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드니로의 연기야 예상대로 무척 훌륭했고 미셸 파이퍼 역시 좋았다. 영화에서 자신들의 역할과 영향력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잘 연기한 그들의 내공이 돋보였다. 주인공의 찰리 콕스 역시 인상적이었다. 초반의 어벙한 이미지 때문인지 완벽한 외모를 무기로 연기를 펼쳐나가는 타입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지만 안정감 있는 연기와 제 역할을 충분히 해내는 모습은 앞으로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방향은 전혀 다르지만 마찬가지로 판타지 영화를 통해 스타로 성장한 올랜드 블룸을 떠올렸다면 조금 이상한가. 클레어 데인즈는 10년 전 그녀가 출연한 ‘로미오와 줄리엣’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유난히 관심이 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은 무서운 법. 그 때의 모습을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는 나는 너무 늙어버린 그녀를 통해 시간의 경과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외모를 가지고 연기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숙해진 외모만큼의 연기력을 느끼긴 힘들었다.
제목의 영향 탓인지 왠지 별들의 전쟁이라도 할 것처럼 큰 스케일을 자랑하는 것 같지만 은근히 영화의 규모는 작은 편이다. 말 그대로 ‘별’의 이야기를 하고 우주의 일부분을 자주 비춰주지만 그들이 벌이는 공간이나 행동의 규모는 크지 않다. 하지만 나름대로 영화의 볼거리는 무척 많은 편이다. 셰익스피어 선장의 배는 물론이고 드넓은 초원을 가로지르는 마차와 젊음을 무기로 한 마녀의 마법, 그리고 공간을 뛰어넘으며 여기저기를 넘나드는 카메라 워킹은 충분히 볼만한 것들이다. 볼거리가 풍부함은 눈을 즐겁게 해주어서 고맙지만 이것들이 모두 내용과 밀접하게 뒷받침해주는 부분이라는 것이 더 고맙다.
한 편의 동화 같은, 어쩌면 뻔할 수 있는 이야기 중에 인상 깊은 부분이 둘 있었다. 하나는 이베인과 트리스탄의 로맨스고 하나는 트리스탄의 성장이다. 로맨스와 성장은 드라마나 영화를 떠나 어떤 장르의 이야기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주제고 또 그만한 관심과 재미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코드다. 이 영화는 그 로맨스와 성장이 주가 되지 않으면서 꾸준히 진행되는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물론 결국 긍정적인 결말을 이끌어내게 되고 과정이 조금 부실해도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몸에서 빛이 나는 유치한 로맨스와 급격한 성장을 은근히 바라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 방식이 얼마나 노골적이냐의 차이지 결국은 마찬가지란 생각이 든다.
흥행의 성공 여부나 작품성의 깊이를 떠나서 재미있는 영화 한 편을 본 것에 만족한다. 모두 잘 되기를 바라고 그렇게 될 것을 알면서도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한 편의 동화 같은 판타지의 묘미를 잘 보여주고 있다. 어느 작가가 만들어낸 판타지 세계에서 운명적으로 사랑과 성장을 이뤄내는 트리스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동화 같은 영화 <스타더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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