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나쁜남자'를 본 나의 해석 -
어제 첨으로 나쁜남자란 영화를 보러갔었습니다.
물론 영화를 첨보는거지 또보겠냐는 물음을 하겠지만,
김기덕 감독의 문제작을 첨으로 상영관에서 접한 것이었고,
개봉전서부터 그 해석의 여지및 남성권위주의의 산물로 폄하되기도했던
그 논란의 여지가 많은 영화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러 갔었습니다.
참고로 전 직장인 남성이며, 사전에 영화사이트에서 작품의 소개를
대강 읽어보고 간것도 있고 어느정도 민망함을 예상했는지, 또 함께볼
여친도 없었지만, 절친한 나의 남자친구가 보여주게되어 함께 보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좋으면서 이 나쁜 영화(?)를 보여준 친구넘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면서
나쁜남자의 해석의 본론을 시작하려 합니다.
이 감상평은 어디까지나 저의 해석이며, 영화를 본사람들과의 대화와 인터넷
게시판의 글을 읽고 저의 감정과 해석을 가미해 재 정리해 올립니다.
여러분들의 지적을 달게 받겠습니다..
어디까지나 감상평은 정답이 없으니까요.
영화의 주인공은 '한기'와 '선화'입니다.
사창가의 기둥서방이자 포주, 관리인 '한기'
미술을 전공하는 청순하도록 아름다운 여대생 '선화'
절대로 어울릴래야 어울릴수가 없는 두사람..
말 그대로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보나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아닐수가 없는 배경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우선 우리는 그 주인공의 이름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쩌면 주인공의 이름에서 전체적인 이야기의 복선을 던져주기도 합니다.
밑바닥 인생의 극치, 메마르고 차가운 기운만이 느껴지는 '한기(寒氣)'
그리고, 청순하고 착해 보이면서도 또한편으로는 욕망과 욕심을 주체하지못해
점점 악의 구렁텅이로 빠져들어 변해가는 '선화(善化)'..
처음 이 두인물의 만남은 사람들로 번잡한 명동거리에서 시작합니다.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선화, 핫도그를 씹어 먹다가 청순하고 아름다운 선화의
모습에 넋이 나가버린 한기..
어쩌면 한기는 자신이 올라설수도 없고, 되고 싶어도 근처에 접근할수도 없기에
더더욱더 애틋한 심정으로 선화의 모습을 바라보았는지도 모릅니다.
내가 가지지 못한것을 모두 가졌고, 되고 싶어도 될수 없기에 질투심마저 느껴졌을것입니다.
가까이 다가가 앉자 이내 불쾌함을 느끼고 화를내며 피해버리는 선화에게
한기는 기습적이고도 반항하는 사슴을 덮쳐 먹는 맹렬한 표범처럼 선화에게 강제
키스로 보답을 해버립니다.
이 한기의 강제 키스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여러분들중에 혹시 지난 91년에 개봉해 화제가 되었던 영화 '미져리'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실겁니다. 물론 미져리는 여성의 남성에 대한 가혹행위로 페미니즘적인
요소가 강하게 작용했는데, 나쁜남자는 영화제목처럼 그 반대의 케이스 겠지요.
어쨌든 영화 미져리에서 여주인공은 사랑하는 남자소설가를 가둬버리고,
남자가 도망을 치려하자 심지어 망치로 남자의 다리를 부러 트리면서 내뱉은 한마디..
" 당신을 사랑해요 " 입니다..
즉, 한기의 선화를 향한 감정은 사랑을 넘어선 미움인 애증의 미묘한 감정으로 인한
과격한 행동의 표출로 마치 미져리에서의 사랑이 녹아있는 폭행의 감정, 그것과
마찬가지로 강제 키스를 퍼부어 버린것입니다.
결국 선화의 남자친구에게 얻어맞고 지나가던 해병대들에게 붙잡혀 구타당하고,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선화에게 얼굴에 침뱉음을 당함으로 수치의 극치를 느끼게 됩니다.
이후 선화를 먼발치서 지켜 보기만 하던 한기..
어여쁘고 청순해 보이는 그녀의 모습뒤로는 남자친구에 대한 욕심, 선물에대한 욕심,
허영으로 가득찬 또다른 이면의 선화를 엿보게 됩니다.
그런 선화를 욕망의 구렁텅이로 빠뜨리는 계기가 되는 사건이 서점에서 생기게 됩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뒤틀린 표현의 누드화를 찟어 훔치는 선화..
