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 없는 평탄한 도로를 장시간 운전하는 기분.....
소위 헐리웃 판 <살인의 추억>이란 광고 문구만 보고 또 <세븐>과 같은 전작에 대한 기대를 안고 이 영화 <조디악>을 봤다. 그러나 광고문구와는 달리 영화는 일부 모티브나 몇몇 장면에서 <살인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지만, 오히려 <살인의 추억>이나 <세븐>과는 대척점에 놓인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어쨌거나 기대와는 전혀 다른 영화여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집중하기가 매우 힘들었고 결론적으로 차도 없고 평탄한 도로를 쉬지도 않고, 제 속도로 장시간 운전하는 기분이었다. (아.. 졸려...)
<조디악>에는 <살인의 추억>의 공장 추격 장면 같은 격한 장면도 없고, 데이빗 핀처 감독이 조디악 사건을 모티브로 해서 만들었다는 <세븐>의 피빗 어린 잔인한 장면도 없다. 연쇄살인 사건을 다룬 영화치고는 거의 예외일 정도로 시체 모습 한 번 제대로 보여주는 적 없고, 오직 서류 더미에 파묻혀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와 기자, 만평가가 존재할 뿐이다. 그러다보니 사전 정보를 거의 알지 못하고 영화를 보는 입장에서는 156분에 달하는 러닝 타임이 꽤나 지루하게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러닝 타임이 무려 167분에 달하는 로버트 드 니로 감독의 <굿 셰퍼드>가 훨씬 짧게 느껴졌다.
이야기의 굴곡이 없이 평탄하게 흘러가다 뒷부분에 가서야 광기에 쌓인 만평가의 모습과 함께 긴장감이 나름 불어 넣어지는데, 만회하기엔 좀 늦은 것 아닌가 싶다. 반면, 영화는 여기저기에 꽤나 음미할 만한 대사들과 재밌는 상황들이 배치되어 있어서 만약 다시 한 번 볼 기회가 생긴다면 좀 더 전체적으로 여유를 가지며 나름의 재미를 느끼며 볼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아무튼 영화를 보기 전에 정보가 너무 과다해도 문제지만, 정보가 너무 결핍해도 당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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