! 그것이 곽경택 감독의 영화가 주는 매력~!!
곽경택 감독의 영화라 하면 몇가지 분명하게 떠오르는 특징 혹은 이미지들이 있을 것이다. 바다내음 그윽한 부산, 구수하면서도 질퍽한 경상도 사투리, 잔인하면서도 강한 액션과 피비린내 나는 뒷골목 이야기, 마치 영웅 같으면서도 인간 냄새가득 풍기는 의리파 남자 주인공 등 그의 영화에서 발견되는 공통점들이 그것이다. 사투리 섞인 대사와 의리는 있지만 단순무식으로 대표되는 건달 캐릭터 때문인지 곽경택 감독의 영화는 언제나 투박하고 촌스러운 느낌을 가지고 있다. 영화 [사랑] 역시 곽경택 감독의 촌스러움과 투박함을 그대로 담고 있는 작품이다. 영화 [사랑]에서 그려내는 사랑은 짧막한 두 글자의 ‘사랑’이라는 단어가 전해주는 아기자기하고 잔잔한 분위기의 로맨스가 아니다, 곽경택 감독의 영화들이 언제나 그랬듯이 부산을 배경으로, 단순무식하지만 의리있고 믿음직한 경상도 남자 ‘인호’와 귀여운 사투리가 매력적인 청순가련형의 여자 주인공 ‘미주’의 안타깝고도 뜨거운 멜로를 보여준다. 때리고 부수고, 찌르고 피 흘리고, 배신하고 복수하는 등의 이야기 전개들은 매번 식상함을 안겨 주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이야기에 몰입하게 하는 것은 바로 투박함과 촌스러움 속에서도 빠져들 수 밖에 없는 강렬한 드라마와 극적 구조로써 관객들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경상도 사투리 대사들을 통한 구수함과 종종 실소를 자아내는 경상도식 유머, 그리고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인상 강한 캐릭터까지 뻔하디 뻔한 설정들 틈에서도 이야기를 놓치지 않게 해주는 요소들인 것이다. 매번 비슷한 느낌의 설정들과 캐릭터이지만 작은 차이를 통해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게 해주는 것, 그것이 바로 곽경택 감독의 영화가 주는 매력인 것이다.
사랑에 모든걸 바친 남자와 그 남자의 사랑이야기!! 곽경택 감독식 "남성 멜로"!!
굳이 많은 고민 할 필요도 없이 제목만 봐도 영화 [사랑]은 그 색깔이 그대로 드러난다. 바로 ‘사랑’에 관한 안타깝지만 뜨거운 멜로를 담고 있는 영화이다. 하지만 영화 [사랑]의 사랑이야기는 조금 특별하다. 남자라면 한번쯤 꿈꿔봤고, 여자라면 언젠가 자신이 주인공이길 바래봤음직한 사랑이야기인 것이다. 첫눈에 반해 사랑이라는 설레임을 안겨 주었고, 영화 포스터의 카피마냥 지 랄같은 인연으로 자꾸만 끌려드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꽤나 거창하지만 순박하게 그려가고 있다. 주인공인 인호와 미주는 사랑이라는 고상한 감정 하나만으로는 자신들을 지킬 수 없는 현실의 굴레 속에서 자꾸만 어긋나는 삶을 살게되고, 그럼에도 질긴 인연의 끈으로 마지막까지 사랑을 지키려 노력한다. 이렇듯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하고, 둘의 사랑을 방해하는 여러 장애물들의 등장까지 멜로영화의 고정화된 설정들과 건달과 폭력, 사투리로 표현되는 투박함들은 자칫 식상한 신파영화 정도로만 비쳐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영화 [사랑]은 그러한 진부한 설정들 속에서도 인호라는 캐릭터에 중점을 이른바 우직한 ‘남성멜로’라는 점에 호감을 느끼게 된다. 두 남녀의 애절함으로 감정을 울리는 전형적인 멜로영화의 틀을 조금은 비켜나가면서 한 남자의 지고지순하고 우직한 사랑의 감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캐릭터의 감정선을 따라가면서 관객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인호’라는 캐릭터와 그가 보여주는 사랑에 호감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지독하게 단순하고, 가끔은 천박할 정도로 무식해 보이는 캐릭터들로 자신의 색깔을 보여주었던 곽경택 감독의 전작들처럼 영화 [사랑] 역시 그러한 캐릭터의 특징들을 진한 멜로와 조화시킴으로써 전작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곽경택식 남성 멜로’를 감상할 수 있다는 데 그 매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내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카리스마, 멜로와 액션으로 빚어 낸 또 하나의 곽경택표 매력적인 남성캐릭터!!