그런 그녀의 욕망을 시험이라도 하듯이 소매치기한 지갑을 미끼로 던져,
성경에서 본대로 선악과의 유혹에 넘어가는 이브처럼, 그녀를 소매치기
범으로 몰아 넣으려는 한기의 계략에 여지없이 말려드는 선화는 결국 피해자에게
붙잡히게 되며, 쓰리당한 돈을 전부다 물어내야하는 위기에 처하게되어 몸을 담보로한
대출로 피해금액을 보상하게되며 빚을 갚기위해 넘어올수 없는 경계, 사창가의 세계로
끌려오게 됩니다..
사창가에서 이면 거울을 통해 날이갈수록 창녀로 동화되는 선화를 그저 아무말없이
담담한 얼굴로 지켜 보기만 하는 한기..
이 거울의 의미는 2가지 상징을 나타내는 경계입니다.
하나는 손쉽게 깨질수도 있을만큼 얇고, 가까운 두사람 사이의 경계이며
다른 하나는 거울의 이면을 통해 지켜보기만하는 한기와 거울을 통해 자신만을 비춰
볼수있지 그 이면의 한기를 볼수도 볼필요도 느끼지못하는 선화의 입장을 상징합니다.
거울뒤 이면을 통해 선화를 날마다 지켜보며 느끼는 한기의 감정은
어쩌면 자기세계로 선화를 이끌어들인 승리감과 자신의 초자아를 가진 여자가 비참하도록
망가지는 모습을 그저 지켜 보기만 하는 안타까움의 뒤섞인 감정 이었을 테지요.
그래서 진심으로 선화를 위해주는 자기 똘마니 명수가 선화와 사귀고 싶다고 허락을
받으러 왔을때, 대리욕구의 충족으로 허락을 했던 것입니다.
명수의 도움을 받고 사창가를 탈출하는 선화..
허나 집앞에서 들어갈까 말까 망설이는 선화를 한기는 큰 어려움 없이 짚차에 태우고 바닷가로
데리고 오게 됩니다.
왜 선화는 그토록 탈출하고 싶었던 사창가를 빠져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자기 집에 들어가지를 못했을까요??
그렇습니다..
우리 곁에서 아주 가까이에 있는 사창가..
우리가 지저분하고 더럽고 추하다고 욕을 하면서도,
욕망의 분출구, 사회의 필요악으로 인지되어 뒤꽁무니로 즐겨찾던 바로 그 사창가의 창녀..
누구 보다도 선화 자기 스스로의 기준으로 더럽고 추악해진 창녀, 자신에 큰 수치를 느끼고
그저 한기가 이끄는 대로 힘없이 바닷가로 이끌려 옵니다..
아무도 없는 한적한 바닷가..그 뒤로 보이는 마치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을것 같은
낡은 새장 여인숙..
이 바닷가가 의미하는 공간의 상징은 어떤 가식이나 감추어 지지않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
마치 자연그대로의 모래사장, 트인 바다 처럼 있는그대로의 두 주인공의 적나라한 모습을
나타내려 찾아온 바닷가..
그 바닷가에 두 주인공은 각각의 환영, 환상을 보게 됩니다.
빨간 원피스를 입고 바다속으로 뛰어드는 선화의 환영을 보게 되는 한기.
선화는 원래 하얀 옷을 좋아하지 않습니까??
빨간 원피스는 섹시함의 상징, 성욕의 표출로 나타내는 원색입니다.
야하도록 빨간 원피스를 입고 삼킬듯이 매서운 바다의 파도속으로 뛰어들어 죽음을 선택
하는 또다른 선화의 모습은 순수해 보이는 이면뒤로 색욕에 찌든 선화의 욕망된 모습의
환영입니다.. 현실에서 인정할수 없고 우리가 세운 잣대로 용납이되질 않고 받아 들여
질수가 없어 결국은 극단적으로 바닷물속으로 뛰어 들어 죽음을 선택하는 선화의 또다른
모습입니다.
또 바닷속으로 뛰어들어 죽음을 선택한 선화의 환영이 앉았던 자리에서
실제의 선화는 무엇을 보게 됩니까? 모래속에서 찟어진 사진을 발견하고 짜맞추는데
두 남녀의 다정한 모습을 찍은 사진이기는 한데 희한한것은 얼굴부분이 찢겨져 없다는
것이지요..
물론 이사진역시 실제로 찍은 실물의 사진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선화의 환영속에만 존재하는 사진...
