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근대, 서양식 건물과 한국식 가옥, 마차와 자동차, 기모노와 한복이 공존하는 1942년 경성을 완벽 재현하는<기담>은 몽환적이고 탐미적이다. 현재는 쇄락하여 철거를 앞둔, 당시의 '안생병원'은 사랑에 홀린 자들의 3가지에피소드 속에서 기묘하게 아름답고 무서우며, 또한 슬픔을 간직한 공간이 된다.
영혼 결혼식을 올리는 정남(진구)의 이야기는 엔딩 장면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안타까움을 남기고
질투와 죄의식, 그리고 사랑과 탐욕을 아우르는 아사코(고주연)의 이야기는 영화 속에서 가장 공포스럽게 다가온다. (여기서의 공포는 비단 시청각적 자극에서 오는 공포만이 아니다. 곱씹을 수록, 되뇌일 수록, 음미할 수록...더욱 공포가 배가되는 진정한 공포감이다.)
마지막 그림자가 없는 아내의 이야기는 눈치 빠른 관객이라면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고 생각했으나, 의외의 허를찌르는 묘미가 있다. 특히 인영 역의 김보경씨는 기대를 훌쩍 넘는 인상적인 표정 연기를 보여준다.
죽은 자와 사랑을 시작한, 사랑에 홀린 자들의 기묘하고 또한 아름다우며, 무섭고도 슬픈 이야기 <기담>은 홀리지 않을 수 없는 사랑의 묘약처럼 관객을 그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매혹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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