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시린 감성 로맨스...
사랑하는 두 남녀가 있다. 사랑함에도 그들은 어긋난다. 남자는 사랑하는 법을 모르고 여자는 넘치는 사랑을 주체하지 못한다. 여자는 생각한다. “둘 중 한 사람이 더 사랑할 수밖에 없다지만 제발 그 사람이 내가 아니기를.” 더 많이 사랑한 그녀는 죽는다. 그러나 영화는 그 지점에서 다시 시작한다. 어처구니없는 이별의 비극이 완전한 사랑의 비극으로 탈바꿈한다. 그 중심에는 드디어 사랑하는 법을 깨달은 남자가 있다.
로맨틱한 바이올리니스트 사만다(제니퍼 러브 휴이트)는 이안(폴 니콜스)의 무관심에 언제나 상처받는다. 그들 사이의 소통은 언제나 사만다의 일방적인 관심에 의해 겨우 유지되고 있다. 위태로운 이들의 관계는 사만다의 졸업 연주회 날 둘 사이의 말다툼으로 위기에 처한다. 이안의 무심함에 지친 사만다는 그를 남겨두고 택시에 오른다. 그 순간 사만다가 탄 차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이안은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의 죽음을 목격하고 만다. 다음날 아침, 사만다에 대한 그리움으로 울며 잠든 이안 곁에 사만다가 누워 있다. 이안은 사만다가 죽은 어제의 일들이 반복되고 있으며 자신과 사만다와의 시간이 단 하루뿐임을 알게 된다.
영화의 분위기는 촉촉한 가을의 로맨스를 그린 <뉴욕의 가을>과 흡사하다. 그러나 이미 운명을 알아버린 남자의 사랑은 리처드 기어의 그것보다 성숙하다. 어제도, 오늘도 사랑에 달떠 있는 여주인공에 비해 그 사랑의 끝을 아는 남자는 홀로 조용히 비극을 준비한다. 만약 우리의 운명이 결코 변하지 않는다면, 어제는 그녀가 죽었지만 오늘은 내가 죽으리라. 영화는 단 하루밖에 남지 않은 연인들에게 많은 추억을 불어넣기 위해 빠른 템포를 선택했다. 연인들은 일생에 걸쳐 이뤄야 할 이야기들을 그 역동적인 하루 안에서 완성한다. 그러나 정작 이 영화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부분은 영화의 초반, 어긋나는 남녀에 관한 에피소드들이다. 죽음으로 완성되는 사랑보다 더욱 비극적인 것은 소통하지 못하는 사랑이다. 사랑하지만 사랑하는 법을 모른다고 말하는 그 무지함 혹은 뻔뻔함이다. 그리고 뒤늦은 깨달음이다. 물론 영화는 어긋남의 비극을 극단으로 몰고 가며 사랑의 환상에 가시를 들이대는 대신 죽음도 사랑을 갈라놓지 못한다는 더욱 낭만적인 깨달음에 안착한다. 이 비극적 낭만에 덧붙여, 제니퍼 러브 휴이트가 직접 부르는 노래와 제2의 휴 그랜트, 폴 니콜스는 보너스다. (남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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