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단풍 속에 녹아든 슬픈 사랑이야기....
결혼 준비를 위해 백화점 앞에서 만나기로 한 현우와 민주. 그러나 현우는 일이 바빠 늦게 가야만 했고, 민주는 백화점에 혼자 가길 꺼려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백화점은 '삼풍백화점'. 이렇듯 우연한 몇 개의 상황이 조합되어 비극은 그렇게 찾아왔다. 백화점이 무너지는 걸 목격한 현우는 그 아픔을 가슴에 묻은 채 일에 파묻혀 지냈고, 그러던 어느 날, 현우 앞에 '민주와 현우의 신혼여행'이라는 제목의 다이어리가 도착한다.
어쩔 수 없이 당분간 쉬게 된 현우는 그 다이어리에 나와 있는 대로, 민주가 이끄는 대로 여행을 시작한다. 찬바람이 부는 쓸쓸한 혼자만의 가을 여행. 그런데, 가는 곳마다 한 여인이 우연히 계속 동행을 하게 되고, 그 여인의 입에서 민주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녀, 세진은 바로 10년 전 백화점 붕괴 현장에서 민주의 마지막을 함께 했던 여인이다. 현우는 세진에게서 민주의 모습을 보고, 또 세진은 현우에게서 민주를 느낀다. 이렇듯 혼자서 시작한 여행은 둘의 동행이 되고, 사실은 세 명이 함께 하는 여행이 된다.
영화 <가을로>는 계속해서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민주의 나래이션이 흐르고 그 공간에 현우와 세진이 들어온다. 떠나는 배를 보며 발을 동동구르는 민주가 떠나면 바로 그 현장에 세진이 뛰어 들어오는 식이다. 그리고 세진은 민주의 말을 마치 자신이 하는 것처럼 동화되어 읊조린다. 현우도 여전히 민주의 그림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영화는 그러다보니 살아 남은 두 명보다는 민주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 흘러간다. 아니 그렇게 느껴진다. 그러다보니 언뜻 희망을 그리고 있는 것 같은 마지막 장면도 둘만의 새로운 길이 가능할지 위태위태롭다.
사실 아름다운 멜로인 이 영화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이 땅의 풍요롭고 여유로운 가을 풍경에 있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가을 풍경이라는 생각도 들 정도로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의 가을은 참 아름답다는 걸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 가을의 이별은 더 슬프게 느껴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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