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TV에서 본 영화중 한 소년이 하수구에서 주운 동전으로 초콜렛을 산뒤 떠나갈듯
기뻐하며 달려가는 장면이 유독 내 기억에 남아있다. 그 이외엔 다른 어린이들과 공장에
들어가 배를 타고 견학하는 단편적인 장면밖에 남아 있지 않은데.. 수십년이 지난 지금,
그 영화가 이 영화의 원작 "윌리윙카와 초콜렛공장(1971)"이라는 확신이 든다.
이 영화는 상영시간 내내 황당하고 기발한 상상력으로 화면을가득 채운다.
강렬한 색상구성으로 화려한 화면을 보여주며 이야기가 좀 지루해질즈음에 뮤지컬 형식의
음악과 춤이 관객에게 선사된다. 뭐, 타고난 이야기꾼인 팀버튼 감독의 최신작이라는 사실
만으로도 이 영화가 가지는 흡인력에대한 설명은 불필요할듯 하다. 마치 한편의 재밌는
옛날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니 말이다. 팀버튼을 모르는 사람이 볼 지라도 어느새 그의 눈높
이에 맞춰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정도로 그의 힘은 대단하다.
대신 한편의 동화같은 이 영화는 동화같은 시나리오에서 딜레마가 발생한다(굳이 변명
을 하자면 이 영화의 원작은 1964년작의 동화이기때문). 팀 버튼만의 독특한 상상력과 이
야기법을 그의 다른 작품을 통해 알고 즐겼던 사람이라면 충분히 재밌게 즐길 수 있겠으
나 그런 그의 독특한 화법을 몰랐던 사람이라면 무척 황당함만 느낄것이다. 비록 팀버튼
이 자신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힘이 있다고는 하나, 그것은 그것을 공감하는 사
람들에게나 해당될뿐이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느끼는건 대단한 유치함정도?
그도 그럴것이 팀 버튼이란 꽤 유명한 감독과 조니뎁이라는 이 시대 최고의 연기파 배
우의 브랜드를 보고 잔뜩 기대를 하며 비싼돈주고 영화를 보러 왔는데, 영화내내 애들
만 나오면서 어린애들이나 공감할 시시한 내용으로 끌어가기만 하니 말이다.(기발한
상상력은 양날의 검인 셈이다. 시시해 보일 수 있는것에서 출발하지 않는가?) 게다가 끝
맺음마저 지루한 교훈으로 끝을 맺는 이 영화는 그들에게 그야말로 '유치한'영화가 되어
버릴것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영화 후반부에 주인공인 '윌리윙카'의 극심한 감정변화를
보고 있노라면.. 이 영화의 원작이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책이었음이 새삼 생각날정도.
개인적인 불만을 꼽자면 주연인 조니 뎁이 괴팍한 캐릭터인 윌리 윙카를 표현함에있어 기
존의 배우들과의 차별을 크게 두지 못했단 점이다. 조니 뎁 그가 찬사를 받는것은 그의 영
화에서 '그가 아니면 누구도 표현못했을&어울리지 않을' 캐릭터 분석 능력이라고 생각
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선 그런 그의 시도는 약간 실패인듯 보인다 그가 잘생긴 얼굴을
망가뜨리면서 까지 캐릭터 표현에 노력을 한것까진 좋았지만 의욕이 너무 넘쳐 에너지가
과잉되는 느낌이다.(그가 표현한 윌리윙카란 캐릭터는 영화전반적으로 팀 버튼 특유의
우울함이 배어있어서인지 너무 어둡고 너무 괴팍하다) 영화를보는 내내 그런 독특한 캐
릭터의 대명사인 '짐 케리'가 그역을 맡았다면 그것도 그것나름대로 멋지게 표현되지 않
았을까..(좀 더 밝은 분위기로) 조심스레 상상해 보기도 했다.
본인은 팀 버튼의 상상력을 좋아하는지라 나름대로 즐겼던 영화지만 단언컨데 이 영화는
국내에선 좋고 싫음이 확실하게 갈리는 매니악한 영화가 될 것이라확신한다. 가족적인 교
훈을 잘 담고 있는 영화라 아이들 손을잡고 가족이 다 같이 보러가는것도 좋을듯하다. 하지
만 빠르고 감각적인 영상을 좋아하거나, 동화를 싫어하시는분, 팀 버튼의 상상력 총동원
화법이 구질구질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에겐 그리 권하고 싶진 않다. 마지막으로 본인을
비롯한 조니 뎁에 열광하는 팬들에겐.. 굳이 말안해도 통할거라 믿는다. 이건 조니 뎁의
영화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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