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기담은 더운 여름에 걸맞는 공포 영화일 것이라는
기대 정도만 있었을 뿐이지 꼭 챙겨서 보고싶은 영화라고는
생각하지 않은 영화였다. 그래서일까, 적어도 이 영화는 내 기대치보다는
높은 만족감을 준 영화라고 평하고 싶다.
조금은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1408의 리뷰를 쓰면서
내내 이야기 했던 귀신없는 공포. 여기저기서 귀신들이 튀어나와서
험상궂은 얼굴을 1초동안 들이밀어 주는 그런 장면들이 그다지
나오지 않아서 더 만족스러웠던 것 같다.
이제 그러한 장면들은 식상한 부분으로 돌아섰으니까.
공포영화를 어느 정도 본 사람이라면 꼭 보았을 공포영화들 중,
일본의 대표적 공포영화 링과 한국의 대표적 공포영화 장화홍련.
이 두개의 영화중 가장 무서웠던 장면을 꼽으라면 링에서는 사다코가
TV안 우물에서 기어나오는 장면, 장화홍련에서는 누워있는 침대위로
귀신이 슬금슬금 올라오는 장면을 꼽고 싶다. 이에 비교해서 기담에서
내가 가장 공포스러웠던 장면은 침대 옆에 앉아있는 엄마의 모습이었다.
갑자기 확 튀어나온 장면을 보고 비명을 지르고는 지나치게 오버한 날
깨닫고는 어이없이 웃어버리는 것 보다는 발끝에서 시작해서 끝내는
머리끝이 곤두서고야마는 그런 공포가 좋다.
공포영화 치고는 생각보다 많은 공포스러운 장면들이 나오지는 않는다.
그러한 점들이 공포 영화를 쉽게 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거부감 없이
쉽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배우들의 연기를 한번 짚어 보고 싶지만, 다들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던 데다가
연기의 연자도 모르는 내가 감히 짚어보기엔 무리가 있지 않을 까 싶다.
하지만 다만 짚어보고 싶은 점은 두번째 기담에서 정말정말 멋진 연기를
보여 준 고주연 양이다. 13살의 어린나이(극중에서는 10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소름끼친 모습을 보여 주었다.
주의깊게는 처음 본 아이였는데, 정말.. 연기를 보고 감히 반해버렸다고
말하고 싶다. 이름이 그나마 알려진 여자아역배우들 중에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13살 수아의 주인공 이세영(실제나이 15세)과 더불어 정말
미래가 기대되는 배우라고 말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점을 한가지 말해 보자면 여러가지 이야기, 에피소드들을
하나로 엮어 놓은 영화들은 그 이야기를 시작함에 있어 본격적인 이야기로
들어가기 전 영화 관람의 이해를 돕기 위해 주변의 상황들을 늘여놓게 되는데
이러한 부분이 조금은 지루하게 풀어지지 않았나 싶다.
하나의 이야기 혹은, 여러번의 이야기들이 마무리되어 이미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러 관객들의 집중력이 흩어질 무렵에, 스토리의 절정을 겪은
관객들에게 다시 새로운 이야기를 제시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지루함은
이 영화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두번째 이야기에서 소름끼치도록 멋진 연기를 보여준 아역배우 고주연양의
스토리가 끝나고 마지막으로 시작된 세번째 스토리가 시작되어 지루한
전개들을 이어가고 있을때 어쩔 수 없는 자연현상으로 터져나오는 약간의
하품들은 영화를 볼때는 절대 졸지 않는다는 나에게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정리해보면 기담은 참으로 슬픈 영화다. 모든 에피소드들이 끝나며
펼쳐지는 그들의 안타까운 사랑이야기들은 순간 이 영화가 공포영화임을
잊게 만들어준다. 그들의 사랑은 괴이하고 소름끼지면서 애닳프고 안타깝다.
화면안을 가득 채운 그들의 눈물은 나도 모르게 내 눈에서 한 방울의 눈물을
떨어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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