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첫날 본 영환데 이제야 글을 정리해 올린다.
할 말이 너무 많아서 며칠에 걸쳐 썼는데.. 역시나 투자한 시간에 절대비례해(?) 글이 길어져 버렸다; -_-;; (사실 영화 보기 전엔 내가 이 영화로 이렇게 긴 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다;;;;)
뭐, 어쨌거나.. 포기않고 완성해서 기쁘다는! 으흐흐~ ^ ^;;
(글자에 색깔 입히기는 힘들어서 포기;; *ㅇ*)
기대이상의 만듦새로 올연말 극장가의 빛나는 복병으로 떠오른 영화, <미녀는 괴로워>
스타급 배우를 쓴 것도 아니고 많은 돈을 들여 현란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영화도 아니었기에 제작과정에서 그닥 주목받지 못했던 이 영화는, 개봉 전 입소문을 타면서 상승세를 그리더니 급기야 개봉 첫주 흥행 1위에 오르는 돌풍을 연출했다. 인터넷 각 포털사이트마다 네티즌의 칭찬과 함께 높은 평점을 기록하며 승승장구 하며, 더불어 점점 불어나는 입소문이 꾸준히 관객들을 불러모으고 있다니 반가운 소식이다. 개봉하는 날 별다른 기대없이 스크린을 마주했던 나도 예상외로 참 재미있게 본 영화다. ^ ^
<미녀는 괴로워>는 못생기고 뚱뚱한 여자가 성형수술을 통해 초절정미녀로 변신하면서 겪게 되는 여러 사건들과 해프닝을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그녀의 외모에 따라 그녀를 대하는 태도를 너무나 달리하는 주변 사람들(특히 남자들)의 모습은 그냥 웃고 넘어가기엔 어째 뒷맛이 씁쓸하다. 사소한 실수를 저질러도 못생긴 뚱녀한테는 온갖 모욕적인 말로 윽박지르던 사람들이 같은 상황일지라도 그 상대가 미녀일 때는 180도 다른 반응을 취한다. 이런 장면들은, 이 시대가 (적어도 여자에게 있어서) '미모'가 하나의 '능력'으로 취급받는 시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서글프지만 그게 현실이다.
예쁜 여자가 대접받는 이 사회, 보통 여자도 아닌 뚱뚱하고 못 생긴 여자인 한나의 삶은 그야말로 험난한 가시밭길이다. 뛰어난 노래 실력을 갖고 있지만 외모 때문에 가수로의 데뷔는 꿈도 못 꾸고, 대신 섹시한 외모의 립싱크 미녀가수의 뒤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 연애에서는 매번 남자들에게는 이용만 당한 채 차이기 일쑤고, 자신에게 잘 대해주는 피디를 혼자 짝사랑하고 있지만 정작 그는 한나를 이성으로 보지 않는다.
이런 험난한 세월에 작별을 고하고 한나는 인고의 세월을 거쳐 초절정 미녀로 거듭난다. 성형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처음으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감격해 눈물을 흘리는 한나. 그와중에 나오는 '울어도 이쁘다~'라는 대사는 그간 못생기고 뚱뚱한 여자이기에 겪어야 했던 그녀의 순탄찮은 삶을 생각나게 하는 의미심장한 발언으로 들렸다.
천덕꾸러기 뚱녀에서 미녀로 거듭나자 그녀를 대하는 세상의 모든 반응이 변한다. 웬만한 실수는 그럴 수도 있는 일, 별 거 아닌 일이 되고 오히려 위로받는 입장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이래서 미녀는 좋은 것인가 보다. 미녀가 된 한나는 그동안 받지 못했던 미녀로서의 특권에 가까운 그런 대접들에 어리둥절해 하고, 영화는 그런 그들을 통해 이 시대의 지나친 외모지향성의 한 단면을 코믹하게 옮겨놓는다.
개봉전 이 영화가 눈길을 끌었던 이유로는 동명의 일본만화를 원작으로 한다는 사실 외에 '성형수술'이라는 민감한 부분을 영화의 소재로 선택했다는 점일 것이다. 이젠 미용성형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보편화되는 추세지만 성형여부는 여전히 민감한 부분이다. 미용성형에 대해 여러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고 지지하든 비판하는 그것 또한 개인의 자유다. 그러나 그들을 무조건 비판하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성형열풍의 한 켠에 아름다움을 요구하고 아름답지 않으면 불이익까지 주는 이 사회의 잘못된 분위기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름답기를 요구하는 이 사회가 평범한 사람들을 고민에 빠지게 하는건 아닐까?
