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대강 '이런 얘긴거 아니겠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영화가 있다. 보기도 전에 우리는 대충 감을 잡아본다. '이럴테지, 저럴테지'하며. 거기에 딱 들어맞는 영화를 보았을때 허탈하면서도, 뭐 보통이상은 되는군 할때도 있지만 간혹은, 정말 생각대로임에 씁쓸하기도 하다. '광시곡'은 내게 불행하게도 후자에 속하는 영화였다. 배우들의 연기력은 굴곡없이 매끄러웠고, 특히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박예진은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아마 유추컨데, 시나리오도 '쉬리'와 '텔미섬딩'의 분위기를 조금씩 양념해 꽤 재밌을 만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제작비도 30억이나 들었다니 좁은 한국시장에서 단연코 블록버스터라 할 만 할 것이다. 그런데 뭐가 문제였냐하면... 종합적으로 감독의 연출력이 아닐까싶다. 영화는 시종 밋밋하고, 정확히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숨긴채 스릴러인척 한다. 그래서 끝쯤에 엄청난 반전이 숨어있겠지 싶어 열심히 기대해 봤지만 끝까지 불친절한 이 영화는 갑자기 이 사람 저 사람을 등장시키며 관객을 혼란 속으로 몰고간다. 보여주지 않음으로 해서, 관객들로 하여금 생각하고 상상할 여지를 남기는 영화들이 분명있지만, '광시곡'은 이레저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스스로도 고삐를 놓아버린 김빠진 콜라같은 30억 잔치를 연상시켰다. 그래도... 장훈 감독의 데뷔작이라고 하니, 다음영화에서는 그의 진면목이 드러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