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엔 '제임스 본드'가 있었다면 21에시에는 '제이슨 본'이 있다.
아직 <007>시리즈는 끝나지 않았지만 과거에 그 카리스마는 이미 해저로 가라앉은지 오래다.
이제 새시대가 열렸으니(근데 마지막? -_-) 그 이름은 '제이슨 본'이다.
2002년 홀연히 나타난 '제이슨 본'은 화려하진 않지만 짧고 굵은 액션과 기억상실증에 걸렸음에도
용의주도함과 숨겨진 실력을 발휘하며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기 시작한다.
바로 자신(Identity)을 찾기위한 <본 아이덴티티>.
2년뒤인 2004년 그는 아직 다 찾아내진 못했지만 사라진 어두운 기억을 감추고 행복하게 살려하지만
그 역시 쉽지 않다. 그는 도대체 그 기억이 어떤 것이기에 나를 방해하려는지 알아내려
절대권력(Supremacy)에 홀로 맨몸으로 맞선다. <본 슈프리머시>.
2007년 이제 그는 자신의 기억을 찾기 위한 궁극의 결말(Ultimatum)을 지으려 한다. <본 얼티메이텀>.
<본> 시리즈의 완결편인 <본 얼티메이텀>이 개봉됐다. 2002년 조용하게 등장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덕 리만'감독의 <본 아이덴티티>는 여타 첩보 스릴러와 그리 크게 다르진 않지만 약간은 색다른 컨셉을 잡는다.
화려한 액션과 최첨단 장비를 동원한 추격과 정보 수집으로 이미지화 되버린 첩보 스릴러 장르에서
<본 아이덴티티>는 액션면에서 화려함을 없애며 별다른 화면효과 없는 액션으로 비교적 수수한 액션을 보여줬다.
정신없는 총격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소림사 무림고수같은 화려한 손발놀림으로 적을 제압하는 것도 아니다.
(이랫던 덕리만 감독은 후에 그 요란법석한 액션물 <미스터&미세스 스미스>를 감독하게된다.)
그리고 속편 <본 슈프리머시>에선 '폴 그린그래스'감독이 메가폰을 잡게 된다.
전편에 이어지는 스토리에 액션을 붙였다. 스피드한 카 체이싱 장면도 넣었고 액션도 더 부각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좀 더 풍성해지면서 탄탄해진 스토리라인도 좋았다. 개인적으로 전편보다 낫다고 판단한다.
소설이 원작인 이 시리즈는 '제이슨 본'이라는 인간병기 캐릭터에 촛점이 맞춰져있다.
그를 통해 미국의 야욕이나 인간의 잔인성, 그리고 부패한 권력을 보여준다.
어떻게 보면 FBI보다 무서운 조직인 CIA에서 비밀조직을 만들어 비밀스런 작전을 수행하면서
미국에 해가되는 인물들을 내외국인 상관없이 암살해버리는 프로젝트라니...
<본 얼티메이텀>의 내용은 위에 말한 것과 같이 제이슨 본이 숨겨진 기억을 찾으려는 역경의 결말이다.
이번편에서도 역시 전편과 이어져있고 처음부터 계속 스토리를 이어가기 때문에 전편을 안본 사람은
어느정도 영화의 이해에 어려움이 있을듯하다. 제이슨 본의 배경정도는 알고 보는것이 괜찮을 듯.
역시나 빼놓을 수 없는건 액션이다. 초반에는 그리 많이 나오진 않지만 중반부터 굵직한 액션씬들이 나온다.
액션신들은 영상효과보다는 카메라 웍을 굉장히 역동적으로 하면서 화면전환을 빠르게 해
정신없고 속도감있는 액션장면을 연출했다. 이부분은 상당히 인상적인데 화려하지 않게 화려한 연출을
굉장히 효과적으로 해냈다. 그리고 편집없이 원테이크로 진행되는 액션도 상당한 리얼감에 한몫한다.
사실 나는 이 영화를 굉장히 기대했었다. 전편들을 모두 흡족해하며 보았기에 이번편도 상당히 기대를 많이했다.
결론 부터 말하지면 개인적으로는 살짝 기대에 못미쳤다. 기대가 컷던 탓이었을까. 액션은 충분했다.
