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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至尊]<2009 로스트 메모리즈>한국 블럭버스터의 모습 2009 로스트 메모리즈
cinexpress 2002-01-26 오전 5:46:48 900   [7]
<2009 로스트 메모리즈>는 1909년 하얼빈에서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의 암살에 실패했다면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라는 독특한 설정을 바탕으로 영화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가상적인 역사를 영화로 만들어낼때 무엇보다 중요한것은 시나리오의 탄탄함이다. 그런면에서 <로스트 메모리즈>는 복거일의 소설 [비명(碑銘)을 찾아서]를 원작으로 삼은 전반부는 어느정도 설득력있는 가설을 제공하지만 후반부의 스토리는 소설이 제공하지 않은 영역이라 창작에 의존한 탓인지 억지스러운 설정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모습도 간혹 눈에 띈다.

그래도 <로스트 메모리즈>는 80억이라는 제작비에 걸맞는 화력을 보여준다. 초반의 이노우에 회관 습격장면에서 수직으로 내려오는 후레이센진과 수평으로 치고 들어오는 JBI간의 총격전은 <쉬리>이후 오랜만에 볼만한 총격전을 만들어낸다. 헬리콥터와 화물선의 폭파장면등에선 미니어처티를 크게 내지 않고도 훌륭한 영상을 만들어내며 후반부의 "Lost Memories"라는 제목에 걸맞는 미스테리를 푸는 열쇠는 다소 어이없긴 하지만 그 이후 마지막에는 그런 결말임에도 상당히 꽉 짜인 긴장감으로 관객을 잡아묶는다. 하지만 <로스트 메모리즈>의 액션은 <쉬리>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 액션에 대한 요소 하나하나가 <쉬리>보다는 깔끔하지만 그 이상의 신선함을 제공하진 않는다. 대표적으로 고속도로 상에서의 총격전은 <쉬리>의 폭탄탈취장면을 베낀듯이 그대로이다.

<로스트 메모리즈>는 포스터에서 짐작이 가듯 사카모토(장동건)와 사이고(나카무라 토오루)의 대립이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검은색과 흰색의 상반된 옷으로 등장하는 초반부에서 짐작 가듯이 영화의 초반부를 액션에 할애했다면 중반부는 미스테리의 심화와 함께 이들의 대결을 깔아놓는다. 이들의 대립은 JBI의 후레이센진 아지트 습격장면에서 사카모토와 사이고의 교차편집을 통해 극적으로 표현되지만 이들의 대비를 지나친 교차편집으로 남발하는것은 식상한 맛을 주기도 한다.

<로스트 메모리즈>에선 '나비 효과'를 중심축에 놓는다. "안중근 의사의 암살실패로부터 어떻게 이 모든것이 뒤틀렸는지 궁금하지 않나?" 라는 의문을 던지는 방법으로는 효과적이었다. <백투더퓨처>에서 미래에서 가져간 잡지한권이 현실을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로 바꿔버린것을 생각할때 이런 가정은 몹시 흥미롭다. 또한 <로스트 메모리즈>는 99년 <유령>이 불러왔던 국수주의적 사고에 대한 논란을 재현시킬 가능성이 있다. 2분간 우리의 지난 역사를 1909년 안중근 의사의 이토 암살 실패부터 슬라이드 쇼로 훑은뒤 광화문 앞에 높이 세워진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동상은 상당히 도발적인 모습으로 문제를 제기한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을 진지하게 다루기엔 후반의 스토리가 너무 약하다. 역사상의 가정에 대한 튼튼한 기초를 제공한 원작의 힘에도 불구하고 두고두고 아쉬워지는 대목이다.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이 단연으로 출연한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그외에도 <로스트 메모리즈>엔 눈여겨볼 배우가 많다. 후레이센진의 특공대를 맡았던 천호진은 코믹한 조연을 방송에선 주로 맡았지만 레슬링스타 천규덕의 아들답게 분위기 있는 액션을 선보인다. 후레이센진의 중심인물로 나오는 안길강은 <다찌마와 Lee>에서 악당두목역을 연기해 친숙한 배우로 많이 본듯한 배역이지만 인상깊게 그려내며, 사카모토를 다독여주는 다카하시 반장역의 신구는 안정감있는 연기로 영화의 무게를 잡아준다. 장동건역시 <친구>나 <인정사정 볼것없다>에서처럼 누군가에게 가려지지 않는 자신의 이름을 전면에 건 첫번째 작품인 이번 영화에서 자신감있는 연기로 앞으로를 더 기대하게끔 만들었다.

한국 블럭버스터의 고질적 문제라는 스토리상의 허점은 보이지만 확실한 액션을 선보여준 <로스트 메모리즈>는 얼마전 <화산고>가 비쥬얼적인 면에서의 신선함에도 흥행에서 참패를 당한것이 내내 걸릴것이다. 특히 같은 시기에 개봉하는 두 작품이 결코 만만치 않은 영화인데다 제작비 회수에 대한 부담도 크다. 그러나 이정도의 액션을 선보이며 이야기를 할수 있는 영화가 꾸준히 나올수 있다면 한국 블럭버스터의 앞날을 그리 어둡게만은 보지 않아도 될것이다. (★★★☆)

보태기: <로스트 메모리즈>가 간과한 역사상의 아이러니는 이토 히로부미 암살실패에서 모든것이 비롯된다는 점이다. 바로 문제는 이토 히로부미가 을사조약(1905)을 성사시킨 장본인이긴 하지만 정작 한일합방을 반대하던 중심세력이었다는 것이다. <로스트 메모리즈>의 가정대로 이토 히로부미의 암살에 실패했다면 영화속 가정처럼 한일합방이 1910년에 이루어지지는 않았을것이다. 나비효과를 생각한다면 그런 사실 하나가 그 뒤의 모든 가정과 어떤 결합을 이루었을까? 과연 역사는 그래도 그렇게 흘러갔을까?

(총 0명 참여)
jhee65
과연 역사는 그래도 그렇게 흘러갔을까?   
2010-08-28 13:04
1


2009 로스트 메모리즈(2001, 2009 Lost Memories)
제작사 : 인디컴 / 배급사 : CJ 엔터테인먼트
공식홈페이지 : http://www.lostmemori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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