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한 사내가 있다. 성공한 기업가이자 존경받는 사업가이며, 자상한 남편이고, 딸에겐 따뜻한 아버지다.
지역사회의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는 등 모든 면에서 완벽해 보이는 그에게도 남에게 말할 수 없는 고민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연쇄살인마가 그 자신이라는 사실이다. 그는 연쇄 살인의 쾌락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중독자 모임까지 참석하는 등 2년 동안 살인을 멈추었지만, 내면에 도사린 어둠의 유혹을 끝내 이기지 못하고 다시 살인을 저지르고 만다. 사진을 찍히는 치명적인 실수와 함께.
이 영화는 보통 연쇄 살인마를 다룬 영화가 살인마의 광기에 집중하는 것과는 달리, 살인마 내면의 분열에 초점을 맞춘 독특한 느낌의 스릴러 영화다.
또한 미스터 브룩스는 다른 살인마와는 달리 스스로가 연쇄 살인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도
뚜렷하게 구분된다. 그는 철저한 사전 조사와 과감성, 뛰어난 기술력으로 단번에 목표물을 처리하지만
그 이면에선 평온과 용기를 달라며 신에게 기도를 올리는 구도자적 모습을 보인다.
냉혈한 살인마와 평온을 추구하는 구도자. 이 두 가지 이중적인 모습이 모두 미스터 브룩스 본연의 모습이라며
영화는 관객에게 제시한다.
이제 브룩스는 살인을 하도록 자신을 계속 부추기는 내면의 어둠과 절연해야 하는 동시에 자신에게 던져진
몇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살인의 쾌락에 동참하고 싶어하는 목격자를 처리(?)해야 하고, 급작스레 대학생활을
중단하고 돌아온 딸에게 드리워진 자신의 그림자도 지워야 한다.
더불어 그는 자신을 추격하는 열혈 여형사 앳우드에게 묘한 매력을 발견하는데,
앳우드는 전남편과 탈옥에 성공한 흉악범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이다.
브룩스는 앳우두의 골치 아픈 문제까지도 자신이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받아 들인다.
이렇듯 영화는 미스터 브룩스를 둘러싼 가장 중심적인 얘기를 흐트러트리지 않으면서도
그를 둘러싼 주위 얘기들도 놓치지 않고 섬세하게 포착해 낸다.
또 이 다양한 얘기들은 서로가 분리되어 흘러가지 않고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보는 관객의 집중력을 저하시키지 않는다. 한마디로 꽤나 잘 만들어진 웰빙 스릴러물이라고 할 수 있다.
간만에 우리 앞에 모습을 보인 케빈 코스트너의 냉정함을 잃지 않는 연기도 좋았고,
미스터 브룩스 내면의 어둠인 마샬을 연기한 윌리엄 허트의 연기도 호평 받아 마땅하다. 특히 브룩스와 마샬의 조화는 그 자체로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면 데미 무어의 여형사 연기도 그럭저럭
평가해 줄만하다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브룩스와 딸의 관계였다. 연쇄 살인은 환경에 좌우되는 것일까?
유전적 요인에 좌우되는 것일까? 자신의 피를 물려 받은 딸, 자신에게 살인 쾌락의 유전자를 물려 준 아버지는
서로에게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 브룩스의 꿈에 보인 딸이 아버지를 죽이는 장면은 혹시 미래에 대한 암시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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