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영화감독이자 <챔피언><똥개><태풍> 등의 영화로 각각
다른 주제와 이야기를 들고 관객을 찾아왔던 곽경택 감독이 영화
<친구> 의 무게감을 벗어던지고자 승부수를 띄운 영화로 알고있
는 이번 영화 <사랑> 은 로맨틱하고 달콤하거나 감칠맛나게 사랑
을 띄워주는 에피소드는 등장하지 않는다. 곽경택 감독식의 하드
보일드식 영상미속에 번지는 가공되지 않은 결정, 그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사랑' 을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속에서 보여주는
채인호(주진모), 그의 사랑은 맹목적이고 한결 같다. 고집스럽고 변하지
않으며 자신의 맹세를 지키는 그의 사랑은 보는 사람이 고통스럽게
느껴질정도이다. 정미주(박시연)를 첫사랑으로서 그리고 상우(임성규)
와의 인연으로 재회하게 되면서 만나게 되는 그들의 운명은 현대신파
로 불릴정도로 태풍에 직면하게 된다. 상우가 상우의 어머니(이휘향)
에게 행패를 부리는 상황이 인호와 함께 있을때 클로즈업 되면서
뒷일의 불행을 예고하게 될때도 그들의 인연은 그렇게 절망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외톨이가 된 미주와 서로를 지켜주기로 약속한 인호
의 인연은 현세에 현신이라도 한듯한 둘의 사랑을 질투한 악마와
같은 치권(김민준)에 의해 커다란 위기를 맞게 된다. 곽경택 감독은
처음부터 순수하고 잔잔한 물결의 사랑을 원하지 않았다. 부산에
어울리는 사랑이라고 해야할까? 격랑이 치고 한치 않도 알수 없는
폭풍의 영역에서 몸부림치듯 격정적이고 필사적인 사랑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인호가 교도소에서 복역후
그에게 살아갈 힘을 실어준 유회장(주현)과의 인연후에 손에 쥘수
없는 사람이 되어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미주와 눈빛이 마주치는
순간 지독하게 꼬여버리고 신파적인 영화의 실체와 마주하게 된다.
가질수 없는 인연, 그러나 사랑이란 한 단어는 사랑에 모든 것을
바치는 남자, 채인호의 두 눈에 눈물을 흐르게 한다. 사랑에 울고
사랑에 웃는 거칠고 격정적이지만 누구보다 사랑에 약한 그 남자의
감성이 느껴지는 대사 '지랄같네....사람 인연' 그리고 소리내어
우는 그의 눈물에 내 가슴에도 격랑이 일었다. 영화의 전체적인
스토리는 확실히 식상하다고 말할정도로 익숙한 라인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스토리에 주목하지 않는다. 두 남녀의
사랑을 처음부터 끝까지 주목해 보라. 엇갈리는 지독한 인연...
그것을 현대 신파로 해석하는 이도 있으나 이 영화의 제목을
보라고 말하고 싶다. '사랑' 이다. '사랑' 이야기를 담고 싶은데
단조로운 평평한 길을 달릴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특별한 상황이
주어지지 않으면 그 사람의 사랑은 가슴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게 엇갈리면서도 그렇게 불행하고 한번도 행복을 누릴 기간을
가지지 못했으면서도 인호는 미주를, 미주는 인호를 사랑한다.
미주는 인호를 위해 무릎을 끓고 고개를 숙일 준비가 되있으며,
인호는 미주를 위해 자신의 목숨도 내 놓을 준비가 되어있다.
그리고 미주는 인호의 삶이 자신에 의해 죽음에 놓여지게 되어
있을때 자신의 목숨을 버릴 용기와 사랑에 확신이 있고, 그런
사랑을 믿고 '여자는 한순간이다.' 가 아닌 자신에겐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이라고 믿으며 절벽으로 몸을 날릴수 있는 준비가
된 인호의 미주에 대한 사랑의 불꽃이 결코 식지 않음을 보여준다.
영화속에서 초점을 맞춘 두 사람의 사랑은 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
이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말보다는 눈빛으로 감정으로 이야기하는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정말 '억수로, 많이' 이 영화속의 '사랑' 이 지독해 보였고,
슬퍼보였고, 그리고 현실적이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현실적이지
못하지도 않는 격정적인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
그 느낌을 이렇게 격렬하고 격정적인 몸짓으로 연기한 배우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이런 사랑한번 해보고 싶다는 감성 가득한
여운을 남기며 연인들 사이에서 외톨이로 돌아가는 나 자신에게도
용기를 불어 넣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