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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공공의적>절차탁마한 결과... 공공의 적
aboss 2002-01-30 오전 2:12:40 760   [3]
공공의적...

투캅스의 강우석 감독..
'생과부위자료청구소송' 이후로 3년간의 침묵을 깨고 다시 영화계의 감독자리로 돌아왔다..
그것도 최근까지 작업했던 부부 문제를 다룬 코믹물을 탈피하고 자신의 장기인 코믹형사물을 들고 말이다..
뭐 그렇다고 이 영화가 투캅스같은 전면 코믹영화는 아니지만..
그래도 다소간 무겁고 어두운 소재에 가벼운 유머를 첨가하여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렇기에 관객에게 좀더 쉽게 다가오는 영화였다..
그는 그동안 제작자라는 위치에서 그러니까 좀더 현장과는 떨어진 곳에서 관조적인 입장으로 지켜보면서 수련을 쌓은 탓인지..
영화를 오차라고는 거의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빈틈없는 짜임새로 완성시켰다..

그 짜임새의 시작은 환상적인 배우들의 캐스팅이라고 하겠다..

우선 주연인 두 배우 설경구와 이성재를 이미지를 대변신시켜 적절하게 배치시킨 점을 들 수 있다..
이성재는 그의 필모그라피들을 보더라도 항상 지적이고 깔끔하면서도 유한 이미지를 간직해왔었다..
뭐 범행이라고 저질러봤자 약소한 수준이었다..
군대 간 사이 고무신 거꾸로 신은 여자를 되찾기 위해 무전취식한다거나(미술관 옆 동물원), 너무나 시끄러운 동네 개를 훔쳐다가 아파트에서 떨어뜨리고(플란다스의 개), 심심해서 주유소를 털었지만 치명적인 인명피해는 내지않았고(주유소습격사건), 조직의 중간보스로 등장하지만 그는 머리를 앞세우는 비폭력주의자다(신라의 달밤)...
그런 그가 이 영화에서는 도저히 인간의 탈을 쓰고는 행할 수 없는 패륜을 저지르는, 그러면서도 예의 그 드러나는 상류층에 걸맞는 부와 명예를 거머쥔 이중적인 면모로 인해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공공의적이라 일컬을 수 있는 철저한 악인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묘하게도 그는 너무나도 이 배역에 잘 맞아떨어졌다..
특히나 흡사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떠오르게 하는 그 돌변하는 이중적인 모습은 너무나도 섬뜩했다..
죄책감이나 양심의 가책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이 당연한 일을 행했다는 듯한 그 당당하면서도 싸늘한 눈빛만큼은 잊혀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리고 설경구..
그 역시.. 개성있고 선이 굵은 모습들을 연기한 반면 느리고 어수룩한 역들도 맡았었지만..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의 봉수 이후에 이 영화의 강철중만큼 그에게 제대로 어울리는 역도 드물 것 같다..
그는 평범하면서도 밋밋한 마스크를 가지고 있다..
이는 별로 개성이 없다는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그는 그의 탁월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이를 장점으로 부각시켰다..
흔한 얼굴이기에 어느 모습도 될 수 있다는 강점으로 이런 평범 속에 비범함을 담은 것이다..
특채로 인해 경찰뱃지를 달았기는 하지만 의욕도 없고 벌이도 현찮고.. 적당히 동네 양아치들을 눈감아주고 그들에게 상납을 받고.. 심지어는 증거품인 마약을 되팔으려 하기도 하고..
소위 그의 말마따나 아무 일도 하지 않던 그가 국가의 녹이나 축내는 자신보다 더 나쁜 공공의 적을 발견하고 그를 추적하고 그 과정을 통해 진정한 경찰의 모습으로 재탄생하는..
그 경찰 강철중으로 20킬로그램이나 몸을 불리고 완벽하게 변신을 한 것이다..
처음에는 하릴없이 빈둥거리는, 감사에 걸릴까봐 전전긍긍하는 무능력한 경찰에서.. 사회악인 존재인 공공의적들을 과감하게 물리치는 점차 경찰다운 모습으로의 발전은 인상적이었다..
그 역시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잘 소화해낸 것이다..

또한 이 굵직한 두 주연배우 외에도 영화의 요소요소에는 아무리 대사 한줄의 단역이라지만..
빛나는 연기력을 지닌 조연들이 주연보더 더 돋보이게 포진하고 있다..
산수역을 맡은 이문식에.. 마역거래상인 성지루, 은퇴한 칼전문가 유해진, 자살하는 강철중의 파트너 기주봉, 담당검사로 나와 고래고래 소리만 지르는 서태화, 심지어 가게아줌마로 등장하는 전수경에... 강우석의 영화에 늘 등장하는 감초 윤문식까지..
영화에는 아주 자잘한 조역이라도 이런 굵직한 조연들이 제 몫을 200% 발휘하고 있어서 더욱 진가를 발휘하고 있고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켜주고 있다..
일단 그들을 발견하는 재미만도 커다란 잔재미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영화의 주축이 되는 배우들의 연기 외에도 무엇보다 이 영화의 짜임새를 마무리짓는 것은 탄탄한 시나리오와 완성도 높은 구성일 것이다..
영화는 스릴러의 구조를 취하고는 있지만.. 어짜피 관객은 사건의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고..
그 살인자의 시각으로 영화를 보게 된다..
그러니 애초부터 범인을 밝혀내기 위한 관객과의 두뇌게임은 완전히 배제하고 영화는 전개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어지는 연쇄살인에 가슴졸임을 느끼며 범인이 누구인지 파헤치려는 긴장감으로 풀어내기보다는.. 그 이어지는 한순간 순간 상황에 대처하면서 과연 어떻게 이야기는 전개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며 그 스토리 자체에 더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얼마나 더 영화에 몰입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며.. 흡사 영화 속에 빨려들어간 듯 내가 주인공이 된 양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탄탄한 시나리오가 뒷받침되었기에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이겠지만.. 치밀한 연출력으로 이 모든 것을 계산해낸 짜임새있는 감독의 연출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할 것이다..

아무튼 이 영화를 보고 재미없다고 말하는 사람을 아직까지 난 본 적이 없다..
연출, 연기, 스토리 이 세박자가 나무랄데없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고..
자칫 무거워지기 쉬운 이야기에.. 가벼운 코믹을 가미했으니.. 어찌 관객의 사랑을 받지 않겠는가 말이다..
2002년을 여는 한국영화의 첫 출발이 아주 밝은 것 같다..

요즘 한동안 후진양성 차원에서 제작에만 전념을 기울이고 일선에서 물러났었던 중견감독들이 속속 신작을 들고 컴백하고 있다..
그런데 그 작품들이 하나같이 다 절차탁마하며 그간 갈고 닦은 기량을 여지없이 발휘한 듯 해서 참으로 기쁘다..
말그대로 쏟아져서 개봉하는 영화의 홍수속에서 골라보는 재미가 한층 늘었으니 즐거울 따름이다..

그럼 이만 총총..

(총 0명 참여)
jhee65
한국영화의 첫 출발이 아주 밝은 것 같다..   
2010-08-28 11:18
1


공공의 적(2002, Public En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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