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다시금 영화로 만드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지만 언제나 상상이상의 실화를 담고 있고 화려한휴가 역시 무겁고도 슬픈 역사를 담고 있다.
살면서 듣고 배웠다. 언젠가 전두환의 집권시절 광주를 세상으로부터 봉쇄하고 참혹한 살육을 했다는 것을, 영상이란 그런것일까 말로만 들은 광주민주화운동을 눈으로 보니 그 사태가 훨씬 내 마음을 울렸다. 극장을 나서는 관객 모두는 눈에 한움큼 눈물을 안고 있었고, 나역시 굉장히 많은 눈물을 흘려 영화가 끝날 땐 멍한 상태였다.
화려한휴가는 굉장히 할말도 많고 감명깊어서 뭐부터 써야할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이건 대한민국 영화고 대한민국 아래에서 일어난 일이며 그 자체가 슬픔이었다.
총칼로 서로를 때리고 죽이는 가운데 언제나 애국가가 울렸고 태극기가 휘날렸다.
군인이고 시민이고 할 것 없이 시내에 울려퍼지는 애국가에 모두 한쪽가슴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그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시민들은 참사를 당했다.
죽은 시민들 손엔 태극기가 쥐어져 있었다.
시민들은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었으며 국기를 보며 충성을 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런 시민을 몰살시키는 군인은 곧 국가였다.
이 영화의 굉장히 좋은 것은 엄청나게 슬프고 참혹한 현실을 알리면서도 그 무거운 소재를 안고 있으면서도 그리 무겁지만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린 영화를 보며 많이 울기도 했지만 많이 웃기도 했다.
그 시절 그 순수한 광주 시민들의 모습에, 그 즐겁고 화려한 광주의 모습에 참 많이 웃었다.
그들도 웃었다. 결전의 날을 앞두면서도 죽음의 두려움에 싸워가면서도 그들은 환하게 웃으며 단체사진을 찍는 사람들이었다. 두렵고 무섭지만 재밌는 농담을 주고 받으며 웃던 사람들이었다.
난 이 영화를 보고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많이 있는데,
군인과 시민이 대치한 모습에서 군인이 물러날 것이라 알고있는 광주시민들이 군인들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우스갯소리를 하는데, 그렇게 무섭고 위협적인 군인들도 시민들의 농담에 함께 웃는다.
그리고 곧 시민들은 몰살을 당하는데, 그 장면이 정말 잊을 수 없을만큼 슬펐던 기억이 난다.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그 내용자체에 소름이 돋을만큼 묘한 느낌을 받은 나였다.
우리나라 사람만이 알아듣고 웃을 수 있는 우스갯소리였고, 농담 하나로 다같이 웃는 대한민국 사람들이 그렇게 서로를 죽이는 모습이 어떻게 슬프고 충격적이지 않을 수 있을까.
그리고 조연 둘이 각자의 고향을 바라보고 절을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거기에서 다시금 한번 느끼게 해주었다. 이들은 광주를 지키겠다는 명분을 갖고 싸우지만 이들도 각자의 고향이 있고 그냥 그때에 광주에 살고 있던 것 뿐이었다. 다시금 그 사실을 느끼자 그들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졌다.
누구보다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은 이들이었지만 누구보다 죽음의 두려움에 떨고있던 그들이었다.
평화롭게 살던 시민들이 왜 그렇게 총을 쥐고 죽음과 맞서 싸워야 할까
참 생각할수록 슬픈 현실이었다.
그리고 영화 마지막에 이요원이 트럭위에서 확성기로 시민들에게 외치는 장면이 있었는데,
내가 생각나는대로 내용을 적어보자면
"여러분 지금 사랑하는 우리 형제 자매들이 계엄군의 총칼에 죽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끝까지 광주를 지켜낼 것입니다. 우리는 최후까지 맞서 싸울 것입니다"
라고 외치는 장면이 있었는데, 맨 마지막부분에 이 장면이 한번 더 나왔다.
그리고 전엔 없었던 대사 한줄로 난 이 외침이 광주 시민들이 아닌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하는 외침임을 알고 소름이 돋을 정도로 새롭고 놀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