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영화보는 것을 워낙 좋아했으나 그저그런 것도 아니라 보기 싫어하는 쪽에 가까운 장르가 바로 '멜로'였다. 그 내용이 신파극을 표방하든, 가슴 한켠에 아련한 느낌을 퍼트리는 잔잔한 느낌의 멜로이든, 멜로극들은 대부분이 단순하고 상투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내가 일본 영화를 새롭게 보고, 또 '멜로'라는 장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아마 작년 초였을 것이다. '멜로'에는 관심도 없던 내가 처음 대단하다고 느꼈던 작품이 '지금 만나러 갑니다' 였는데, 그 때 그 감동이 지금도 어렴풋이 느껴진다. 드라마와 멜로의 요소를 적당히 잘 버무려 놓았던 '지금 만나러 갑니다'. 한국인임에도 오히려 한국의 멜로물들보다 정서적으로 동화되는 점이 더 많았던 첫 작품이었다. 최대한 절제하여 더 아련한, 수수한 느낌이 묻어나던 영상미와 대사들, 인물들의 연기가 신파극과는 대조되면서 오히려 더 기억에 남았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도 그런 류의 영화다. 주인공 '사쿠'와 '아키'의 사랑, 그리고 그들을 보는 '리츠코'. 자극적이거나 충동적이지 않은, 필연적으로 보이는 만남과 어떤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얻어진 사랑이 아닌 그 사람에 대한 관심과 진실된 마음, 요즘, 사람들 사이에서 이런 감정들을 찾기가 힘들어서 더 값져 보이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일본 멜로물은 대체로 그 감정을 순수하게, 최대한 정제하여 잘 드러내고, 특히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가 이 장르를 대표한다고 해도 될 만하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가 한가지 아쉬웠던 것은 스토리가 좀 상투적이었다는 것이다. 스포일러가 될 것같아 더이상은 얘기하지 않겠으나, 기억에 남을 만한 스토리까지 구성하였더라면 최고의 영화가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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