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 액션물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걸작' [본-아이덴티티] [본-슈프리머시] 가 드디어 최종편 [본-얼티메이텀]으로 화려하게 돌아와 만장일치의 기립박수를 받고 퇴장했다.
로버트 러들럼의 3부작 동명 원작소설의 정수는 그대로 이어받은 채 기품과 힘은 오히려 소설을 능가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 영화는, 없는 적도 만들어 죽이다 못해 이제는 욕까지 얻어 먹으며 재탕 삼탕하던 '스파이 액션' 장르를 낭떠러지에서 완벽하게 구출했다.
진압군과 시위대가 뒤엉킨 북 아일랜드를 그렸던 명작, [블러디 선데이]의 감독 답게 복잡한 플롯과 반전이 미덕이라고 여겨지던 '스파이물'을 전쟁영화보다 치열하고 하드보일드 액션 영화보다 뜨겁게 그려낸다.
이제는 안하는게 차라리 나은 반전효과나 어줍잖은 복잡함은 모두 쳐내버리고 절박한 심정과 순결한 목적만이 살아 꿈틀대는 "진짜 ACTION" 영화를 보는 쾌감은 영화팬들에게 더 없는 기쁨이다. 도망치려는 자를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돌진해 들어오는 자를 쫓아가는 행위는 너무나 숨가빠서 매혹적이다.
잡아야 하는 것인지 막아야 하는 것인지 분간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007 같은 첨단무기 하나, 도와주는 이쁜 girl 하나 없이 발과 두주먹으로 차례로 하나씩 무너뜨리며 다가오는 그의 모습은 오프닝의 순간부터 끝날 때 까지 아드레날린의 과다 분비를 촉진한다.
액션촬영의 1인자인 올리버 우드는 이 영화에서 관객으로 하여금 마치 제이슨 본의 등 뒤에 딱 붙어 그 좁은 공간에서 함께 주먹을 팍 내밀고, 함께 모로코 탕헤르의 가옥들을 뛰어넘고, 함께 뉴욕에서 숨막히는 자동차 추격씬을 벌이는 착각을 불러 일으킬 뿐만 아니라 상대의 주먹이 내 명치에 꽂히는 듯 하고, 뛰어내린 창의 유리파편에 반사적으로 고개가 홱돌아가게 하고 자동차의 충격이 발끝에서 부터 전해지는 듯한 '아주 쌩 날' 것의 느낌까지 고스란히 전해준다.
앞의 두 편에서 서서히 조금씩 드러났던 그의 '자아찾기'의 진짜 명분이 [본-얼티메이텀]에 이르러 완성되기 시작하면서 관객들은 미처 기대하지 못했던 순수한 감동과 인간승리에 짜릿함이 배가 됨을 알게 된다. 미식축구에서 공격수가 터치라인을 향해 수비수들을 하나씩 들이받고 달려가는 것 같은 저돌성은 상상하는 것 보다 훨씬 강력한 형체를 띄고 있어서 더욱 잊지못할 쾌감으로 다가온다. 마지막에 적의 심장부에 파고들어 날리는 강력한 뒤통수 한방은 이런 액션영화에도 카타르시스가 가능하구나 하는 낯설지만 짜릿한 쾌감을 남김 없이 선사한다.
그가 그렇게 한 곳만을 보고 달려가는 이유가 음모를 파헤치거나 대의명분을 위해서가 아니라 100% 오로지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서라는 점은 낯간지럽다기 보다는 오히려 너무나 인간다워서 멋지고 아름답다.
죽일 수 있었는데도 살려뒀던 킬러가 제이슨본에게 총구를 겨누며 이렇게 말한다. "그때 왜 날 죽이지 않았나......." "자네는 나를 죽이려는 이유를 알고 있나? 우리 모습을 봐. 저들이 만들어 놓은 우리의 모습을.."
제이슨 본, 자신의 본명이 데이빗 웹 이라는 사실을 찾기 위해, 그리고 자신이 정부의 1급 킬러가 된 이유가 결코 자신 스스로 원한 것이 아니라는 것만을 증명하기 위해 그 먼길을, 지구촌의 셀 수 없이 많은 도시를 달리고 또 달려 여기까지 왔다. 지울 수 없는 살인의 기억들, 그리고 혼을 쏙 빼놓는 깊은 죄책감. 그것들을 속죄하고 자신을 용서하기 위해 여기까지 달려왔을 뿐이라는 마지막 엔딩의 저 낮은 목소리, 그리고 만감이 교차하는 심연같은 눈빛은 필자가 맷데이먼 이라는 배우를 다시 한번 사랑하게 하고 평생 잊지 못하게 만든 순간이었다.
고독하고 쓸쓸한 사상 최강의 왕따 스파이. 자기 자신의 순수함을 찾기 위해 달려온 지난 7년간을 마무리 하는 엔딩씬은 필자가 보아온 어떤 예술영화의 의미있는 엔딩보다도 감동적이고 살아 숨쉰다. 평단과 관객 모두, 없는 엄지손가락을 더 만들어서라도 치켜 세워주고 싶은 훌륭한 걸작 스파이 액션물 [본-얼티메이텀] 3부작. "있어 보이는" 영화가 아니라 "진짜 뭔가가 있는" 영화를 수년동안 기다려왔던 필자에게 기쁨과 아쉬움이 밀려온다.
세편 모두, Moby의 Extreme way로 엔딩을 장식하는 우직함 앞에서 필자는 관객이 모두 떠나고 나서도 그 아쉬움에 한숨에 일어서질 못했다. 이제 세상에서 가장 멋진 자동차 추격씬을 볼 수 없다니.. 왠일이니.. 이런 말도 안되는 아쉬움은..
Filmania crop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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