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고등학교 친구의 집에 갔을 때,
우연히 친구의 부친께서 기미가요를 흥얼거리며 집안일을 하시는 것을 뵌 적이 있다.
일제시대에 교직에 계셨던 분이기에 단순한 일본노래인 줄 알았으나 나중에 그것이
일본국가 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평소에 존경하던 그 분에게 적지 않게 실망하며 대신
친구에게 독설을 퍼 부었지만,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은 안다.
당신께서 그리웠던 것은 일제가 아니라 당신의 젊은 날의 추억이었다는 것을.
멀리서 한국을 바라보고 살기에 미우나 고우나 끊을 수 없는 천륜처럼 고국이 잘 되기를
기도하며 살기에 한국의 영화 적지않게 보아 왔으나
지난 몇 년간 보았던 한국영화 중 가장 나의 마음을 울린 영화였다.
그리고
한국의 영화가 블록버스터 조폭과 욕설 폭력 여자의 나신과 정사씬이 없이도 이렇게
아름답게 만들수 있다는 사실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보면서 내내 그리웠던 것은
박통도 새마을 운동도 혼식분식도 방공 방첩도 아닌 나의 어린시절의 추억이었다.
이제는 낡은 단어인 386세대
자의든 타의든
집을 떠나고 바다를 건넌 사람들은 안다.
이 영화가 얼마나 사람의 가슴을 울리는지
좋은 영화를 만들어 주신 감독과 모든 관계가께 충심으로 감사와 성원을 보낸다.
지구의 한 모퉁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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