얼굴이 없다는 것은 바로 현실에서는 이루어질수 없는 두사람의 사랑을 암시하는 것이죠.
바닷가에서 다시 사창가로 선화를 데려가려 선화를 끌어안고 차에 태우지만,
반항하는 선화.. 허나 별 무리없이 데려오는 한기..
선화도 반항을 하지만 반항해서 탈출해도 갈곳이 없는 자신의 처지를 알기에
어쩔수 없이 다시 사창가로 오게됩니다.
이후 점점 사창가에 적응되어 완전히 창녀가 되어버린 선화..
그리고 라이벌 조직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한기의 복수를 대신하려 살인을 저지르는
한기 부하..
그런데 한기가 폭행을당해 피를흘리며 길바닥에 쓰러져 있을때 꼬소해야 마땅할
선화는 애처러움과 안타까움의 눈빛으로 한기를 동정하면서 우리들의 의구심을
자아내게 합니다.
결국, 살인죄목으로 한기부하 대신 잡혀 들어가 사형을 당하게 된 한기.
그를 찾아간 선화는 한기에 대한 증오가 애정으로 승화가 되어 어서 나오라며 울부짖으며
욕을 합니다. 누가 보아도 이해할수 없는 선화의 한기에 대한 사랑..
이런 선화를 지켜보며 아무것도 해줄수 없고, 아무 할말도 없이 그저
부하가 끼워준 담배만 피울수 밖에 없는 한기..
오죽했으면 한기가 잡혀있는 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일도 할수없는 선화에게
사창가 포주는 "미친년"이란 말을 던졌을까요..
순수하고 고상한 여대생을 계략적인 함정을 파서 자신을 창녀로 만들고 모든것을
앗아가버린 , 자기 인생을 망치고 더럽힌 파렴치한을 어떻게 사랑한단 말인가?
우리가 흔히 드라마에서 보고 노래가사에서 듣고 하는 알콩달콩한 남녀간의 사랑과는
그 의미가 사뭇 틀린 증오를 넘어선 사랑의 감정으로의 폭파가 아닐까요?
예전에 어떤 드라마에서 보았던 자신을 인질로 잡았던 흉악범을 결국은 설득시키고
연민까지 느끼다가 경찰에 쏜총에 죽자 끌어안고 울부짖었던 여성 인질과도 같은
그런 사랑의 감정이 표출된것입니다..
극적으로 실제 살인을 저지른 자기 부하가 처벌을 받게되고 누명을 벗고 풀려나온 한기는
선화앞에 나타나지만 선화의 방 거울뒤, 자신을 숨긴채 조용히 라이타 불을 켜면서 거울뒤에
자신을 나태내 보입니다.
두사람사이의 가로 막힌 경계의 상징인 이 거울..
그러나 이 경계를 깨 부셔 버리는건 한기가 아닌 선화였습니다.
거울 뒤에선 절대로 볼수 없으리라 믿어왔던 그 고정관념,
머나먼 경계인줄만 알았는데 막상 힘없이 깨져버리는 가깝고도 먼 거울의 경계..
그리고 거울에 붙여놓은 얼굴 없는 두 남녀사진의 깨져버린 얼굴 부위 거울구멍사이로
클로즈 업되는 선화의 얼굴과 한기의 얼굴..
존재하지 않는 사진속에 실존하는 한기의 얼굴과 선화의 얼굴, 또 깨진 경계사이에서
같이 클로즈 업 될수 없어 한번씩 번갈아가면서 비춰지는 사진속의 얼굴은 현실에서는
함께 할수없는 두 사람의 사랑을 함축하는 장면이 아닐수 없습니다.
또, 두사람은 처음 운명적인 만남을 가졌던, 선화가 한기에게 심한 거부감을 느끼고 한기는
강제 키스를 퍼부어 버린 그 명동의 벤치에 처음처럼 나란히 앉게 됩니다.
그러나 한기의 손을 먼저 잡는 선화..
이후 선화를 놓아주는 한기, 또 자신때문에 감옥살이를 하게되는 자신의 피붙이 같은 부하..
한기는 괴로워하다 자신의 부하 명수에게 죽임을 당하게 됩니다..
어쩌면 자기 스스로도 예감했던 죽음, 또 원했던 죽음 이었기에 명수가 찌르고 버린
칼을 주워 흙속에 묻어 증거 인멸을 자기 손으로 해주고 차라리 행복한 죽음을 맞이
한 것이지요.
