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만을 그것도 해피한 결말만을 고집하는
마이 와이프의 영화편식을
간단히 체질개선시킨 “본 시리즈”
고고하신 그분은 고고씽하시어
본 시리즈를 3일 연짱으로 감상하시고
성이 안차 장모님까지도 구워삶아 재상영하고
급기야는 일가 친척, 친구까지 동원하니
알바도 그런 우수 알바가 없으시다.
그 무섭다던 구전 마케팅에 끝을 보여 주는 현란한 솜씨와 불굴의 집념.
만약 맷 데이먼이 와서 보험상품을 팔라하면
우리 마누라는 10년간은 깨기 힘든 하늘 높은 판매액을 올린
올해의 보험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상을 하게 할 정도로,
“본” 시리즈는 얌전한 아내를 놀랍게 변신시켰다.
동시에
오공 본드만큼이나
첩보원의 모습을 딱 붙여 고정시킨“007”제임스 본드의 식상함과
현실적인 것에는 아무 상관도 하지 않은 3차원적 이질감,
알고 싶지 않은 파워 레인져급 신무기와
누가 맡든 늘 똑 같은 본드 걸에 넌덜머리나
결코 몰입하지 못하고 방황만하던 내 대책없는 욕구와 불만도
마침내 종식시키고 말았다.
“첫 끗빨”이 “개 끗빨”이 되는 경우를
꼭 도박판이 아니더라도 얼마나 많이 보아 왔던가….
영화판도 다를 리 없으니
“매트릭스”처럼 갈수록 힘에 부치거나
“터미네이터”처럼 막판에 엎어지거나
“로보캅”처럼 B급으로 소리없이 사라지기가 쉬운데…..
하지만 본 시리즈는 비아그라 드신 이의 사그러지지않는 열정과도 같이
그 열기와 흥미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강력한 쓰나미급의 작품성을 지닌
그 세번째 이야기 “본 얼티메이텀”으로 돌아왔다.
소녀의 감성을 마냥 그리워하는 말랑말랑 멜로 애호가를
열혈“제이슨 본”광팬으로 만든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와 사실적 무지방 액션,
나이 성별을 불문하고 마구 끌어들이는 심리의 블랙홀적 긴장감은 두 말하면 잔소리고,
액션 블록버스터의 전형이 될만한 모든 것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만족하지 않고
“넌 도대체 뭐니?”라는 학생시절 각 과목 선생님들이 철없던 나에게 자주 애용하시던
철학적 질문까지 포함하고야만 이 겁나는 작품 “본 얼티메이텀”에
10점 만점에 10점 전부를 주고도 경품까지 챙겨 주고 싶은
“we are the world”스러운 희생 정신이 생김은 무슨 이유일까?
군 복무시절
유난히도 비가 많이 오던 그 여름철
짝대기 두 개 달고 열심히 팠던 구덩이를
매우고 다시 파고 또 매우는
이해 못할 선문답식 무대뽀 명령에
“머리를 비워야 산다”라는 득도의 경지에 올라
말없이 순종하던 그 때가 갑자기 생각남과 동시에
고참들의 세세하면서도 친절하시던 각종 신체단련 프로그램 중
그 대미를 장식했던 화이바(철모) 헬리콥터에 승선해
뱅글뱅글 돌며 자연스럽게 품어왔던
“나는 도대체 누구일까?”라는 인간 본연의 질문이
이 영화의 주인공 제임스 본이 3편을 종횡무진하는 이유임을 불현듯 알게되었다.
아무튼 어쨌든 나의 이런 쓸데없는 동질감을 뒤로하고
본은 드디어 그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결국 찾지만
자신의 신념과 애국심으로 수행해왔던 첩보원으로서의 역할이
본래의 취지와 거리가 한참 먼 남태평양 오지를 떠돌고 있음에 허탈해하며
우리나라 속담 “아는게 병이다”를 자진 모리 중간 모리 랩하시며 유유히 사라지신다.
마지막 장면인 빌딩 위에서 요원과의 대치 씬 중
자신을 겨눈 요원의 “왜 날 죽이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대한
본의 대답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당신도 날 죽여야 하는 이유를 모르잖나, 저들이 만든 우리의 모습을 봐..”
이 얼마나 존재론적 깨달음의 응답이 아닐쏘냐……
이 장면을 보며 뜬금없이 신문을 도배하고 있는 정치판의 주역들이 생각났다.
젠장할 그 깨달음은 저들이 해야 하는데…..애꿎은 맷 데이먼만………
물론 이 정치적 열반의 경지를 그들에게 요구하면
“너나 잘하세요~”하며 기름값에 국민연금, 보험료까지 올리며 무시하겠지만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본 얼티메이텀”을 제대로 좀 보라고 말하고 싶다.
실정에 실정을 거듭하는 위정자들이 이것을 보고
제이슨 본 만큼이나 자신의 본질과 본분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노력하면 얼마나 좋을까?
누구를 위해 왜 정치를 하는지 그들이 왜 국회에 있는지……
곰곰히 숙고하며 일하면 얼마나 해피할까?
군 시절에 그랬듯 자신을 비워가며 현실에 순응하는게
이 나라 국민인 나의 일상일테지만
국민에게만 아끼고 비우라고 하는 ‘있으신’ 분들이 몹시 원망스럽다.
국민들의 심정과 상황을 등한시 하는 그 태만함을 보면
그들에게 “제이슨 본”같은 사람을
개 풀어놓듯 풀어 보냈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아진다.
어디를 꺾거나 때리는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주둥이라도 꼬집게 하고 싶다.
아주 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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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초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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