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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lld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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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1-19 오후 11:09: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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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사태로 액션, 혹은 전쟁영화의 개봉이 늦춰지는 등의 충격에서 미국의 헐리웃이 벗어나고 있는것 같다. 늦췄던 개봉을 다시 재개하면서 전쟁, 혹은 액션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전과 크게 달라진것은 없어 보인다. 아니다. 달라진점은 더욱더 "위대한 미국"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에너미 라인스도 그런 영화의 범주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뭐 거의 애국심에 호소하는 분위기가 아닐까? 그리고 위대한 미국의 힘을 보여주어 테러의 충격에 빠진 자국 국민들에게 희망과 나라의 힘을 과시한다는 그런 목적들이 뻔히 보이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헐리우드의 전형적인 영화에서 감동이나 뭐 이런것을 우리나라 국민에게 기대한다는 것은 애초에 기대하기 힘든 일이다.
이제 미국 제일주의를 부르짖는 영화를 보고 나와서 "그래 너네 미국 잘났다"라고 이야기하는것도 지겹고, 또 그렇게 지겹다고 말하면서도 비싼 돈내고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그영화 왜 봤니?" 라고 말하는 것도 이젠 하고싶은 생각없다. "이 영화 어때요?"라고 질문받을때마다 "재미는 있는데요, 뭐 뻔한 영화죠"라고 말하는것도 지겹다. 말이 길어졌지만 이 영화 [에너미 라인스]는 솔직히 말하면 전개되는 상황에서의 극적 긴장감과 이야기만 다를뿐 앞에서 말한 뻔하디 뻔한 영화의 범주에서 단 하나도 벗어나는 것이 없는 전형적인 영화이다. 일단 이런 사실은 기본적으로 지적하고 싶다.
내전중이던 보스니아 지역에서 허점투성이인 평화 협정이 맺어졌다. 따라서 힘의 균형 유지를 위해 주둔하던 미군 항공모함 함대는 정해진 코스외의 정찰활동을 금지당한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크리스 버넷(오웬 윌슨)은 전투기 조종사이지만 늘 정찰 활동만 하는 "따분한" 일상에 회의를 느끼고 그만두려 한다. 그만두겠다는 편지를 받은 항공모함 칼빈슨의 함장 리가트(진 해크만)는 그의 마음을 돌리려고 크리스마스 정찰 명령을 내리고, 이상한 지점에서 사람의 반응을 확인한 버넷은 항로를 이탈하다 보스니아군의 지대공 미사일을 맞아 격추되어 비상착륙한다. 그리고 무사히 구출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는 것이 이 영화 <에너미 라인스>이다.
[다른 영화와의 차별점 -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가?]
일단 이 영화에서 적지에 고립된 파일럿을 구하는 과정에서 보여지는 항공모함 함대의 제독의 태도이다. 기존의 영화에서는 적지에 아군이 고립되어 있으면, 아군 한명을 위해 구출팀이 보내진다. 엄청난 지원을 받고. 한명을 살리기위해 오히려 수많은 목숨이 희생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평화 협정>의 지속을 위해 지정 항로를 변경해 격추당한 파일럿을 구출하려는데 제독이 반대한다. 더 큰 대의명분을 위해 한명을 희생시키겠다는 것. 일단 그것은 아주 색다른 변화이다.
겨울철에 고립되어 자신이 구출될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버넷에게있어 진정한 적군은 그를 쫓아 죽이려는 보스니아군이 아니라, 그냥 그를 아무런 조치없이 희생시키려는 미군이 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물론, 이 영화에서 결론적으로 버넷은 오히려 그를 구출하지 않았던 제독의 명령덕분에 중요한 자료가 담긴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를 회수할 수 있었고, 제독은 지휘권 박탈이라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럼, 이같은 설정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미국 제일주의>를 더욱 극대화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구출작전을 취소했음에도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군령을 어기고 구출작전을 펼치는 함장 리가트나 그런 상황속에서도 살아남아 무사 귀환하는 버넷의 존재는 <그래 우리나라 미국이 세계 최고이다!>라는 말이 아니고 무엇이랴? 아마, 이만큼의 극적 효과의 상승은 미국인의 애국심을 자극하는데 더 좋은 방법일 것이다.
[ 현실같은 화면을 가장함 - 그래픽으로 조작된 환상]
이 에너미 라인스라는 영화에는 정말 볼만한 장면이 세개 정도 있다. 하나는 F18이 지대공 미사일에 추격당하다가 격추되는 장면이고, 두번째는 버넷을 구출하는 장면에서 벌어지는 헬기공격 장면이다. 다른 하나는 지뢰가 부비트랩으로 설치된 곳에서 탈출하는 장면이다. 영화 팜플렛을 보면 마치 CNN 뉴스를 보는듯한 느낌의 영화라고 선전하고 있다. 실제 전장에서 그들을 지켜보면서 취재하는 종군기자의 시선과 같은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먼저, 거짓말 하나.
