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쓰 프루프>. 타란티노와 그의 절친한 영화적 동지인 로드리게즈 감독이 뜻을 모아 만든
<그라인딩 하우스>의 한편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로드리게즈의 <플래닛 테러>보다 먼저 개봉하였다.
<데쓰 프루프>는 정말 흔히 보이는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완전 100%B급 오락 영화이다.
다시말해 팝콘과 콜라를 들고 극장에 들어가 킥킥대며 볼 수 있는 그런 영화이다. 그는 이 B급물에
자신의 온갖 애정을 쏟아부어 만들었다. 영화 곳곳엔 이런 증거가 널려있다.
영화를 즐기는 몫은 1차적으로 관객의 몫이지만, 타란티노의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이 영화를 즐기는 것이
타란티노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는 이 영화를 만드는 걸 충분히 즐기고 있으며
너희들도 즐겨보아라는 식으로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영화 초반부는 여자 주인공들의 수다로 점철되어 있는데
하도 수다스러워서 제대로 보지않으면 읽기도 전에 자막이 지나갈 정도로 정신이 없다. 흑백화면, 이중편집,
화면의 잡티와 질 낮은 녹음 상태는 이런 B급 영화의 느낌을 한 층 더 살려주는 역할을 해
2시간 내내 아주 즐겁게 영화를 즐기게 해준다. 정말 신작이 기대되는 감독이다. 앞으로도 그의 영화놀이에
계속 동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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