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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호크 다운'을 보면 여타 다른 전쟁영화에 들어있는
철학이나 사상들이 배재된채 전쟁속의 전투만을 다룬 영
화입니다. 맞습니다. 이 영화는 전쟁영화가 아니라 전투
영화입니다. 왜 전쟁이 일어났는가, 미국은 어떤 이념을
가지고 이 전쟁에 참가했는가, 소말리아 주민들이 왜 미
군을 죽이려 하는가에 대한 전후 사정을 전혀 밝히지 않
고 오로지 미국의 특수부대와 소말리아 민간인이 벌이는
전투만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약 2시간 20분의 상영
시간 중 초반 30분을 제외한 나머지는 오로지 전투만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기서는 사람들이 헐리우드
영화에 기대하는 미사일도 안 나오고 멋진 전투기가 나오
지도 않습니다. 대신 군인들과 소말리아 사람들, 영화의
제목과 같은 헬기 '블랙 호크'(영화의 제목은 '블랙 호
크'가 추락해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뤄서 '블랙 호크 다
운' 된 것 입니다.) 그리고 몇 대의 험비와 탱크, 바주카
포(?)가 나옵니다. 이렇게 말씀 드리면 스케일이 작다고
미리 실망하실지 모르지만 대신 좁은 장소에서 보여주는
전투나 시가전들이 정말 대단하게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초반 20분을 담당하고
있는 오하이오 상륙 작전을 1시간 반 동안 보여준다고 말
할 수 있을까요? 앞뒤좌우에서 쉴세 없이 터지는 총알 소
리와 수류탄 소리, 잔인하게 죽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정신이 없을 정도입니다. 사운드는 진짜 말할 것 없이 끝
내주고요, 영상도 굉장합니다. 바주카포가 발사되어 건물
에 박히는 장면이나 헬기를 맞추는 장면은 진짜 어떻게
촬영했을까 궁금증이 일어나도록 가까운 거리에서 보여주
더군요. 전체적으로 내 자신이 그 전쟁터에 있는 느낌을
받도록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라이언 일병 구하
기'의 전투보다 약간 떨어진다고 생각이 드는게 영화의
색감이 너무 MTV적인 것 같아서 완전하게 몰입이 안되더
군요. 필름의 40% 정도를 탈색시켜 그 당시 찍어놓은 다
큐멘터리를 연상시키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먼저 봐
서 그런지 비교가 됐습니다. 장면연출도 너무 멋있게 해
놔서 인지, 정신이 없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보다는 좀
더 꾸민 티가 나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한 마디로 혐오
감이 들어야 할 장면이 너무 멋있는 것이 이 영화의 단점
이라고 생각합니다. '리들리 스콧'이 요즘 만드는 영화톤
이기는 하지만...
전투가 계속되는 장면을 담고 있어도 무작적 총 쏴대고
수류탄 날려대는 전투기계를 다룬 영화가 아닌 영화 속에
나오는 군인들의 심리 묘사가 잘 나타난 영화입니다. 세
계에서 가장 유명한 군대의 하나인 델타포스와 레인져의
군인들도 전투에 나가기 전 사람을 한 번도 쏴본 적 없다
고 말하는 장면이나 전투에서 어리둥절한 군인들의 모습,
위기에 빠진 전우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치는 군인들,
죽어가는 전우들을 바라보며 안타까워하는 모습등 너무
나 인간적인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멋지게 누굴 저격
하거나 암살하는 장면이 아닌 기관총 소리에 귀가 멀어서
정신 없어도 끝까지 살아 남으려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
지요...
영화가 군인들의 시점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미군들의 희
생만 크게 부풀리냐는 말도 있지만 미군대신 한국군이
그 자릴 대신해도 한국만세라는 말을 들을 것 입니다.
결코 미국 만세를 외치는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이 영화는 순전히 전투에 관한 영
화입니다. 이념이나 사상을 떠난 전투 그 자체만을 담고
있기 때문에 전투의 생생함을 느낄 수 있고 더불어 전쟁
의 무서움을 더 크게 느낄 수 있습니다.
꼭 한번씩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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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호크 다운(2001, Black Hawk Down)
제작사 : Jerry Bruckheimer Films, Columbia Pictures, Revolution Studios / 배급사 : 콜럼비아 트라이스타
수입사 : 콜럼비아 트라이스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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