이 영화는 여성들의 성형에 대한 남자들의 이중적 잣대를 한나의 짝사랑 대상인 한상준을 통해 살며시 드러낸다. 예쁜 여자가 좋지만 자신의 애인은 성형수술 안하길 바라는, 그러나 못생긴 여자보단 성형수술을 하더라도 예쁜 여자가 더 좋다는.. 아이러니 하면서도 솔직한 남자들의 그 마음 말이다;; (물론 개인편차는 있겠지만;;)
<미녀는 괴로워>의 뻔한 내용이 전개되지만 그 속에 사람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요소를 품으면서 웃음과 함께 감동을 이끌어낸다. 못생기고 뚱뚱해서 무시당하고 천대받던 한나의 삶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왜 그녀가 생명을 걸고 전신성형이란 큰 결정을 내려야했는지를 설득력있게 그리며, 변신한 그녀의 모습과 주변의 반응을 통해 성형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다시 한 번 되짚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하고, 이기적인 남자들의 이중성을 코믹하게 꼬집어 내기도 한다. 또한 뚱녀에서 미녀로 거듭나면서 겪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한나의 내면적 성장을 이루는 성장영화의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래도 결국은 예쁜게 더 좋다'라고 말하는 영화의 결론은 아주 현실적 선택이라 수긍하면서도 한편으론 조금 아쉽기도 하다. 결국 이쁜게 강한 거란 현실인정은 영화가 끝난 후 '마치 내 얘기 같더라, 나 같아도 성형하겠다, 고쳐서 팔자 고치면 까짓거 성형하지~'라는 관객들의 반응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의 그런 소감들은 내게 남아있던 약간의 아쉬움조차 너무 비현실적이란 생각이 들게 만들어 버렸으니 말이다;; 쿨럭;;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미녀는 괴로워>의 가장 큰 미덕이자 재미는 김아중의 연기다.
이 영화는 단연 김아중의, 김아중을 위한, 김아중에 의한 영화다.
성형전후의 뚱녀와 미녀를 동시에 연기한 그녀는 영화에서 그녀를 빼면 남는게 없을 정도로 온 몸을 던져 영화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영화속 그녀의 존재감은 <미녀는 괴로워>를 보는 즐거움인 동시에 놀라움이다!!!
솔직히 그닥 미인형은 아니지만 개성있는 외모와 멋진 몸매, 신인치고는 안정된 연기를 선보이며 <광식이 동생 광태>로 충무로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그녀는, <미녀는 괴로워>를 통해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한껏 풀어보인다. 특히 4시간의 특수분장으로 완벽한 뚱녀로 거듭난 영화속 모습은 그녀의 자연스런 연기와 융화되어 '강한나'만의 사랑스러운 매력을 한껏 품어낸다. 정말이지 엄청나게 뚱뚱하고 푸시시한 산발머리에 못난이 얼굴을 하고 있어도 그 귀여움을 숨길 순 없었단 말이다!!!
간간이 영화속에서 미녀로 나오는 그녀들이 전혀 미녀로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 영화는 예외라고 말하고 싶다. 사실 그녀가 절대초절정 미녀는 아니지만 영화속에선 충분히 미녀로 불릴만 하며(한나와 비교되어 상대적 미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또한 기존에 그 어떤 작품의 그녀보다 가장 예쁘고 섹시하게 나온다. 컨셉이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영화속 그녀를 '미녀'로 부르는 것에 그리 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 ^;
더불어 관객이 가장 놀란 것은 바로 영화와 함께 공개된 그녀의 노래실력이 아닐까. 영화를 보고 나온 뒤 한나의 노래를 진짜로 부른 사람이 누군지 몰라도 참 잘 부른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알고보니 영화 속 한나와 제니의 모든 노래를 김아중이 직접 소화했다고!! 최고의 실력을 가진 한나에게 결코 어색하지 않을만큼 멋지게 소화해내는 모습은 여느 가수 못지 않다. 비록 현대음향기기의 무궁한 발전으로 음높이나 기타 다른 것들을 보정했노라고 고백했지만(사실 기계의 힘은 기대이상으로 위대하기에 그녀의 진짜 실력이 어느정도인지는 가늠하기 힘들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한나에게 어울리는 노래를 뽑아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멋지다, 그녀! ^ 0^
다만, 사실 영화속 제니로 변신 후 오디션을 볼 때 깊이있는 노래 목소리와는 달리 얼굴 표정이 너무 가벼운건 옥의 티다. 물론 노래는 미리 녹음한 뒤 영화촬영시엔 립싱크를 했다고 하더라도 무게감을 두는 노래에 맞춰 보다 집중하는 연기를 펼쳤더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그 외 무대에서의 장면은 좋았다. ^ ^
어쨌거나 <미녀는 괴로워>는 김아중의 새로운 면모와 눈부신 가능성을 보여준 영화였다. 아마 나처럼 이 영화로 인해 그녀의 팬이 된 사람들이 적잖을 걸로 예상된다. 그만큼 이 영화에서 만큼은 그녀의 연기는 빛났다. 그렇기에 다음 영화에선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더불어 내년 영화제에서는 신인상 후보로 영화제에 참석한 그녀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아마, 수상도 하지 않을까? ^ ^?)
김아중, 화이팅이닷!! ^ 0^)//
어느 경우에나 당당한 사람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 아닐까.
그래서 당당히 자신을 찾아나선 한나의 여정이 사랑스럽다.
올 겨울 극장가를 휩쓴 <미녀는 괴로워>
대박흥행에 영화 관계자들은 괴롭긴 커녕 아주 행복해 하는 듯 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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