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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장 맘에 드는 공포영화 기담
jrs0610 2007-09-26 오후 12:22:04 1279   [1]

 요즘 따라 경성에 관련된 드라마나 영화, 소설, 연극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경성’이라는 곳이 어딜까? 경성은 근대 조선의 서울 즉, 서울의 옛 이름이다. 1930~40년대 우리나라가 아직 일제의 지배하에 있을 때 이다. 그 때의 ‘경성’은 일본의 제국주의가 막바지 안간힘을 쓰는 가운데 바다 건너 신문물의 유입이 한창이던 시대였다. 그래서 경성은 전근대적 윤리와 자유연애가 충돌하고, 서양식의 건축물들과 한국식 가옥들이 공존하며, 마차와 자동차가 같은 길을 다녔다. 그리고 서양식 근대화와, 조선 민중들의 빈곤이 극도로 양극화 되었고, 불안과 쾌락이 공존했었다. 그 중 하나 무려 ‘1942 경성 공포극’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경성을 트렌드로 한 첫 스크린 개봉작 <기담>이 있다. 영화 기담은 소설 ‘병원 기담’을 원작으로 한 영화이다. 이 <기담>은 제목 그대로 기이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기담은 ‘1979년 현재’의 노교수 정남이 1942년 ‘한생 병원’에서 일어난 이야기들을 회상하는 액자 형식의 구성 속에 3가지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3가지 이야기 속에 2번째 이야기에서 살짝 주인공이 ‘어린 소녀’로 바뀐다. 즉, 회상형식이 살짝 어긋난 것이다. 하지만 이는 가족들의 교통사고에서 혼자 살아남은 소녀의 이야기를 나타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을 듯싶다.

<기담>은 각각 스토리마다 ‘사랑’에 관련된 공포가 서려 있다. 하지만 여타 공포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사랑으로 인한 증오와 그에 관한 복수가 아닌 모든 에피소드의 귀결점이 ‘사랑이라는 것이다. 그로인해 ’아름다운 공포‘로 만들어 질수 있는 것이다.

 첫 번째 이야기는 시체를 사랑한 정남의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의 가장 큰 특징은 일장춘몽을 겪는다는 것이다. 그는 죽은 영혼과 영혼결혼식 후, 하룻밤의 꿈처럼 흘러가는 세월을 사계절의 순환 속에 나타내었다. 그 속에서 이야기는 극한의 아름다움을 관객들에게 보여 준다. 솔직히 나도 그 장면만큼 아름답던 장면이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시체 안치실은 어둡고 무서운 장소가 아닌 왠지 편안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았다.

 두 번째 이야기는 부모가 모두 사망한 교통사고에서 혼자 살아남은 소녀의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기이한 첫 번째 이야기와 애절한 세 번째 이야기 속에서 극한의 공포감을 선사 한다. 물론 이 이야기도 아름다우며 슬프다. 하지만 슬프다와 안쓰럽다는 느낌이 더 큰 것 같다. 그리고 비극적인 사건을 거친 소녀역의 고주연의 연기도 한 몫 한다. 어린나이에 다른 어른 배우들 못지않은 연기는 정말 감탄 밖에 나오지 않았다.

세 번째 이야기는 일본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서 정남을 비롯한 의학도들을 가르치는 인영과 동원 부부의 이야기 이다.  이 이야기는 동원의 ‘그때까지 아내에게 그림자가 없었던 것을 몰랐다’라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그로 인해 관객들은 인영은 일본에서 사고로 죽었고, 동원이 사랑한 건 그녀의 영혼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그리고 동원의 “영혼의 존재는 믿고 싶어요. 인간에게 영혼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너무 쓸쓸하지 않을까요?” 라는 말은 이 이야기의 주제인 것 같다. 하지만 이 세 번째 이야기도 다른 이야기들과는 다르게 병원전체가 연쇄살인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비슷한 시간에 일어난 세 가지 이야기들은 클라이맥스에 치닫는다. 그리고 반전의 반전을 거치면서 관객들이 내용 정리를 해야만 하는 필요가 있었다. 그렇기에 이해를 하지 못하면 재미가 없었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이야기를 보인 후 다시금 ‘현재의 노교수 정남’으로 돌아와 폐허가 되어버린 한생병원을 보면서 자신의 외로웠었던 인생을 돌아보며 죽는다.

 이 영화는 시각적인 아름다움(또는 슬픔, 사랑)과 사운드와 ‘한생병원’에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았다. 시각적인 아름다움 중 제일인 것은 정남이 일본식 다다미방에서 벚꽃이 날리는 병풍을 배경삼아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공포영화보다는 멜로에 더 어울릴 지도 모르겠지만, 이 장면으로써 <기담>은 더더욱 아름다운 공포를 나타내게 되었다. 또한

죽은 자와 대면하는 순간 펼쳐지는 매혹적인 장면들은 시각적인 자극을 통해 더욱 더 관객들의 정서를 자극 한다. 그리고 두 번째 이야기에서의 장중한 관현악 연주가 반복되면서 더욱 긴장감을 고조 시키며 긴장의 절벽에 서있는 관객들을 놀래 킴으로써 더욱 공포를 빛나게 해준다. 그리고 병원 시체 안치실에서부터 여러 가지 방들과 복도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옛 근대 병원의 모습을 전체적으로 완벽하게 재현해 놓았으며, 1930~40년대의 경성의 이중성을 반영하듯 서양식과 일본식 건축양식을 적절히 융합해 놓았다. 그리고 시체 안치실도 하얀 타일로 더욱 순수한 느낌과 음산한 느낌도 동시에 나타낸 것 같았다. 그리고 원색 주의의 인테리어와 약간은 한정된 느낌으로 인간의 심리를 나타낸 것 같다.

 영화<기담>은 ‘아름다운 공포’와 ‘사랑’이 한데 어울려져 있어서 한 번이 아니라 여러번을 봐야 더욱 느낄 것이 많은 영화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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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담(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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