여기서 한기의 인생은 끝이 난것인데, 한기는 다시 일어나 선화와 함께했던 바닷가,
새장 여인숙 앞으로 가서 선화와 재회하게되는데 이것은 선화가 보는 한기의 환영일 뿐입니다.
한기는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니니까요..
여기서 두 주인공의 옷은 그 환상의 사진속에 있던 바로 그 옷을 입고 만나게 되지요.
너무도 야하리 만치 빨간 옷을 입은 욕망에 가득찬 또다른 선화와 한기의 환영의
가식이 없는 자연의 공간 바닷가에서의 재회...
이곳에서 선화는 그 문제의 사진의 잃어버린 얼굴 조각을 찾아 끼워 맞추며 제대로된
사진, 적나라한 자기 모습, 그리고 자신의 또다른 사랑 한기를 만날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무언가 두사람만의 새로운 삶과 인생을 기대했던 관객에게 영화의 결말은 이런 기대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찝찝한 결말을 보여 주게 됩니다..
바닷가에 오면서 만난 트럭 운전 기사에게 몸을 판 선화는 이젠 더이상 미술을 전공하는
고지식한 여대생 선화가 아닌, 트럭에 몸을싣고 다니면서 정처없이 떠돌아 다니며
트럭을 개조해 만든 이동식 사창가에서 몸을 파는 창녀로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게 됩니다..
물론 여기서 보여지는 한기의 얼굴은 선화의 환영일뿐 실제로는 트럭 운전 기사입니다.
자, 결론적으로 도데체 김기덕 감독은 이영화를 통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고 싶었고
어떤 메시지를 던져 주려 한것이었을까요??
바로 가식의 파괴입니다...
이 영화를 보고 시작은 나쁜남자인지 여자인지 판단할수 있는 기준은 분명했으되,
결말은 누가 나쁜남자인지 혹은 여자인지 구분조차 애매 모호하게,
아니 옳고 그름의 판단 자체가 무의미하게 끝맺음을 한것입니다.
선과 악, 2중적인 내면을 가진 우리의 모습을 선화를 통해 나타냈고,
우리가 악이라 치부하던 한기와 선화는 두사람의 경계인 거울처럼 가깝고도 먼 거리에
함께 공존하는 그런 존재라는 것을 자각 시켜 주고 있는 것이죠..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며 참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또 우리가 감추고 싶고 또 가리워진 거짓된 위선이나 욕망의 자아에대한 경계가
있거든 그 경계를 과감히 깨부셔 버리라고 하고 있습니다.
결국은 함께 공존할수 밖에 없는 거짓된, 욕망에 찌든 자아와 밖으로 비춰어지는 위선된
자아의 모습...
누가 누구를 나쁘다고 말할수 있으며, 함부로 폄하 할수 있는 것일까요?
스스로에게 자문 해보세요..
<추신>
1. 제 글을 읽고 판단은 여러분이 하시는 것입니다.
다만 그냥 저의 판단과 해석을 적은것 뿐입니다.
다른 의견이 있으신분은 리플이나 quary@netian.com 으로 답장을 주시길..
2. 영화 주제 배경음악이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너무도 부합이 잘된거 같습니다.
'I tuio fiori'라는 노래인데 물론 누가 부른 어느나라 노래인지도 (아마 불어가 아닐까요?)
모르겠지만 노래의 서정적 멜로디나 슬프면서 후반부에 터지는 감정을 노래한 보이스가
영화의 전체적인 이미지와 맞아 떨어지는것 같네요..
3. "깡패가 무슨 사랑이야" 라며 , 쇳소리로 절규하는 한마디를 제외한 모든 연기를
얼굴표정과 눈빛으로 대신한 조재현의 연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아울러 순수하며 도도한 여대생에서 사창가의 밑바닥 창녀로 변해가는 연기를
안타까우리만치 소화를 해낸 서원의 연기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냅니다..
끝으로 영화를 보신고 이해가 부족하신 분들에게 제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첨에 영화를 보고 너무 이해도 안가고 어려운 장면장면, 찝찝한 결말 등으로
오히려 이 영화에대해 생각해볼수 있는 기회를 더욱 많이 제공한것 같군요..
아직도 이영화에대한 의구심이나 생각이 머리속에서 떠나질 않는군요..
그리고 아직도 영화를 안보신 분들이 있다면 즐감하시기 바랍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유쾌하진 않을거에요..
from . 영화를 사랑하는 해피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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