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얼스틴 던스트, 마리 앙투와네트.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로 주목받은 코폴라 가문의 또 하나의 감독, 소피아 코폴라.
프랑스에서 가장 사랑받는 인물을 프랑스에서 사랑받는 감독과 배우가 표현한다는 말에, 프랑스인들은 선선히 베르사유 궁을 내주었다(!)
이런 굉장한 것들이 모였는데도 불구하고,
영화는 박스 오피스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프랑스인들은 영화를 보고 전적인 지지를 야유로 바꿨다. 왜?
이 영화는 우리가 마리 앙투와네트 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떠올리는 이미지에 부응할 만큼 화려한 영화는 아니다. 영화는 현대적이고, 굉장히 소녀스럽다. 마리 앙투와네트는 이 영화에서 요부가 아닌 귀여운 소녀로, 금빛이 아닌 파스텔 톤으로 그려진다.
영화는 80년대 락 음악에 맞춰 그네를 타는 키어스틴 던스트의 영상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이 오프닝은 이 영화 전체를 많이 설명해준다. 프랑스 혁명을 일으킨 백성들의 굶주림에, 빵이 없으면 케잌을 먹으면 된다던 그 요염하고 사치스럽고 자기만 알던 그 여왕은, 부잣집의 철 좀 덜든, 하지만 순수한 곱게 자란 소녀가 된다. 큰 나라 프랑스의 외톨이로 외로워하고, 자신에게 관심 없는 어린 남편에 속상해하고, 오스트리아의 어머니에게 압박당하고... 고민들로 삶이 괴로웠던 마리 앙투아네트는 파티를 연다. 프랑스의 차기 왕비 인만큼, 파티는 말로 표현이 안 될 정도로 화려하다.
영화는 마리 앙투아네트, 그녀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녀의 이미지는 과장된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 하고 싶어 한다. 영화는 그 유명한 케잌을 먹으면 되지, 라는 말을 비꼰다. 하지만 간 립스틱을 바르고 와인 잔을 든 그녀의 모습이 어색한 만큼, 하얀 원피스를 입고 별궁으로 옮겨가 농사를 하며 아이를 키우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모습도 어색하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그녀의 화려하고, 사악하고, 이기적인 이미지와, 영화가 보여주는 약간 철 좀 덜 든 귀여운 소녀의 이미지 중 어떤 이미지가 더 재미있을까? 어떤 이미지가 더 극적일까? 어떤 이미지가 사람들을 더 매혹시킬까?
이런 이유로 영화는 생각보다 재미가 없다. 그녀의 눈이 어지럽도록 화려한 파티의 영상은 속이 빈 것처럼 허전하다. 키어스틴 던스트 의 강한 소녀 적인 이미지도 영화에 도움이 되진 않았다. 그녀의 이미지가 너무 강한 나머지, 영화에는 마리 앙투와네트는 없고 키어스틴 던스트만 있다.
이미지만 화려하게 동동 떠다니는 이 영화는 굉장히 엠티비용 뮤직 비디오 같다. 소박한 마리 앙투아네트, 아니 키어스틴 던스트의 모습은 설득력을 얻는 데 실패했다.
기존의 이미지를 비틀고자 하는 새로운 발상과 시도는 좋았지만, 관객을 설득할 수 있는 재미가 빠진 영화는 예쁘기만 하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알고 보면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이었고 그녀의 삶도 굴곡은 조금 있지만 평범했다는 내용은 너무 밋밋하다.
공들인 영상과 색감이 예뻤던 만큼, 내용의 아쉬움은 더 크게 남는다. 하지만, 키어스틴 던스트를 좋아하고, 베르사유 궁의 파스텔 톤 소녀를 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완벽하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