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허브는 정신지체로 몸은 20살인데 정신적인 연령은 7세인 상은(강혜정)의 정신적 성숙을 소재로 한 영화이다.
성숙을 위한 과정이 보는 이들을 참 슬프게 한다. 동화를 좋아하여 동화속의 주인공들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또 다른 재미를 느끼게 하는데 장화홍련, 신데렐라, 잠자는 숲속의 공주, 백설공주, 어설픈 발음의 외국인 인어공주 이 모두를 강혜정이 연기하였다.
상은의 성숙은 크게 두 과정을 거쳐서 진행된다. 첫째는 백마탄 왕자 이종범(정경호)의 사랑과 실연을 통한 성숙이다. 상은의 정신지체 사실을 알게 된 종범이 찾아온 상은의 허브 선물을 내동이치며 다시는찾아오지 말라는 말을 듣는다. 처음으로 느끼는 사랑과 실연의 아픔은 7살의 아이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다. 트램폴린을 타며 그의 아픔을 달래는 모습이 안스럽다. 하늘 높이 뛰어 오를 때마다 슬픔의 땀방울은 땅으로 스민다. 둘째는 사랑하는 엄마의 죽음 앞에서 상은은 성숙해 진다. 성숙의 증거는 엄마의 금식사건이다. 금식해야 하는 엄마에게 상은이 준비해온 생일 미역국을 굳이 맛있게 먹는다. 상은은 그런 엄마의 팔뚝을 물어버린다. 자기를 바보 취급한다고. 상은은 엄마의 아픔과 죽음을 통해 성숙해 간다. 그러나 그 과정이 너무 힘들고 슬프게 한다.
허브 들판에서 엄마의 뼈가루를 흩날리며 그는 다짐한다. 넘어져도 꼭 다시 일어나겠다고.
이 영화에서 자전거는 매우 증요한 소품으로 등장한다. 첫 사랑이었던 왕자에게 처음 자전거를 배웠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면서 끝끝내 혼자서 자전거를 익혀나간다. 결국 어머니는 그가 운전하는 자전거 위에서 돌아가신다. 자전거를 통해 사랑을 배우고 사랑을 떠나 보낸다. 어머니의 넘어지는 것은 괜찮지만 반드시 일어나야 한다는 가르침이 상은을 몸만 20살이 아니라 마음도 20살로 성장해 가는 지표가 된다.
마지막 왕자가 띄운 허브무늬(? 왜 물음표를 했는지는 영화관에서 확인하세요) 연을 올려다 보는 상은의 밝은 표정, 자전거를 꼭 잡고 밝은 미래를 향해 달려 간다.
사실 이야기 구도는 매우 단순하다. 그러나 영화 속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참 볼만하다. 강혜정의 또 다른 모습, 큰 배우로 성장할 수 있는 많은 가능성이 있는 배우이다. 배종옥의 연기도 더욱 성숙미 넘치는 연기였다. 딸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따뜻한 엄마로 그리고 험한 인생을 당차게 헤쳐나가는 강한 아줌마로 너무 완벽한 연기를 소화해냈다. 영화의 비주얼 역시 많은 공이 들어있다. 원색의 대비는 마치 미술관에 온듯한 생각이 들게 하였고 OST 역시 가을의 신선한 바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무튼 눈물이 메말라 버린 현대인의 생활 속에서 허브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아름다운 세상을 볼 수 있게 한다. 딸과함께 같이 가서 다시 한 번 봐야 할 듯하다. 이런 영화들이 한국영화에 많이 만들어 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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