다만 내가 <본>시리즈를 좋아했던건 액션보다는 스토리와 '본'이라는 무적의 캐릭터였다.
<본 얼티메이텀>에서의 스토리나 '본'의 캐릭터성이 죽은건 아니었으나 전편만큼은 아니었다.
스토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짜맞춰가는 것이 아니라 제이슨 본이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기까지의
과정을 그냥 물흐르듯 이야기하는듯하다. 그것도 좋긴하지만 아무래도 스릴이 약간은 떨어지는 감이있다.
액션의 스릴이 아니라 스토리 전개의 스릴말이다.
'제이슨 본'의 용의주도함과 치밀함은 변함이 없으나 뭔가 이렇다할 전편만큼 강력한게 없다.
전체적인 느낌이 마치 축구로 치면 후반 5분만을 남겨놓은 상황같다고 할까.
분명 시합의 가장 중요한 시간대이긴 하지만 좀 더 멋진 순간이 나올듯 말듯 하면서도 안나오지만
괜히 손에 땀을 지게 하는 그런 분위기 말이다.
종료휘슬이 울릴때 교차되는 만감이 이 영화의 엔딩에서도 느껴진다.
뭐랄까 허무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기도 하면서 설마설마 하면서 왠지 이렇게 끝나는 것도 괜찮은듯하고
참 애매한 결말이다. 엔딩을 보고 몇분간 이 느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고민했다.
느끼는대로 받아들여야하지만 내가 어떻게 느끼고있는지조차 모를정도 였으니...
하지만 절대 영화를 재미없게 봤다는 것은 아니다. 재미는 있지만 기대만큼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전편을 워낙 재밌게 보고 기대감이 높았던 탓이 컷을것이다. 액션씬의 연출만큼은 전편보다 좋았다.
슬로우 모션이나 영상효과가 아니라 카메라웍만으로도 충분히 멋지고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폴 그린그래스 감독과 올리버 우드 촬영감독에게 경의를 표한다.
<본 얼티메이텀>은 국내 개봉과 동시에 그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핫샷 데뷔했다.
매년 초강세를 보이던 추석을 겨냥한 한국 코메디 영화를 제치고 말이다.
올해 <본 얼티메이텀>은 첩보 스릴러물의 독보적인 존재다. 올해 흥행영화들을 보면 거의 대부분이
어드벤쳐, 판타지, SF등 CG로 뒤범벅된 거대예산의 영화였다.
90년대부터 헐리웃을 주름잡던 그런 액션 블록버스터나 스릴러가 아니었다.
<다이하드 4.0>이 분발했지만 국내반응은 <디워>와 <화려한 휴가>에 밀려 빛을 보지못했다.
이런 CG 범벅의 영화들 사이에서 리얼 액션과 손에 땀을 쥐는 스릴로 무장한 이 첩보 스릴러를
기다려온 관객들이 많았을 것이다. 거기에 전편들의 후광이 대단한 속편이 개봉하니 기대감은 더 컷을것이다.
액션 블록버스터에서도 CG가 판치는 이때에 CG가 아닌 스턴트로 액션을 구현해 정말 리얼 액션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거기에 강점이 있고 매력이 있다. 그리고 '제이슨 본'이라는 이 평범한 외모에 놀라운 능력을 보이는 캐릭터.
'제임스 본드'나 '존 맥클레인' 같은 과거의 액션 히어로는 이미 지고 있지만 '제이슨 본'은 뜨고있다.(시리즈는 끝났지만)
평범하고 전혀 강해보이지 않은 '맷 데이먼'이란 배우를 초강력 인간병기 캐릭터로 만들어 버린 <본>시리즈는
첩보 스릴러 장르에 작지 않은 족적을 남겼다.
소설을 원작으로 했기때문에 소설도 끝난 시점에서 속편을 기대하긴 어렵겠지만 왠지 속편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다. <007>시리즈 처럼 각 편마다 부제를 달고 나오면서 제이슨 본의 활약상을
보여줄지도 모르겠다. 근데 더이상 제이슨 본이 첩보원을 계속할런지...
국내엔 추석을 겨냥한 코메디 영화, 가족 영화가 줄을 서있고, 여름에 헐리웃의 블로버스터를 피해 개봉을 미뤄오던
영하들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어 <본 얼티메이텀>의 흥행이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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