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는 역사적 사건 중에 미국의 자존심을 크게 손상시킨 사 건 중에 하나가 〈베트남전〉이 아닐까 싶습니다. 〈진주만 공습〉 처럼 자국의 안보에 위해가 직접적 위해가 오는 것이 아니지만 세 계의 경찰이라는 미국의 자존심에 타격을 입힌 〈베트남전〉의 패 전을 통해 타국의 내전에 참전하는 것에 대해 국내외적으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뼈아픈 교훈을 남겼죠. 그러나 지금의 미국에 그 교훈이 어느 정도 영향을 발휘하고 있는지 궁금하시다면 [블랙 호크 다운]을 보시면 될 듯싶군요.
틀림없이 30분짜리 작전이라고 했습니다. 한 시간이면 부대에 무사 히 돌아오고도 남는다고 했습니다. 1993년 10월 3일 적이 쏟아내 는 총탄 사이에서 그림스는 그 말을 했던 녀석을 잡아다가 죽도록 패주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소말리아에서 내전이 일어나 대량 학살 과 기근이 반복되자 미국은 상황 정리를 위해 정예부대를 파견했 죠. 그러나 UN평화유지군의 주둔 하에서도 여전히 식량 갈취와 학 살이 벌어지자 내전의 주범인 에이디드를 잡기 위한 델타포스와 레 인져 합작의 작전이 펼쳐진 것입니다. 그 와중에 원래 유격수가 부 상을 입는 바람에 그림스는 대타로 투입됐죠. 쉬운 작전이 될 것이 라 했지만 초반부터 뭔가 어긋나기 시작한 작전은 급기야 미국의 자랑인 <블랙 호크>헬기가 추락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로 빠지게 됩니다.
전에 들은 이야기인데 말벌 한 마리만 나타나도 근처 꿀벌통은 초 토화가 된다고 합니다. 양봉업자들은 그런 말벌집을 보면 당연히 없애려 들겠죠. 하지만 충분한 준비 없이 잘못 건드렸다가는 목숨 까지도 위험하다고 하더군요. 전 [블랙 호크 다운]을 보면서 바로 그 말벌집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대낮에... 그것도 적진 한 가운 데에 들어가서 적장을 잡아 오는 작전을 그렇게 간단하게 생각했다 는 게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더군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더 라도 그런 전략은 안 짜는 법인데 하물며 사람의 목숨이 달린 실제 전투에서 그런 무모한 작전을 벌인다는 건 그 정도로 절박했든가 적을 아주 우습게 봤든가 둘 중에 하나 아닌가요? 나름대로 충분 한 준비가 있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결과는 서로 파괴하는 파국 밖 에 없었으니까.... 그것도 심사숙고라면 그렇겠죠.
[블랙 호크 다운]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답습니다. 전투도 벌 이기 전에 헬기에서 떨어져 다치는 대원으로부터 시작되어 조금씩 엇나가기 시작한 작전의 주도권이 어떻게 적에게로 넘어갔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치 제가 그 현장에 있는 양 시시각각 급박해 지는 전투를 아주 현실감 있게 보여주고 있더군요. 이완 맥그리거 나 죠쉬 하트넷의 얼굴이 아니었다면 전쟁 다큐멘터리라고 착각했 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말~ 정말~~ 리얼합니다. 그러나.... 그게 다입니다. 적진에 시체라 할지라도 단 한명의 대원도 놓고 가지 않 겠다는 전우애까지는 알 것도 같았습니다. 그런데 소말리아에서 벌 어진 상황에 대해 지극히 오만한 입장에서 작전을 취했던 지휘관들 의 관점에서 별반 다른 점을 발견하지 못한 건 감독에 대한 저의 선입견 때문일지도 모르죠.
텔레비전에서 [블랙 호크 다운]을 소개하면서 영화 속 반전의식과 미국에 대한 풍자에 대해 말하더군요. 그런데 왜 전 영화를 볼 때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은 걸까요? --a;; 제가 미국인이라면 이 영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보다는 도와주는 것도 모르고 감히 덤비는 후진국의 내전에 국가 재정과 국민의 목숨을 낭비한 정책자들에 대 해 분노하든가 훌륭한 전우애에 감동받든가 둘 중에 하나일 거 같 은데요. [블랙 호크 다운]을 보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건지....... 그들은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는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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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ee65
그들은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는 것만 같습니다.
2010-08-25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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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호크 다운(2001, Black Hawk Down)
제작사 : Jerry Bruckheimer Films, Columbia Pictures, Revolution Studios / 배급사 : 콜럼비아 트라이스타
수입사 : 콜럼비아 트라이스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