매번 영화 속에서 인상 강하고, 나름의 매력을 지닌 남성 캐릭터들을 만들어 낸 곽경택 감독은 이번 영화 [사랑]에서도 어김없이 그 재능을 보여주고 있다. 대단한 흥행과 더불어 많은 유행어까지 배출하며 이른바 [친구]신드롬까지 일으켰던 영화 [친구]의 준석과 동수, 정우성의 연기 변신과 함께 무서울 정도로 강한 남성상을 보여주었던 [똥개]의 철민, 그리고 실화를 바탕으로 불꽃같이 살다 간 복싱 챔피언 김득구를 영화화한 [챔피언] 등 곽경택 감독의 영화 속 주인공들은 여느 영화 속 남성 캐릭터보다 더욱 강인하고, 카리스마가 넘치며 때론 무서울 정도로 뜨거운 열정을 지닌 인물들이다. 그러한 특징들이 영화 [사랑]에서는 ‘사랑’이라는 한가지 목적과 한 여자를 위한 희생으로써 강렬하게 그려지고 있다. 촉망받는 유도선수 였지만 친구의 동생이자 사랑하는 여자인 미주를 위해 자신의 미래까지 포기하며 그녀를 지키기로 마음먹은 남자 ‘채인호’는 그야말로 ‘사랑’을 위해 목숨까지 바칠 수 이쓴 그런 남자이다. 흔히들 말하는 ‘목숨같은 사랑’은 언제나 이상적인 사랑의 모습이지만 한편으로는 비현실적인 개념으로도 비쳐지기도 한다. 영화 [사랑]의 주인공 ‘채인호’는 바로 한번쯤 꿈꿔 보지만 현실적으로 쉽게 선택할 수 없는 목숨보다 소중한 사랑을 몸소 보여주며, 열정적으로 사랑에 헌신하는 그런 캐릭터이다. 전작들에서 친구와 가족, 그리고 목표를 위해 자신을 헌신하고 열정을 쏟아 부었던 남성의 이야기를 보여주었다면 영화 [사랑]은 그 모든 것을 아우르며 사랑에 있어서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는 남자의 사랑과 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주진모의 모든 매력이 담겨 있고, 거기에 흠뻑 취할 수 있는 영화!! 그리고 김민준의 파격적인 연기변신!!
앞서 말했듯이 곽경택 감독의 영화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에 주인공은 연기하는 남자배우들에 대한 관심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매력적인 남자배우를 연기로써 다시금 그 매력에 빠지게 해주는 것 역시 곽경택 감독의 영화를 보는 재미이자 힘이라고 하겠다. 장동건과 유오성, 그리고 정우성까지 연기변신과 더불어 색다른 매력으로 재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준것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영화 [사랑]은 보기만 해도 그 매력에 흠뻑 취하게 되는 포스터가 말해주듯 주진모라는 배우의 모든 것이 담겨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성들에게는 우직하고 매력적인 로맨티스트로, 남성들에게는 강하고 멋진 남자로 비치는 영화 속 ‘채인호’라는 캐릭터는 그야말로 주진모를 위한 캐릭터가 되었다. 구수한 사투리와 날렵한 액션연기, 그리고 강한 인상연기로써 인호라는 캐릭터에 대한 호감도를 높여준 주진모는 기존의 영화들에서 보여주지 못한 강한 카리스마까지 느끼도록 해준다. 뿐만 아니라 동네 건달로서 인호와는 악연으로 엮인 ‘치권’을 연기한 김민준의 연기변신 역시 영화를 보는 내내 입을 벌어지게 할 정도로 놀라움을 줄 것이다. 칼자국과 능글맞은 말투까지 영락없이 동네 삼류건달의 모습을 하고, 소름끼치도록 악랄한 연기를 보여주는 김민준은 주진모와는 상반되는 이미지로써 영화 속에서 강렬한 이미지로 관객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그리고 인호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주하고 믿어주는 회장을 연기한 주현과 잠깐동안의 출연임에도 강한 인상을 남긴 이휘향은 영화의 무게감을 확실히 잡아주고 있으며, 인호가 평생을 지키겠다고 다짐한 사랑의 주인공인 미주를 연기한 박시연 역시 사투리 연기와 차분하면서도 조용한 캐릭터 연기로 색다른 연기를 보여준다. 다만 워낙 강한 이미지의 남성캐릭터들 틈에서 미주라는 캐릭터 자체와 박시연이라는 배우의 연기가 크게 개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 것도 사실이다.
멜로영화의 계절이라고도 하는 가을 영화계에 하나둘씩 선보이게 될 멜로영화들에 대한 기대가 내심 큰 것이 사실이다. 더군다나 공포영화나 큼직한 블록버스터들에 지친 관객들에게 작은 휴식과 여유를 안겨 줄 수 있는 멜로영화같은 장르가 그리워진 때가 온 것이기도 하다. 그런 관객들의 구미를 자극할 수 있는 영화가 되어 줄 곽경택 감독의 영화 [사랑]은 남성의 시각과 여성의 시각에서 어떻게 감상하게 될까 하는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영화이기도 하다. 제목이 그대로 말해주듯 멜로적인 색채를 다분히 띄고 있지만 그 속에는 투박한 뒷골목 이야기가 담겨져 있고, 액션까지 가미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떤 멜로영화들도 그렇겠지만 영화 [사랑] 역시 신파적이고 촌스러운 느낌의 멜로이야기가 아니라고는 말할 수 없다. 그렇지만 곽경택 감독의 스타일을 좋아하고, 그러한 스타일 속에서 빚어낸 사랑이야기가 궁금한 관객들, 또한 주진모라는 배우의 매력을 마음껏 느껴 보고픈 관객들에게는 올 가을 오랜만에 극장에서 감성 액션 멜로에 빠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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