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익 감독의 지난 세편의 영화 중에서는 <라디오스타>를 가장 좋아했다. 물론 흥행은 <왕의 남자>가 월등했지만 사람 냄새 나는 영화적 요소의 맛은 <라디오스타>가 내겐 더 다가왔다.
이준익 감독이 이번에 또 사람 냄새나는 영화 한 편을 선보였다.
<즐거운 인생>은 대학시절 활화산이라는 밴드로 우정을 쌓았던 네 명의 친구의 40대 중년시절을 배경으로 한다. 그 중 보컬은 세상과 작별하고 그의 아들이 활화산의 빈 부분을 메우고 다시 밴드를 결성한다는 스토리이다.
활화산은 즐거운 인생을 노래하지만 그리 인생은 즐겁지만은 않다. 회사에서 퇴직한 이후 별 직장없이 아내의 눈칫밥을 먹고 사는 사람, 낮엔 퀵서비스 밤엔 대리운전으로 빠듯하게 살아가는 사람, 중고차 도매상을 운영하고 있지만 모든 수익을 캐나다에 있는 그의 자녀와 아내에서 송금하며 외롭게 살아가는 사람.. 이들 중년의 무거운 삶의 단면을 보는 것은 그리 즐겁지 않다.
그러나 새롭게 밴드를 결성하면서 우리의 삶은 세상이 요구하는대로 끌려가는 인생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진정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이 바로 즐거운 인생이라는 것을 설득하고 있는 듯 하다.
캐나다에 있는 아내로부터 이혼 통보를 받는 장면 등은 요즘 트렌드가 돼 버린 기러기아빠의 불행을 또다시 확인하게 돼 식상한 면이 있고 급작스럽게 대립하고 부랴부랴 화해하는 결말 등이 아쉽게 느껴진다.
<라디오스타>이후로 또 한번의 감동을 느낄 수 있었던 괜찮은 영화다. 마지막 '즐거운 인생'을 부르는 장면에서 흐르는 눈물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