지대공 미사일 두발이 발사되었다. F18을 향해. 숨막히게 미사일이 쫓아오고 F18은 필사적으로 도망친다. 열탐지를 피하기 위한 장치와 레이더 방해물까지 뿌려가면서 도망치지만 결국 미사일에 맞는다. 처음에는 스쳐지나가서 꼬리 날개쪽에 명중되어 비행기에 대한 조종능력을 상실한다음 두번째 명중되면서 조종석과 본체 부분이 떨어져나간다음 그 조종석에서 조종사들이 비상 탈출을 한다. 완벽한 거짓말! 미사일에 정면으로 맞았는데 폭발과 함께 모든 조종사 즉사 및 기체 완파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조종석이 폭발을 피해 본체와 분리되었다. 그것까지는 이해한다 치자. 그렇게 분리된 조종석에서 몇초간이나 비행하면서 비상탈출을 하는 장면도 말이 안되는 것이다. 컴퓨터 그래픽의 힘을 빌어 현실에서 벌어질 가능성 0%에 도전하는 그들의 상상력이 우습게 다가오는 것은 내가 너무 많이 알고, 너무 시시콜콜 따지기 때문일까?
거짓말 둘.
장소는 확실치 않지만 공장지대에 설치된 부비트랩이 폭파되는 장면이다. 지뢰 수백개가 연결되어 매설되어 있는 부분을 주인공 버넷이 조심스럽게 지나가고 있다. 그를 쫓던 군인들이 그를 보고 총을 쏘려고 접근하다 지뢰가 연쇄폭발을 일을킨다. 바로 뒤에서 지뢰가 터지는데 주인공은 멀쩡하다. 바로 앞장면에서 슬로우 비디오로 총을 쏘려던 군인이 지뢰 폭발의 압력으로 튕겨져 나가는 장면까지 보여주고서는 바로 옆에서 터지는 폭탄에도, 그리고 건드리는 순간 터지게 되어있는 지뢰에 연결된 선들이 가득 깔려있는 곳을 전력질주로 뛰어가면서도 무사히 살아남는 장면을 연출해내는데 성공했다.
그래. 미국 파일럿들은 지뢰도 피해가는 뀌어난 능력을 지녔다고 할 수 밖에.
뭐 이런 일들이 한두번 있었던 것도 아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그냥 그렇겠지. "뭐 영화니까" 그렇게 말할것이다. 그렇지만 굳이 지적하는 것은 컴퓨터 그래픽에 쏟아부어 만들어낸 저런 장면들이 만들어내는 모순을 미국인도 아닌 우리가 왜 참아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답이 없기 때문이다.
리얼리티. 그 리얼리티라는 것을 바탕으로 마치 CNN을 보는 듯한 영화라고 광고하지만, 사실은 그들은 그렇게 만들어내는 장면속에서 환상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만 종군기자는 10명이 넘게 희생되었다. 멀리서 하늘을 수놓는 불꽃놀이같은 "미사일쇼"나 전함에서 발사되는 "순양미사일 토마호크에서 보여지는 불꽃의 쇼"가 전쟁이 아닌것이다. 뭐? CNN 뉴스를 보는것 같아? 영화야 당연히 그렇게 만들수밖에 없었겠지. 그렇지만, 그렇기에 전쟁이란 그렇게 쉬운것이다 라는 스스로의 함정에 빠진채 미국민들을 세뇌시켜 가는 것이다.
테러가 있었다. 그리고 전쟁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지만, 그 희생에 대해선 별다른 말이 없다. 미군의 희생에 대해 미국에서조차 말이 별로 없다. 몇명의 전쟁 영웅이 나오겠지만, 희생자에 대한 이야기는 없는것 같다. 하긴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니까 소말리아로의 확전을 찬성한다는 분위기도 나오고 있는 것이겠지만. 즉, CNN 이라는 뉴스매체에서와 같은 분위기로 실감나는 장면을 연출한 것 같지만, 실은 대국민용 위안거리로 만들었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는 것이다.
거짓말 셋.
평화협정이 깨지기 때문에 구출할 수 없다는 제독의 말을 일단은 그럴수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나 사실 제독에게는 그런것을 판단할 권한이 없다. 그런 정치적 판단은 정치가들이 하는 것이고 제독은 그저 작전을 감독, 진행할 뿐이다. 그런 그가 양성하는데만 억대의 돈이 들어가는 파일럿이 쫓기고 있는데 구출을 막는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것 같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러나 진짜 거짓말은 여기 있다. 언론에 정보를 흘려 구출팀이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되었던 상황. 출발직전에 제독이 구출팀의 팀장을 바꾼다. 한마디로 말도 안되는 일이다. 절대! 절대 있을수 없는 일이다. 팀이란 말그대로 호흡이 생명인데 갑작스럽게 팀을 바꾼다. 말이 안된다. 이것은 영화의 상황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려는 영화적 설정에 지나지 않지만 분명 거짓말이다.
[결말 - 그럼 도대체 뭐가 어떻다는 거야?]
뭐 맞는 말이다. 영화를 이렇게 보기 시작하면 재미없다.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봐야 위험에 처한 주인공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긴장하게 되고 비싼 돈을 낸 보람이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보면, 처음에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었던 영화였다. 스티븐 시걸식의 영웅담인줄 알았었다. 한대도 맞지않고 손짓 몇번에 모두 적을 간단히 제압해버리는. 그런건 아니었고 시나리오도 나름대로 짜임새가 있었다. 상영중에 그렇게 쉽게 긴장감을 놓을수 있는 부분은 없어보였으니까.
아무 생각없이 시간때우고 재미있는거 보려면 시간도 적당하고 괜찮은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왠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격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이 영화를 바라보는 느낌은 그렇게 편하게 다가오는 것은 아니었다. 너무 오버하고, 감정을 앞세운 것일수도 있지만, 이제 미국 제일을 외치는 이런류의 영화를 아무런 느낌없이 "와 멋있다"라고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나이는 아닌것인지. 그냥 재미있었지만, 씁쓸함이 남는것은, 아마 나만의 느낌일런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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