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역사 속에서 일본과 일본인은 어떻게 쓰여져 있는지..., 그리고 그 역사를 배운 한국인의 기억 속의 일본과 일본인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을까? 복잡한 역사를 잠시 접어두고 서라도 지극히 분명하고 단순한 사실은 고통과 아픔의 한국 역사 속엔 언제나 일본이란 나라가 우리와 함게 하였고 가장 가깝지만 가장 멀게 느껴지는 이유 또한 우리가 기억하는 "일본"의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2009 로스트 메모리즈" 라는 영화는 바로 일본과 관련된 한국의 역사를 주안점으로 하며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사건이 미수로 끝나게 되며 한국의 또는 일본의 역사가 새롭게 쓰여지게 된다. 한마디로 이 영화의 시작과 키포인트는 "역사 뒤집기"이다.
지금까지 1909년 이후로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역사를 백지화 하고 <2009 로스트 메모리즈>가 그려나가는 1909년 이후의 역사적 사실을 인지하여 보자. 영화가 잘 만들어지고 못 만들어지고를 떠나 한편의 영화가 주는 문화적 역사적 충격과 일본에게 적개심을 가진 한국인이건 잘 사는 나라 일본을 동경 어린 눈으로 보아온 한국인이건 이 영화의 소재가 주는 특이성과 기발한 발상은 주목할 만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본의 식민시절은 36년이 아니다. 영화상에서는 100년간 한국은 일본의 땅으로 전락하고 서울은 일본의 제 3도시가 된다. 조선 해방을 위해 일본과 싸우는 "후레이센진"과 이들을 쫓는 사카모토(장동건)와 사이고(나타쿠라 토오루)... 그리고 조금씩 밝혀지는 조작된 미래와 역사..... 영화속 배경이 일본인 만큼 언어 또한 일본어를 사용하게 되며 사카모토(장동건)과 사이고(나타쿠라 토오루)도 일어로 대화를 나누게 된다. 일본내 조선인을 연기한 장동건의 일어실력은 어색함 없이 자연스러웠으며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이 후 잘생긴 외모가 더 이상 그의 연기력에 장애물이 되기 보단 부과적 플러스 요인이 될 가능성을 비춰준다.
<2009 로스트 메모리즈>는 오랜 제작기간과 엄청난 제작비 그리고 이 영화를 기다려온 많은 관객들의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많은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 될 것 같다. 영화 전반부 충분히 있을 법한 상상적 소재가 영화 막바지에 다다르며 한국영화에서의 연출력의 한계를 드러내게 된다. "시간의 문"의 등장은 이 영화에서 픽션적인 허구성을 붕괴시키고 공상 SF물로 둔갑하게 만든다. 마치 <터미네이터>를 연상시키고 <사랑과 영혼>의 베스트 컷을 가져온 듯하다. 누구나 생각해도 심각한 장면인데도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들리는 이유도.. 이 영화의 잘못만이 아니다. 허리우드에서 만들면 무언가 더 멋지고 그럴듯한 그림으로 보여지지만 같은 머리색깔의 인종이 만들면 공연한 허리우드 따라잡기라고 이유없는 비난의 눈빛을 보이는 관객의 사고에도 그 책임은 있다. 당근과 채찍이 필요하다. 많은 제작비와 스타급 연기자의 출연과 많은 스텝진의 고생에도 불구하고 고전을 면치 못했던 <무사>때와 같은 상황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이유는 뭘까?
영화는 어디까지나 상업적 요소를 밑바탕에 깔고 있다. 요즘처럼 관객 1천만시대를 바라보는 영상물의 전쟁시대에서 영화의 소재가 상업성과 만났을 때 무슨일이 일어날지~~~ 일본에 대해 남달리 배타적인 적개심을 가지고 있는 한국인... 더구나 2002년 한일 공동 월드컵 개최를 앞둔 이 시점에서 그러한 생각을 가진 다수의 한국인에게 "2009년 일본의 지배하에 있는 한국"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가히 파격적이라 할 수 있다. 일본을 미워하는 한국인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한 고도의 전략적 사업적 마케팅이라 해도 가히 손색이 없을 듯하다. 마지막까지 이 영화는 관객의 자국애에 호소한다. "사이고"가 불꽃놀이를 하며 딸과 함께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을 때 조선독립을 위해 싸우다 죽은 후레이 센진인 아버지를 그리워 하는 민재와 조선인 "사카모토"가 JBI의 공격을 받는 장면을 교차적으로 보여주는 편집술은 그것의 최고조이며 이 영화가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모든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주는 독특한 발상은 우리가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중요한 부분이다. 이 부문은 높이 인정해 주고 싶다.
이 영화의 드라마적 요소를 연출하는데 한 몫하는 것은 음악이다. <로스트 메모리즈>의 영화음악은 "아바론"의 OST를 연상케 한다. 현실과 미래의 혼돈감의 표현과 장면 전환에서 관객을 보다 쉽게 영화 속으로 몰입하게 하는 거대한 오케스트라 음악. 영화내내 웅장하고 극적 상황에 맞추어 그때 그때 등장하는 음악은 상당한 관심을 기울인 흔적이 역력했다. 하지만 흡사 영화 밖으로 나올 듯한 큰 스케일의 영화 음악은 이 영화를 넘어서 화면보다 영화 음악에 더 동화되게 만든다. 한마디로 영화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튀는 인상을 준다.
2002년 주목 받는 최고의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꿈꾸는 <2009 로스트메모리즈>. 이것이 이 영화 혼자만의 생각일지 대다수의 관객 또한 그렇게 생각할지.... 역사를 뒤집은 민감한 소재의 이 영화를 한국인인 우리는 어떻게 보는지 관객의 반응이 궁금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