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조카에게 작은 잘못을 했을 때에도, "내가 정말 미안해"라고 진심을 담아 말하는 어른스러운 캐서린 제타 존스의 모습이었다. 그녀는 억지로 조카에게 "내가 널 위해 만든 요리를 먹으라"고 강요하지도 않고, "왜 내가 혼자남은 너를 돌봐주는데 고마워하지 않니"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내가 아직 서툴러. 그래도 노력할게."라고 말하는 어른. 어린 조카도 그런 캐서린 제타 존스를 좋아하게 된다. 당연하다. 믿고 의지하던 유일한 사람인 엄마를 갑자기 사고로 잃은 불행을 겪은 상황에, 때마침 환상적인 미모를 지닌 여자가 나타나, 홀로 남겨진 자신을 "짐스러운 조카"가 아닌 귀한 한 인간(가족)으로 대해주고, 염려하고 사랑해주는데,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된 건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캐서린 제타 존스도 처음부터 그런 어른스러운 행동을 하는 인물은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이 만든 "최고의 요리"를 맛없어하는 고객에겐 "그럼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시죠?"라고 묻는 대신 차갑게, "그들이 맛에 대해 뭘 알아!"라고 말하며 비웃는 독선적인 인물이었다. 자신이 장악하고 있는 주방에서 모든 게 원리원칙대로 되어가지 않으면 몹시 불쾌해하고 화를 내던 인물이었다. 그런 그녀가 조카에게만은 예외로, 자신의 요리스타일을 포기하고라도 그애가 먹을 수 있는 것을 만들어주고 싶어하고, 여러가지로 노력하고 있음에도 자신을 비난하는 조카에게도 매몰차게 대하기는커녕, 어머니를 잃은 큰 상처 때문일 거라고 걱정하며 그 마음을 헤아리려 애쓴다.
그런 "혈육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과 때마침 등장해 조카와의 어려운 관계맺기를 도와준 한 남자(아론 에크하트)에 대한 끌림 때문에 그녀가 전혀 다르게 변해간다는 설정이 조금 설득력이 약하다고 느껴지지만, 어쨌든, 기대를 너무 많이 하지 않는다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다. 아, 아론 에크하트가 캐서린의 조카를 위해 만든, 바질을 얹은 토마토스파게티 먹고 싶다. 역시, 요리사가 주인공인 이 영화엔 티라미스 케잌이라든가, 여러 가지 소스를 얹은 생선요리 등 더 화려한 요리들도 많이 등장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게 그 단순한 기본요리인 토마토소스 스파게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